이 글은 새벽 감성에 술 한모금 하고 쓰는 글입니다. 술주정이 싫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히히 봄베이 마시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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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때는 그렇게 원자력 공부가 하고 싶었습니다. 대학에서 전공으로 원자력 공부를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죠. 결국 비록 좋은 학교는 아니어도 원하는 과에 합격은 해서 이냥저냥 다니고 있습니다. 전공 수업도 나름 재밌다구요!
근데 고딩때는 원하는 과에 오면 그렇게 행복할 줄 알았는데 축제 시즌쯤 되니 막 학벌 자격지심이 생기더군요. 학벌 열등감에 휩싸여서 그렇게 반쯤 충동적으로 반수 결정을 내렸습니다. 영어랑 국어는 안정적으로 1등급 뜨니까 다른 과목만 올리면 승산이 있다 생각해서 내린 결정인데 아 시x놈의 수학 가형 때문에 결국 폭망하고 원래 학교 다시 다니고 있습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대학 플랜이 있죠. 수능 수학 4점짜리한테 처맞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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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고등학교때는 그렇게 오고 싶던 학교에서 그렇게 하고 싶은 공부를 할 기회를 얻었는데 왜 그렇게 모든게 쪽팔렸을까요. 고딩때 제가 상상한 대로라면 전 정말 행복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아 아직도 과에 대한 애착은 큽니다. 여기저기 원자 모형 스티커를 떡칠하고 다닐 정도니까요 크크크크. 그렇지만 강의실에 가는 하루하루가 행복하지는 않더랍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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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수하면서 많은걸 깨달았습니다. 비록 완벽히는 아니지만 학벌 열등감을 겪으면서 보낸 1년은 나름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었고 나름대로 어느정도의 성숙을 이뤘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차피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라.. 제가 뭘 얼마나 성취를 했느냐는 딱히 제 행복감과 관련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건 자기 내면의 평화(?)인 거라는거죠.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습니까. 느려터진 헬지 G2에서 갤럭시 S10 5G나 아이폰 XS Max로 갈아타면 왠지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폰 볼때마다 배가 부를거 같지만 그래봐야 1주일 지나면 똑같은 카톡 SNS 인터넷 머신이고 한달 지나서 바닥에 한번 찍어먹으면 다음 폰으로 바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죠. 마찬가지로 제가 그렇게 좋은 학교는 아니어도 나름 뭐 다닐만한 학교에 입학한 기쁨도 한달을 못 간거 같습니다. 제가 만약 여기서 한두단계 더 높은 대학을 갔다면 만족했을까요? 하늘나라에 있는 그 학교들을 갔다면 행복했을까요? 농농 메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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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뭘까요?
제 바닥을 치는 자존감? 나 스스로는 내세울 게 없어서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대학 졸업장이 나를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 줄거라는 기대?
체감효용 한계 법칙이었던가요? 아무리 큰 기쁨과 불행이 오더라도 결국 적응해서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인간의 적응 능력?
20대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헬조선 사회?
아님 현실의 작은 즐거움을 즐기지 못하고 불확정적인 미래에 쫄아버리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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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강 중인 교양 강의의 주제가 현대인의 정신 건강과 우울증입니다.
들으면서 뜨끔했습니다. 증상들 중 저랑 겹치는게 좀 있더군요.
역기능적 신념이라는게 있다고 합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기 자신에게 비현실적이고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현실은 그걸 따라가주지 못하니 좌절을 겪게 된다고 하더군요. 가령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는 사람은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거나요. 딱 제 얘기 아닌가 싶습니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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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지치고 힘들어 죽겠습니다. 기껏 고통받아가며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에 왔더니 이제는 좀 숨 돌리니까 취직 어찌하나라는 고민이 또 밀려오네요.
제 성격상 어찌어찌 취업을 하더라도 그 다음은 “집은 어떻게 사지?“, “노후 대책은?“, “결혼은?“
이런 고민으로 쉬지 않고 스스로를 옭죄면서 고통받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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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히피들이 부러워질때가 있습니다. 그냥 적당히 여기저기 길거리 굴러다니면서 약이나 빨면서 몽롱하게 살다가 죽는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이 노답이니까 이딴 도피 행위나 생각하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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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험이건간에 수험생활을 하다보면 정신이 피폐해짐을 느낍니다. 수능 점수 1점에 따라 계급이 정해진다고 믿는, 아니 그거 외에는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도 없는 세계죠. 수많은 대한민국 고3들이 그 세계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세상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것도 웃기는 말이죠. 대학 못 가면 루저새끼라고 세뇌를 시켜놓고서는 바로 다음 해에 대학 들어갔더니 대학이 다는 아니라구요? 장난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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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도 적당히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밤에 술 기운 빌려서 적은 글을 수백명이 볼거라 생각하면 기분이 묘합니다. 학교 강당에서 이런 말을 떠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크크크
미래가 불안하니 이런 글이나 쓰고 자빠져있는거 같네요. 무섭습니다. 무서워요. 미래가 정말 무섭습니다.
그건 미래의 내가 할일이지 지금의 내가 할일은 아닌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