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을 보는 법'에 가깝습니다.
날씨의 아이의 스토리 구성에 대해서는 먼저 공개된 일본에서도 찬반 양론이 많습니다.
저처럼 개연성이나 구성이 신카이 감독의 구 작품보다 훨씬 나아졌고 치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너의 이름은'과 비교해서 많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 언급하면 스포가 되어버리기에
이 글에서는 앞으로 날씨의 아이를 볼 예정이신 분들 중에,
'너의 이름은'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 입문하신 분들을 위해서 좀 더 영화관비 11000원을 즐겁게 즐기는 법을 설명드립니다.
■스토리에 대해서
저는 인간이란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업계나 만화 업계에는 정말 엄청난 대작 한 작품만을 딱 남기고
마치 없었던 사람처럼 사라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인간이 주어진 생애를 살면서 할 수 있는 경험에는 한계가 있고 그 경험에서 지을 수 있는 스토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 뒤에 남는 것은 소설가라면 얼마나 필력이 있는가, 만화가라면 얼마나 그림을 이쁘게 그리는 가의 차이입니다.
태생부터 자주 제작 애니메이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에게는 그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와 '별의 목소리'로 시작한 그의 여정, 신카이 마코토가 자신의 경험으로 부터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초속 5센티미터'에서 끝을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그 이야기에 후일담이나 번외편이 있었다면 '언어의 정원'이 있겠지요.
(<초속 5센티미터> DVD 인터뷰 "이제는 완전히 대중성을 의식한 상업적 애니메이션의 길로 갈 것")
다만 사람의 삶은 그렇게 간단히 클라이맥스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됩니다.
신카이 감독은 계속 영화를 만들지요 특히 첫 대규모 재작진 작품인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를 진행하면서
원화가인 츠치야 켄이치 씨를 만나게 되고
그 후 츠치야 켄이치는 신카이 마코토 팀에 합류하여 '언어의 정원'의캐릭터 디자인과 작화 감독, '너의 이름은'의 작화 감독을 담당하여,
초속 5cm의 부족한 캐릭터 작화와 비교해 캐릭터의 퀄리티를 한층 올리게 됩니다.
츠치야 켄이치, 타나카 마사요시 및 RADWIMPS와의 만남, 그 외 우리가 알 수 없는 여러 우연의 일치 끝에 나온 '너의 이름은'은 대박을 터뜨리게 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저는 '너의 이름은'의 스토리는 '초속 5센티미터'의 자가 복제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떨어져도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판타지 요소와 해피 엔딩이 가미된 형태이지요. 하지만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자신의 클라이맥스는 이전에 끝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음 작품'을 바라는 상황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숨막힐듯 복잡한 사회에서 10대의 젊은 세대들에 격려해주는 이야기' 라는 태마를 가지고 다시 볼팬을 듭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다 쏟아낸,
소설가로서 남은 필력과
만화가로서 남은 화력만을 가지고
■신카이 감독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
'스토리'로써의 신카이 감독이 그리고 싶은 것이 이미 끝났지만
그렇다고 절때 날씨의 아이가 재미 없는 것이 아닙니다.
신카이 감독의 최고의 장점은 바로 장면에 있습니다.
실사 영화로는 (비용 상)찍을 수 없고 일반인들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리고 무엇보다 실사나 CG보다도 애니메이션으로 그렸을 때 가장 아름다워지는
신카이 감독 만이 그려낼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 2화 코스모나우트를 보면
타카기를 좋아하는 여고생 카나에가 드디어 파도타기에 성공한 날,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날
결국 타카기 앞에서 고백을 망설이고 울음을 터뜨리지만 그 때 로켓이 발사 됩니다.
하늘로 날아가는 로켓과 그 로켓의 먹구름에 지상에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드리우는 그림자.
스토리적으로 카나에가 오늘 고백할 수 있을지 없을지 가장 클라이맥스인 장면에서
"닥치고 날아가는 로켓 그림자를 봐! 엄청 이쁘지 않니?!"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인공도 여주인공도 관객들도 멍하니 날라가는 로켓을 쳐다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토리상 직전의 카나에의 고백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며
로켓 자체의 아름다움에는 그리 집중하지 못합니다.
그 증거로 '초속 5센티미터' 2화가 별로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네이버 블로그 등의 리뷰에서도 로켓 그림자에 집중해서 캡처해서 올려놓은 감상이 드뭅니다.
넵, 어떻게 보면 '그림만 이쁘다' 라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감상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만
여기서 조금 비틀어서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만, 이 감독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라는 부분에 집중하며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로켓의 그림자
- (실사라면 이렇게 않)푸르름이 무성한 여름의 정원을 교차하는 빨강 우산과 비닐 우산
- 구름이 아래로 보일 정도로 산소가 부족해보이는 높은 분지에서 전력으로 달리며 시간을 뛰어넘어 교차하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날씨의 아이'의 클라이맥스는 그 어느 작품과 비교해도 굴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졌습니다만
스토리상 코스모나우트의 고백장면과 마찬가지로 '이 다음엔 어떻게 될까?', '그래서 어떻게 되는거지?'라는 스토리의 분기점에서 그려지기에 처음보는 사람을 집중해서 볼 수 없게 만듭니다.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감상법으로는 장편 영화인 만큼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고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지는 것인 어쩔 수 없지만
스토리에 신경 쓰이는 마음을 절반 정도 나눠서, 그때 그때의 한 장면에 집중해서 실사 영화로는 찍을 수 없고 애니메이션으로 그렸을 때 가장 아름다워지는 신카이 마코토의 마술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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