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로 쓰는 옥탑방이 겨울만 되면 사람이 있을만한 곳이 못 됩니다. 전기를 부어가며 난방해도 춥고요. 꼬박꼬박 환기를 하고 공기청정기를 돌려도 저녁 때쯤이면 졸리고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전에 여기에 대해서는 몇 번 글을 쓰기도 했고요.
이사 온 첫 해에는 어떻게든 버텨보려 노력했고, 그 다음 해에는 다 포기하고 사진 촬영/테스트/편집만 위에서 하고 글쓰기랑 뉴스 포스팅은 마누라 컴퓨터의 모니터에 노트북을 연결해서 썼었는데요. 이제는 좀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냥 마누라 컴퓨터를 내가 쓰면 더 편한 거 아닌가? 어차피 컴퓨터 주인은 자주 쓰지도 않는데.
가장 간단하게 쓰려면 크롬 로그아웃하고 제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컴퓨터 주인이 매번 로그인하도록 만드는 건 좀 아니다 싶고요. 무엇보다 제가 극혐하는 이상한 시스템 최적화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서(마누라 흉 보는 거 맞습니다) 그냥 윈도우 자체를 전환하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남는 SSD를 들고 와서 거기에 윈도우를 설치하고 내 맘대로 셋팅한 후, 컴퓨터를 켤 때 부트 드라이브 선택 메뉴를 열어서 그걸 불러와서 쓰면 컴퓨터 주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 제 취향에 맞는 시스템이 나오겠구나 싶어 오늘 설치 작업을 했는데요. 하다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네요.
새로 윈도우를 설치하는데 기존에 만들어 둔 부팅 USB가 먹통이다->루퍼스 깔아서 다시 드라이브 설정
초기 프로그램 설정을 해야 한다-> 몇 가지 대충 했지만 지금도 1/3 정도밖에 못함
마누라의 새끈한 애플 키보드에 손대 묻히기 싫다->남는 내추럴 키보드 들고 와서 연결
버튼 몇 개 없는 지프로 쓰기 싫다->남는 에붕가 마우스 들고 와서 연결
새 키보드와 마우스를 써 보니 갑자기 사용기를 쓰고 싶어졌다-> 다시 뜯어서 사진 촬영하고 소감 메모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한다고 선을 헤집었더니 스피커에서 화이트 노이즈 발생 -> 선 겹치지 않게 정리
이제 보니 CPU가 라이젠 5 3600이네 -> 남는 5900X라도 꽂아줄까
그럼 쿨러도 레이스 쿨러 말고 다른걸로 -> 남는 수냉 쿨러를 꽂으려면 케이스를 엎어야 하는데
게임은 안하지만 지포스 GTX 1060이 왠말이냐 -> 그럼 남는 그래픽카드
아... 하다보니 한도끝도 없으니 CPU/그래픽카드 교체까지는 안할랍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