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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21.06.10 02:11

오늘의 헛짓거리(장문)

 

 

부모님 가게를 도와드리면서 고냥이랑 놀고있는데 어디선가 강렬한 열기가 느껴지더랩니다.

 

IMG_1715.JPG

 

열기의 원인은 바로 이것. 초초초 구형 변압기였죠.

 

진열장 안에 있던 기존 형광등 조명을 떼고 12V LED 조명을 달면서 아버지가 붙여놓으신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삭았는지 집어들었을 뿐인데 바스러졌습니다.

 

IMG_1716.JPG

 

제조년월일을 봅시다...

 

1997년?

 

아버지... 대체 뭘 주워다 쓰신거에요...

 

IMG_1717.JPG

 

회로를 뜯으니 이렇게 생겼습니다.

 

수동으로 220/110V를 변환하는 탭이 있고, 크고 아름다운묵직한 변압기 코어가 달려있죠.

 

반도체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가정에 인입되는 교류전기의 주파수인 60Hz를 그대로 사용하여 변압하려면 변압기 코어가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IMG_1718.JPG

 

출력단에는 이처럼 정류 회로 기판이 붙어있습니다. 출력에서 나오는 사인파 12V를 다시 전파정류하여 직류로 만들어주는 회로지요.

 

IMG_1719.JPG

 

한번 출력단에 오실로스코프를 물려 측정을 해봅시다

 

 

IMG_1720.JPG

 

아니, 아주 어메이징한 파형이 나옵니다. 이게 직류야 교류야 대체

 

리플이(XRP 아님 ㅎ) 널뛰기하는 전형적인 과부하 변압기의 출력을 보이고 있군요. (아직 부하 LED를 떼어내지 않은 상태입니다.)

 

IMG_1721.JPG

 

부하를 떼어내자 평활화된 직류 전압이 나타나고, 값은 17.2V로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 변압기 정격전류가 대체 몇 A였죠?

IMG_1715 (2).JPG

 

0.6A네요. 

 

떼어낸 LED 부하를 가변직류전원장치에 연결하여 측정해봅시다.

 

IMG_1722.JPG

 

......

 

아버지....

 

오실로스코프 측정 파형의 피크값인 13.8V를 인가하면 전류량은 최대 1.2A를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기 정격 용량의 두배로 혹사당하고 있었네요. 어쩐지 나도 잘 굴리더라니 짬에서 나온 바이브셨네. 칵 퉤

 

 

IMG_1723.JPG

 

24년된 변압기의 고통을 그만 끝내주기 위해 시장에서 주워온 3천원짜리 변압기를 꺼내봅시다.

 

IMG_1724.JPG

 

요놈은 이런 괴랄한 파형을 보여주는 변압기입니다. 변압기 코어를 통과하는 전압은 어찌됐든 교류전압일 수 밖에 없는데 이놈은 정류 및 평활회로가 전무하거든요. 게다가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고주파 변압이기까지 합니다. 기본적으로 정류 회로가 내장되어 있는 전구를 끼워 사용하는게 전제되는 제품이죠.

 

 

IMG_1725.JPG

 

서랍을 뒤져보니 해당 제품의 소켓에 끼워서 사용하는 전구가 있었습니다. 이놈의 정류 회로를 떼어내서 써봅시다.

 

IMG_1726.JPG

 

정류부와 정전류 IC, 인덕터와 커패시터 및 피드백 저항이 있군요.

 

U1 이라는 실크프린트 우하단에 있는 IC가 정전류 IC입니다.

 

사진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나 이름은 MT7201이라고 하는군요. 데이터시트를 찾아봅시다.

 

스크린샷(1365).png

 

이런 젠장, 문서 이름부터가 1A LED 드라이버입니다.

 

13.8V에서 1.2A, 12V에서 0.886A였으니 대충 13V쯤의 전압이 인가되겠군요.

 

하지만 문제는 제가 이 주문을 받았을 때 더 환하게 하고 싶다는 엄니의 요구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1A로는 택도없지요. LED 바의 갯수를 늘려야 하거든요.

 

따라서 이 건은 기각. 다른 방도를 찾아야합니다.

 

IMG_1728.JPG

 

별 수 없이 24년된 전파정류 회로를 뜯어서 사용합시다.

 

IMG_1729.JPG

 

아주 오래된 세라믹 커패시터와 전해 커패시터, 그리고 IN4002 다이오드가 보이는군요.

 

IMG_1730.JPG

 

모두 제거했습니다. 확실히 옛날 회로는 강인하군요.

요즘 나오는 PCB는 좀만 인두를 잘못 갖다대도 테에엥 인두기상 화끈해진 레후 와타시의 패드가 이탈해버리는 데샤아아악 하면서 그대로 파킨해버리는 일이 잦았는데 저의 서투른 실력으로도 단 한군데의 이탈 없이 모든 소자가 잘 떨어져나왔습니다.

라떼를 찾는 어르신들의 기분을 알것만 같아요

 

IMG_1731.JPG

 

이제 실크프린트의 기호를 보고 가지고 있는 비교적 신선한 소자로 갈아줍니다.

 

커패시터는 동일한 25V 내압에 용량이 2200uF이던 것을 4700uF로 갈아줬습니다. 오디오용으로 제작된 것 같던데 루비콘이라고 하는 회사가 그런 거 제작하는데 맞나요?

 

IMG_1732.JPG

 

전원을 올려봅니다. 11.69V로 12V에 아주 근접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연기가 올라오는 것 같고 뜨뜻한 열기가 느껴지네요?

 

 

 

Honeycam%2B2021-06-10%2B01-36-53.gif

<빨리감기한거 아닙니다...>

 

단! 4초!만에 100도를 찍어버리는 경이로운 발열! 이게 전열기인가 싶은 의심이 들었습니다.

 

제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원래 회로의 작동 조건은 60Hz에서 작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판상에 있는 세라믹 커패시터는 이 60Hz 교류전원에서 간혹 발생하는 고주파 전원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근데 제가 인가한 전원이 뭐였죠?

 

IMG_1724 (2).jpg

 

네, 코어 크기를 줄이기 위해 트랜지스터와 발진회로를 사용해 주파수를 무진장 땡긴 변압기였습니다.

 

IMG_1724 (3).jpg

 

그것도 kHz 단위의!

 

커패시터는 동일한 소자라고 해도 인가 전원의 주파수가 높을수록 리액턴스가 낮아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리액턴스는 소자가 이상적이라고 가정할 때 저항성분을 일체 갖지 않는 인덕터(코일)와 커패시터(콘덴서)가 교류 전원 하에 놓일 때, 고유의 상수값인 인덕턴스와 커패시턴스가 직류전원에서와 달리 일종의 저항처럼 작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면 부하와 병렬로 연결된 커패시터쪽으로 고주파 전압에 의해 전류가 줄줄줄 새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죠. LED 부하쪽으로는 전류가 얼마 흐르지도 않구요.

 

IMG_1733.JPG

 

아니나 다를까, 11.69V 상황에서 LED 쪽으로 0.791A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면 대체 주파수필터용 커패시터 측으로 전류가 얼마나 샜길래 100도 제로백이 4초밖에 안걸리게 된ㄱ...

 

 

 

결국 몇번 테스트를 해보다가 회로 기판을 다태워먹고 변압기의 코일도 타버려서 못쓰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IMG_1735.JPG

 

싸고 좋은 중국산 어댑터입니다.

 

12V 1.5A 정격입니다.

 

이지스토어 8TB 사서 적출하고 남겨둔거죠.

 

 

IMG_1736.jpg

 

불 잘 들어옵니다.

 

 

 

결론 : 사서쓰자

 

 



  • profile
    이유제 2021.06.10 02:13
    여러분 여기 전자박사가있어요
  • profile
    낄낄 2021.06.10 02:15
    결론이 진리를 담고 있군요
  • profile
    title: 여우하뉴      루이 2021.06.10 02:21
    재밌는글 잘봤습니다
  • profile
    아란제비아 2021.06.10 03:10
    완성했다의 결말을 기대했지만 다른방식으로 완성이 되었군요
  • ?
    렉사 2021.06.10 06:33
    역시 고등학교 졸업하고 전자 쪽으로 길을 안 가길 잘했어요!

    분명히 예전에 배웠던 것 같은데 하나도 이해를 못 하는 매직☆
  • profile
    title: 민트초코애플마티니      양고기를 좋아합니다. 2021.06.10 11:39
    회로는 사쓰세요 제발...
  • profile
    title: 가난한까마귀      잠을 미루는 건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래서야. 2021.06.10 17:38
    22..제발 사먹읍시다...
  • ?
    노예MS호 2021.06.11 15:15
    사용된 모듈 전부 사서 쓰던거에서 적출한거니 사서 쓴거 아닐까요(!?)
  • profile
    Colorful 2021.06.10 11:40
    역시 집에서 해 먹는것 보단 외식이죠!
  • profile
    title: 고기부천맨      Life is not a game 2021.06.10 16:07
    뭔가 허무한 결말이네요... 쩝...
  • profile
    title: 귀요미까르르      프사는 맥주지만, 술은 못 먹음 2021.06.10 17:30
    닉네임이 괜히 노예가 아니셨..
  • ?
    아이들링 2021.06.10 18:08
    이런거 보면 엄청난 능력자신듯...모 유튜버도 해먹지말고 사서 먹으라는 말을 하던게 생각나는 결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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