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침이 막 12시를 넘긴 참이었다.
나는 일전의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놀란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허한 속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무언갈 먹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먹고 있던 게 죽이었다.
노오랗고 단 단호박 죽.
부드러움이 목에 걸렸다 넘어갈 때면 끔찍함이 멀리 사라지는 듯 했다.
어쩌면 난 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어느날의 주말처럼 부지불식간에 지나가고야 말았다고, 그리 바로 내일 회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잔악한 어둠의 세력은 내게 망각이란 외면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그 놈은 보란듯이, 시야의 구석에 자리해 있었다.
대체 어째서?
여긴 놈들이 평소 머무는 곳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 알기로는 그랬다.
...그렇다면 저렇게 징그러이 허공을 더듬는 작대기는 왜, 또, 이 자리에서, 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가?
방금 너의 동족이 명을 달리했거늘 네 정히 내게 이리 모질이 대해야 했더냐?
오냐. 오늘 내 끝을 보고야 말 것이다.
불쾌함과 생존의 기치 아래 존재한 암묵적인 협의-공존은 더이상은 없다. 이제 너희가 보이는 대로 족족 잡아 명을 끊으리라.
이미 더렵혀진 손, 더 더럽혀진다 하여 문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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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었습니다 ㅠ
아..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