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등학교 때 이야기입니다.
어머니가 다니는 사찰의 주지스님께서 너 방송장비 잘 다루니까 이번에 새로 들어온 방송장비 설치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셨습니다. 방송이래봐야 tv나 카세트테이프를 방송용 스피커에 연결하는 게 다였지만요.
그래서 갔는데 그 새로 들어온 방송장비가 아이팟 클레식이더군요. 80기가쯤 되는 용량 안에 온갖 범패와 설법, 염불이 차 있었죠. 보니까이미 큰 절에서는 컴퓨터나 MP3로 방송하고 있었다 하네요. 그런데 딴 기기는 버튼 많은게 복잡해 보여서 고르셨다나..
한시간동안 사용법과 스피커 연결법을 알려드렸는데 연세가 70이 넘으셔서 적응을 잘 못하시더군요. 하지만 한달동안 낑낑대며 배우시고 저에게 계속 물어보시고 하시더니 나중에는 쉬거나 하실 때는 마치 요즘 세대처럼 이어폰 꽂고 들으시더라고요.
전 스님이 아이팟 쓰시는 것보다 각종 경전과 자료를 넣은 아이팟을 해인사에서 공급하고 있던 게 신기하더군요. 또 저 아이팟만 보고 스티브 잡스가 아마 불교를 믿는건가 하고 짐작하는 통찰력도 말이죠.
대체 아이팟의 디자인철학이 어떻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