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것 저것 일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갖고 싶어하던 스위치 게임이 중고로 나왔는데.. 파시는 분이 직거래만 가능에 장소가 왕복 3시간 거리라서 미루고,
고깃집에 다녀오려다가 아버지께 말씀 드렸더니, 아버지께서도 같이 가고 싶어하셨는데, 서로 시간도 안 맞고 조건도 안 맞아서 그것도 미루고,
뭣보다.. 최근?에 글 올린 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공장의 작업 현장에, 과장님 심심하지 말라고 구형 데탑을 하나 놔드렸는데, 그게 위치를 바꾼 이후부터는 안 켜지고 있어서, 몇 주째 주말마다 그것에 매달려 있었고, 이번 주말까지도 해결을 못하면, 그냥 동네 중고 가게에 가서 하나 업어 오려고 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금요일 저녁 때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화장실을 다녀오는 저를 과장님이 부르시더니
"야, 넌 도대체 사무실에서 뭐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일하죠, 놀겠어요?"라고 했더니만, "야, 네가 그렇게 바뻐?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만 일할 정도로?"라면서 "너도 제품 뒷마무리 일 좀 해! 사장님이 혼자서 계속 그거 하시느라 손에 물집이 잡히셨다잖아! 넌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빈둥거리지 좀 말고, 너도 일 좀 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 공장에서, 과장님이 제품 생산하고, 사장님이 제품 뒷마무리(이바리 따는 작업)하시고, 아줌마 둘이서 조립하고, 제가 완성품을 포장하는데요.
저는 사무와 경리도 보고, 손님 응대도 하고, 원료도 나르고, 계단 청소도 하고, 은행도 다니고, 아무튼, 잡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고, 다른 일이 없으면 툭하면 놀러 나가시는 사장님 대신에 제품 뒷마무리도 제가 대신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유럽 거래처들이 유럽 인증인 CE가 더 복잡해졌다면서, 해당 자료들을 요청해 오는 바람에 그거 수정 및 편집하는 일을 주로 하느라 제품 뒷마무리는 아무래도 그야말로 뒷전이 되었습니다.
뭐, 전부 다 눈으로 보이는 작업물(제품)을 만드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저는 말 그대로 그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거나, 보이더라도 끽해야 서류 몇 장 만들어내는 게 전부이다 보니, 사장님도 그렇고 공장 사람들 전부 다, "저건 맨날 컴퓨터나 두드리면서 노는 월급 도둑이다"라는 취급을 받아온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기는 하고, 그래서 도저히 못 참겠기에 올해를 마지막으로 때려치려고 하는 거고요.
아무튼, 저는 몇 주째, 주말을 반납하고 과장님이 일하시다가 심심하지 않도록 데탑 꾸미는 것만 신경 쓰고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확~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차피 올해까지만 여기 있을 건데, 내가 더 이상 뭐하러 참고 신경 써주나? 싶어서, 그냥 애초의 계획을 접어 버리고, 과장님 PC 따위는 알 바 아니다~라면서 그냥 뒹굴거리면서 유튜브나 보면서 정말 오랜만에 여유로운 주말을 보냈네요.
전산, 사무, 서류작업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은게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