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급 키보드에 빠져서 이것저것 사보다가 2월에 고오급 키보드 킷 공제에 참여했습니다.
그 와중에 키크론 Q1 두대를 거쳐 현재는 Q8을 사용중이었고요.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지난 주 도착해 제작했습니다. 영구 소장을 생각하고 구입한 TKL 배열 키보드 키트입니다.
중국 Vertex Studio의 Angle TKL R2
보르도(레드와인) 컬러, 알루미늄 플레이트, F13 윈도키 사양으로 주문한 메인 키트, 추가로 PCB 한장과 알루미늄 하프 플레이트를 구입.
아노다이징, 매트릭스랩 코팅 두가지 버전으로 색상별로 차이가 좀 있었는데, 빨강색에 빠져있는 저로서는 보르도 색상 외에 달리 눈에 가지 않았습니다. 기본 구성으로 아노다이징 된 보르도 색상 상판 케이스와 검정색 하판 케이스, 샌드블라스트 처리된 황동 무게추 입니다. 무게추는 DLC 코팅 미러 피니쉬 스테인리스 스틸 무게추로 변경하는 옵션이 있었지만 검정 바닥판에 황독 무게추가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았고 정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황동 재질 특성을 대비해 산화방지 코팅이 엹게 들어가있긴 하지만 손에 땀이 많으면 점차 산화 얼룩이 생길 수 있다는군요. 방향키 위에 들어간 엑센트의 경우 삼각형으로 뚤린 창 아래 월장석(문스톤)이 들어가있습니다. 각도에 따라 반사되는 푸른빛이 감도는 회색의 장석입니다.
바닥면 모습. 황동 무게추가 검정 하판과 대비되면서 엑센트로 돋보입니다. 레드-골드-블랙 조합이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색상 조합.
최근 공제들에선 드물게 납땜전용 PCB만 생산되었습니다. 납땜 경험은 나름 있었던지라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았는데, 키보드 PCB는 처음 다뤄보는것이라 저렴한 킷으로 여름에 미리 연습을 좀 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스위치와 스태빌라이저를 장착 후 땜질 완료. 크라이톡스 205g0와 105g0로 윤활한 프라임키보드의 알파카 스위치를 사용했고 스페이스바에만 타건음 개선을 위해서 노블키 크림 스위치를 사용.
알루미늄 하프 플레이트를 사용해 알파벳 열들의 타건감이 매우 푹신푹신합니다. PCB 또한 이를 위해 커팅이 들어가있습니다. 마운팅 방식은 리프스프링과 개스킷 조합이며, 리프스프링의 움직임을 고려해 하판 간격을 줘서 오목하게 패여있습니다.
PCB 모습. 알파벳 열 자리에 들어가있는 플랙스 컷. 추가로 구입한 두번째 PCB는 핫스왑 제작을 위해 밀맥스 (Mill-Max) 3305-0 소켓을 구입해 납땜 제작했네요. 핫스왑으로 제작할 경우 다양한 스위치와 보강판을 교체해가면서 다양성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스위치를 직접 납땜한 것에 비해 지지강도가 대폭 떨어지고 스위치가 빠질 수 있다보니 무보강, 하프 보강판 사용은 불가능하다고 봐야합니다. 공방에서 핫스왑 PCB를 제작해 판매해주면 간편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키보드 핫스왑 전용 소켓들의 경우 내구성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밀맥스 소켓을 사용할 경우 최소 1천회 교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케일, 게이트론 핫스왑 소켓은 200회 정도의 내구성이 보장되는데, 이마저도 탈착시 조심하지 않으면 납땜부위 패드가 박리되거나 소켓 핀이 망가져 납땜 수리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완성 후 모습. 키캡은 GMK White on Black을 사용, ESC는 Drop에서 공제한 Matt3o 우크라이나를 위한 키캡, F13은 Domikey 공제 HolyOOPS 다크소울 테마 알루미늄 아티산 키캡을 사용했네요.
완성된 키보드의 타건음은 여기서.. https://youtu.be/jvXB8qUvlO4
푹신푹신한 타건감 https://twitter.com/xeon_thebrick/status/1584359729962561536
처음 제작해본 프리미엄 커스텀 키보드,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신규 디자인 공방임에도 CNC 세공 퀄리티나 R1과 프로토타입 과정에서 발견된 단점들이 모두 수정되어 여타 공방들 못치 않은 수준을 보여주며 공제 참가자들 모두 극찬을 하고 있네요. 운이 매우 좋은 셈이죠. 많은 공방들이 단점을 보완하기는 커녕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들에 미흡한 검수로 종종 문제가 발생하는 업계다 보니요...
결과물이 굉장히 푹신한 타건감과 매력적인 타건음을 보여주어서 흡족하지만, 공제 제작과 배송을 기다리며 인내한 시간과 스트레스 그리고 결정적으로 키트와 키트에 포함되지 않는 준비물들 (키캡, 스태빌, 스위치, 추가 납땜재료) 포함 들어간 비용 (최근 환율을 고려해 약 100만원 상당)을 생각하면 그다지 추천하지는 못하겠습니다.
TKL 배열 키보드는 이제 이걸로 마무리 하고 콜렉션에 추가할 다음 목표는 이미 75% 배열로 잡고 물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