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기사단이 마지막 메인스트림이었던 시절, 20명 남짓한 소규모 길드에 가입해서 마비노기를 플레이했었습니다. 마비노기라는 게임이 오래돼서 그런지 제가 가입한 길드는 아버지뻘 50대 길마 삼촌과 곧 결혼하는 30대 부길마 눈나 둘이서 운영했는데, 두 분 다 나이가 있으셔서 길드 내 마찰이 생기면 조용히 타일러 별 문제없이 잘 돌아갔습니다.
어느 날 부길마가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며 나름 가족같이 지내던 길드원에게 하객으로 참여하는 거 환영한다고 글을 작성했습니다. 결혼식장의 위치가 수도권이라서 지방에서 사는 몇몇 길원은 멀어서 못 가는 대신 마비노기 수표나 아이템으로 축의금을 주겠다며 부길마 우편함에 낭낭하게 넣어놨습니다.
대충 이런거
부길마의 결혼식날이 되었고 근처에 거주하는 길드원 몇 명이 실제로 결혼식장에 가서 축의금을 넣고 축하해준뒤 식사를 하고 나왔다며 길드채팅에 올라왔습니다. 이후 부길마는 신혼여행 때문인지 한동안 접속을 하지 않았고, 가끔가다 마비노기 모바일톡으로 길드채팅에 신랑이랑 잘 지내고 있다며 근황을 조금 남긴정도...
어느 날 게임 들어와 보니 부길마가 접속해있고 길드원 한 명이 나가 19명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 결혼식에 참석한 길드원 1명이 5만 원을 축의금으로 냈는데 결혼식장 뷔페가 맛없어서 뷔페 요금과 교통비를 합쳐 5만 원을 환불해달라고 길드채팅에 진상을 부렸다고 합니다.
요즘 지방 결혼식장 뷔페 가격.jpg
신혼여행 다녀왔더니 "잘 다녀왔냐"라는 말이 아닌 축의금부터 환불해달라는 길드원이 있다니 부길마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을 겁니다. 그때도 결혼식장 식대가 1인당 4만 원 조금 안 되는데, 5만 원 내놓고 4만 원을 환불해달라고 했으니... 아니 환불해달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죠.
옛날에 결혼한 길마삼촌과 다른 길드원들도 채팅으로 축의금 환불 빌런을 말렸으나, 그 길드원이 진심으로 환불해달라고 해서 부길마는 알았다며 5만 원을 전액 환불해줬고, 축의금 환불 빌런은 스스로 길드를 탈퇴했습니다.
그 뒤에 평소 축의금 환불 빌런이 중2병 같은 컨셉으로 행동하길래 아직 머리가 덜 굳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랬을거라며 길원들이 위로해줬습니다. 나중에 축의금 환불 빌런이 마비노기밖에 모르는 20대 백수 마창인생이라는 말을 듣고 머리가 띵. 그때부터였을까요. 백수 겜돌이만 보면 사회성 축의금 환불빌런이랑 비슷한 사람일거라는 편견을 가진게...
지금은 마비노기를 안하지만 아직도 마비노기하면 축의금 빌런만 생각나네요.
쓰다보니 개노잼썰이라서 보는 제가 잠이 오네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