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거 다놀앗고 연휴다끝낫다고 이제 현생 살러가야한다는생각에 세상이주저앉는 이 무엇 같은 기분을 뒤로하고 집으로 쏩니다. 으레 그렇듯 꼴에 125찌찌짜리 섬짱개산 딸토바이 타는 주제에 가민이며 고프로며 온갖 고급 스포츠 브랜드 로고가 그려진 스티커로 도배해놓고선 뚝배기 두세번 터지고 차단봉까지 처맞아서 속은 걸레짝이 된 국산 싸구려 헬멧을 쓰고 두번 세탁기에 삶은 3천원짜리 당근발 짭에어팟을 귀떼기에 쳐박고 가수 21학번의 신곡을 틀며 꼴랑 몬스터에너지 한캔짜리 사이즈 엔진의 비명횡사를 등한시 한 채로 볼륨이 올라가지 않음을 하소연하며 출발합니다.
계획대로라면 도착하고나서 바로 과외학생 집으로 갈려고 계획을 했거든요. 생각해보니 과외시간이 늦을거같아서 열라 쐇는데 학부모님께서 개인사정상 늦게와달라고 문자하시는군여. 시간이 잠깐 비어서 시 외곽도 둘러보고 피톤치드도 빨겸 대충 시 외곽에 촌동네 좀 돌았는데
웬 고라니 한마리가 도로에 가만히 서 있더군여. 어차피 통행량도 적은 외곽 지역의 도로이다 보니 가만히 보고 있었습니다. 빵을 눌러도 미동도 안 하길래 쌍라이트 몇번 갈겨줬더니 슬금슬금 움직이긴 하던데, 그 움직이는 것도 결국 도로 위를 걸어다녔였져. 저거 좀 위험하겟다 하고 슬슬 땡겨서 출발할려고 했는데요.
정말 차가 단 한대도 안 다닐 것만 같던 도로에, 웬 시내버스가 반대 차선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군요. 이건 좀 위험하겠다 싶어서 일단 바이크 세우고 버스쪽으로 쌍라이트와 경적을 갈겼습니다. 근데 버스는 신경도 안 쓰더만요. 고라니와 거리가 약 2m쯤 남은 시점에서 버스가 뒤늦게 고라니를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치지만, 그 무거운 버스가 금방 멈추나요.
진짜 바로 앞에서 고라니가 바퀴 틈 사이로 들어가 처참하게 갈려버리는 모습은 진짜 처음 보는데, 참 기분이 좋지 않네요. 뭐 솔직히 아반떼 같은 차에 치였다면 그냥 한번 치고 차는 멈추고 고라니는 튕겨져 나갔었을텐데, 그런거도 아니고 대빵 무거우면서 고속으로 질주하는 시 외곽도로의 시내버스 바퀴 사이로 갈려버렸으니 꿈도 희망도 없네요. 진짜 더 압권인건 후각이었는데요, 무슨 생물학적인 뭔가가 터져서 타버리는 냄새랑 비릿한 냄새가 풍겨오는데 참 쉽지 않았네요. 블박은 공임이 비싸서 안 달았는데, 이거 찍어놨었더라면 그래도 나름 한밤중의 시골을 운전하는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됬을지도.
사실 그 전에도 전국 여행을 하면서 고라니를 두 마리나 마주쳤습니다. 심지어 한 마리는 와인딩을 타다가 마주친 거라, 뭐 반사신경으로 미리 발견하고 제동해서 잘 피했지만, 미처 확인을 못 했거나 본인의 반사신경이 부족했다던가 한다면 그 고라니를 쳐 버렸겠죠.
운전자한테 과실이 있어서 고라니를 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라니한테 과실을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어쨌든 피해는 둘 다 입으니 참 애매하네요. 그냥 이런것도 운명이다 하고 받아들여야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지금 eagle을 쓰는 지금시접까지 그 고라니 터진 냄새가 떠올라서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지만...
어쨌든 조심하십쇼
그리고 그... 바이크 타실땐 시골에선 특히...
후사경으로 뒤를 잘 보셔야 합니다 시골이 더 위험한데
뒤에서 바이크를 밀어버리는 사고가 은근 많이 일어나서
상시 뒤를 잘 확인하는 라이딩 습관을 가져야합니다
운행중이든 신호대기중이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