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런저런 이상한 물질의 냄새를 많이 경험해보게 되었습니다.
(약간은 유년기의 호기심이고 약간은 취미, 나머지는 직업입니다)
딱히 건강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저한테는 익숙해져서 크게 불쾌감이 없는 냄새라지만 이게 문제가 있었습니다.
자연에도 몇몇 화공약품과 같거나 유사한 냄새를 내는 물질이 곳곳에 있어서,
남들한테는 일상적인 물건이나 음식으로 느껴지는데 저한테는 가장 먼저 후각이 약품으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예시를 들자면 사과를 깎거나 자를 때 나는 냄새의 일부는 순간접착제(시아노아크릴레이트) 냄새와 아주 유사합니다.
화학 전공자한테 물어보니 둘 다 에스테르 화합물에 속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유난히 느껴지는 아세톤 냄새 때문에 위스키도 입맛이 쓸데없이 고급이 되어버린 것도 덤입니다.
그건 그렇고, 치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좋아하는 분이 또 있나요?
보통은 치과 하면 공포의 대상이지만 저는 치과가 싫지 않았습니다.
태생적으로 신체적 고통에 둔감한데다 소독약 냄새나 드릴 소리가 있으면 편안해지고 몸이 늘어지기 때문에...
어렸을 때 치과에 가면 복숭아차도 있고 책도 많고 해서 (치아에 대한 과학책..)
집이나 학교보다 재밌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던 그런 기억들이 어렴풋이 있습니다.
옛날 공중전화 수화기에서 나던 특유의 냄새도 좋았는데 말입니다. 아.
저는 요즘 밖에서 뭔가 자꾸 냄새가나는데 TCE냄새라고만 생각이 듭니다. 분명 다른냄새일텐데
어떤병원에는 작안의 샤나 원서가 있었다던데 다니시는 치과는 좀 좋은데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