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집이 팔렸어요. 생각지도 못하게 계약이 되서 이 동네도 이제 안녕이구나 하고, 들뜬 마음으로 초밥도 사 먹고 동네 길고양이한테 작별 인사도 하고, 앞으로 이사나 일은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도 하고, 옆동네 사는 업체 아저씨한테 말씀도 드렸는데.
오늘 오전에 전화가 와서 계약이 취소됐네요. 사려는 사람이 디딤돌 대출인가 뭔가 받아서 사려고 했는데, 조건을 못 채워서 대출이 안 나온다고요. 대출이 안 나오면 취소될 수도 있고, 그럴 경우 계약금은 돌려줘야 한다고 합의하고 계약하긴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될 줄이야.
때문에 이사부터 시작해서 가구를 뭘 더 사야 하고 랜 공사는 어떻게 해야 하며 인터넷 이전 절차라던가 자동이체는 어떻게 취소하는지 등등등 일주일 동안 생각했던 온갖 잡다한 것들이 다 허상이 됐고, 집 매매계약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운이 쭈욱 빠집니다.
이게 비싸고 맛있는 걸 먹어서 해결되는 기분이 아니라, 그냥 밥맛이 뚝 떨어지는 기분이라서 더더욱 힘이 빠지는군요. 이럴때는 그냥 침대 위에 바다가오리처럼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지만, 일이 잔뜩 밀려 있으니 그럴 여유도 없네요.
정말 허탈하실텐데 기운 내시라는 말밖에 못하겠네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