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런 증상이 많이 줄었지만, 예전에는 비문으로 도배된 글을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나서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오타가 아니라 비문입니다. 오타는 실수잖아요. 띄어쓰기 잘못 쓴 것도 신경 안 씁니다. 한국어 띄어쓰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글 같지도 않은 걸 글이라고 써 놓은 걸 보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더라고요.
이게 개인이 쓴 글이면 그래도 참을 수가 있습니다. '요새 문해력이 떨어졌다더니 사실이구나' 이러고 넘어가면 되죠. 그런데 회사 소속으로 쓴 글이면 정말 짜증이 나더라고요. '저기는 편집장이 글을 안 보나? 이런 생각밖에 안 들거든요. 물론 편집장이 글 고쳐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기네 회사의 수준이 그 글 하나로 격하된다는 생각을 안 하나 싶네요.
이쪽 업계의 다른 사이트나, 기글에 누가 올린 글을 가져와서 '이 글은 이래서 못 쓴 글이오' 이래버리면 '나는 니가 싫으니까 우리 한번 싸워보자'라고 시비거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차마 그렇게는 못 하겠고요. 솔직히 그런 글을 쓰는 것도 저한테 좋을 게 없어요. 제가 모든 글을 거듭해서 퇴고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제가 썼던 것도 지적하자면 걸리는 게 한도끝도 없이 나올텐데요.
하지만 오늘 네이버 메인 페이지의 Farm 탭에서 정말 못 쓴 글을 발견해,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소개해 봅니다. 제가 네이버 메인 페이지 탭은 뉴스, Farm, 여행+ 이렇게 딱 세개만 놓고 보는 사람인데요. 지금까지 이 정도로 못 쓴 글은 본적이 없네요.
[JAPAN NOW] 코로나19에도 성장할 수 있었던 우동집의 비결은?
https://m.blog.naver.com/nong-up/222417394140
우동체인점으로 유명한 마루가메 제면은 한국에도 주요 상권에 진출해 있어 익히 알려져 있다.
-> 그래서 '누구한테' 알려져 있는데요? '알려져 있다'라고 하려면 그 대상을 써야죠. 아니면 '한국에서도 주요 상권에 진출한 친숙한 브랜드다' 같은 식으로 마무리를 하던가.
1985년 효고현에서 8평 꼬치구이 선술집으로 시작해 1999년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형 꼬치구이 전문점 “토리돌”을 오픈해 당시에는 무척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았다.
-> 뜬금없는 꼬치구이 전문점 이야기까지는 그냥 넘어갑시다. 그런데 한 문장 안에서 '꼬치구이 선술집으로 시작해'와 '꼬치구이 전문점 토리돌을 오픈해'가 같이 있네요. 왜 저런 식으로 쓰죠? '마루가메 제면은 꼬치구이 선술집 토리돌로 시작했다' '패밀리 레스토랑형이라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잘라야죠.
그러나 2004년 세계적인 조류독감 문제로 이미 2000년 새로운 형태의 셀프 매장 우동 점 마루가메제면이 확장하는 계기가 되어 작년 기준 일본 국내에만 850여개 점포와 세계10개국 230점포가 진출해 있다.
-> 조류독감 문제로가 아니라 조류독감을 계기로, 진출해 있다가 아니라 확장했다로 쓰면 더 매끄럽지 않을까요? 이 부분은 큰 문제가 안 되니 그냥 넘어가도 되지만 그냥 써 봤습니다.
일본 대부분의 외식업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마루가메 제면은 코로나 이전 대비 90%로 V자 회복하며 선방하고 있는 마루가메제면의 비결은 어디 있을까?
-> 이 문장에서도 마루가메제면이 두번 들어갔습니다. 뒤쪽의 '마루가메제면의 비결은'은 쓸 필요가 없죠. '선방하고 있다. 그 비결은 어디 있을까?' 이렇게 끊으면 간단할 것을.
첫째는 지방 중심의 점포가 전체 80%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하며 코로나 확진자 수도 적게 나온 탓이다.
-> 첫째가 아니라 첫번째죠. 아래에선 두번째, 세번째 잘 쓰고 여기에선 왜 첫째일까요? 이건 오타라 치고 넘어 갑시다. 그런데 '지방 중심의 점포가 전체 80%를 차지해'는 말이 안되죠. '첫번째는 지방 중심의 점포 구축이다' 같은 식으로 한번 끊고, '지방이 전체 점포의 80%를 차지해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하며'라고 설명을 붙여줘야죠. 그리고 '탓'은 안 좋은 일에 써야 하는데 이게 '코로나 확진자 적게 나온 지방 탓'을 할 사안인가요?
두번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상품 중심의 CM보다는 코로나에 대처하는 점포의 위생관리와 환기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방영했다. 실제 소비자 대상 설문 조사를 분석해보면 “점포의 위생 환경 영상”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고 답했다. 일본에서 말하는 “위생 마케팅”이 먹혔다.
-> '두번째는'이라고 시작해서 설명을 주욱 하다가 '방영했다'로 끝납니다. 마루가메제면이 광고를 이런 식으로 했다고 설명하려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의 설명이 빠졌죠. '두번째는 광고 정책이다' 이런 식으로 선은을 하고 그 뒤에서 설명하면 되잖아요? 그리고 '실제 소비자 대상 설문 조사'에서 '실제'는 필요 없습니다. 소비자 대상 설문 조사는 무조건 실제니까요. 마지막에 '위생 마케팅이 먹혔다'도 혼자 놀고 있네요. 여기에선 '위생 마케팅이 먹힌 셈이다'처럼 더 좋은 표현이 있었을텐데.
세번째는 테이크아웃 대책이다. 1탄으로 나간 “위생 마케팅” 후속으로 테이크아웃 CM을 방영했다. 그동안 없었던 테이크아웃 메뉴를 판매하기 위해 전용 용기도 개발했다. 면이 불지 않도록 2층 구조로 만들어 집에 도착해 시간이 경과한 뒤에도 쫄깃한 면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튀김 등 토핑은 별도의 상자에 담았다.
-> 이 문단은 그나마 정상적인 편입니다. 다른 문단하고 비교하면요. '테이크아웃' 대신 '포장', 'CM' 대신 '광고'를 쓰란 소린 안 할래요. 우동을 포장해서 무조건 집에 들고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이 경과한 뒤에도 괜찮다'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지적도 안 할래요.
테이크아웃의 일등 메뉴는 금년 4월 출시된 “우동도시락”이다. 특히 저녁의 경우 우동만 먹기에는 약간 모자란 듯한 성인을 위해 튀김과 반찬을 얹은 우동 도시락은 반주와 함께 즐길 수도 있는 볼륨감 있는 도시락으로 심지어 가격도 390엔부터 시작한다. 손님들에게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도시락 느낌의 4각 용기를 채용해 이동의 안정성은 물론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또 자전거 이용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 짐바구니에 실을 때 적재량이 둥근 용기에 비해 2배 이상 운반이 가능하다.
-> '특히 저녁의 경우'에서 특히는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고요. 아.. 그냥 이 문장 자체가 다 마음에 안 듭니다. '우동만 먹기에는 약간 모자란 성인을 위해 튀김과 반찬을 얹었다' '반주와 함께 즐길 수도 있는 볼륨을 자랑하며 가격도 390엔부터 시작해 저렴하다' 같은 식으로 끊으면 안 되나요? 문장을 길게 쓰면 잘 쓴거라고 착각하는 시대 착오적인 사람이 아직도 남아 있을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사각 용기를 손님에게 주지 사장한테 줄까요? '손님들에게는'은 왜 붙였는지. '어머니가 만들어준 느낌'과 '학창시절'은 같이 붙여야 하고, '이동의 안정성'과 '적재량'을 같이 붙여야지 왜 전혀 상반된 주제를 한 문장 안에서 같이 가져가려 하나요.
코로나 이전 음식점 평점은 온라인에 올라온 지수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팬데믹 시대는 기본으로 돌아가 ‘QSC’에 충실한 점포를 선호한다. Quality (품질), Service (서비스), Cleanliness (위생)의 3개가 고루 균형을 가져야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음식점 컨설턴트는 조언한다.
-> 한국에선 오히려 온라인 리뷰를 보고 평가를 많이 하지 않나요? 저 주장의 근거를 도통 모르겠군요. 그리고 'QSC 3개가 고루 균형을 가져야'는 틀렸죠. 균형은 가지는 게 아니라 '이루는' 것이니까요. 또 마지막의 음식점 컨설턴트는 정체가 뭐죠? 무슨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마무리가 안 되니까 가상의 존재를 하나 불러낸 것 같네요.
네이버 메인에 걸리는 것 절반이 광고라고 생각하며 봅니다. 아는 분이 동업하다가 넘긴 음식점이 엄청난 기술력을 지닌 맛집으로 소개되는 기사를 몇 번이나 보고, 그 분한테 여쭤보니 아니나 다를까 넘겨받은 사람이 돈 쓴거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짜증납니다. 돈 받고 쓴 글이라면 더더욱 제대로 써야죠. 그쵸?
써놓고 보니 저도 인생 참 피곤하게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