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학교 예비군이라 그야말로 "꿀을 빨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초과 학기가 되면서 바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속을 연초에 동네로 쫓아내버리더군요.
정부 시책을 충실히 시행하는 우리 학교, 정말 일 잘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3월 초에 향방 작계라고 하는, 동사무소 집결 후 동네 한 바퀴 6시간 코스... 상반기 후반기로 12시간 받아야 하고요.
병기본 훈련이라고 하는 동미참 훈련은 3일에 걸쳐 24시간을 채워야 한다고 하더군요. 출퇴근식으로 산에 쳐박힌 큰 예비군훈련장에 가게 됩니다.
직선으로는 터널 하나만 지나면 끝인데 고속화도로라 걸어갈 수 있는 건 아니고요.
버스로는 빙 돌아서 산을 피해가야 하더군요. 50분이나 걸리는 건 마을버스의 특징이지요.
그런데 오늘 예비군 훈련장에서 하는 내용은 학교에서 하루 받고 끝내는 것과 동일하더군요.
5가지 과제 완수형+안보 교육을 각 분대별로 선택하여 줄서서 빨리 받고 돌아오는 시스템이죠.
상당히 스피디한 진행이 마음에 드는데, 작년과 달리 15시 반이 아닌 16시 조기퇴소로 미뤄졌다는군요.
불합격 있는 사람은 그 때부터 추가로 이것저것 해야 합니다. 힘들겠어요.
저는 그래서 사격(영점 사격 탄착군 확인)과 수류탄 투척(진짜로 던지긴 하네요. 연습용 수류탄이라 귀엽게 터지지만...)은 바로바로 합격을 냈습니다.
사격은 M16 총을 사용하게 되는데, K2가 익숙한지라, 영 정이 안 가네요.
장전 손잡이가 제일 마음에 안 들어요. 땡길때마다 삐걱거리는 대우중공업스러운 느낌이 한국적이고 정이 가는데 말이죠.
M16 장전 손잡이는 손가락 브레이커 같아요. 검지랑 중지 조합으로 앞으로 당겨야 하니, 손바닥이나 가벼운 쥐기로 당길 수 있는 K2보다 불편합니다.
손잡이에 어버버버 하니 현역 용사 조교가 좀 도와주네요. 뻘쭘했어요.
다행히 무사히 끝나긴 했지만 이런 걸 연속 3일 출퇴근 형식으로 반복하는 건가 생각하니 좀 피곤합니다.
군복 입고 아침부터 오후까지 왔다갔다 하는 것도 참...
그래도 2박 3일 잠까지 자는 동원보단 낫겠지요. 그런 생각하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혹여 그렇게 될까봐 동원지정으로 배정되기 전 전국단위훈련 신청을 미리 해둬서 이렇게 연초에 훈련이 가능했습니다.
사실 이번 훈련 차수는 남들은 작년 보충격인지라, 우연히 만난 친구가 "너도 작년에 미뤄서 오늘 왔니?"라고 물어보더군요.
저는 자원해서 왔다고 하니 그 친구가 좀 놀라더군요.
아무튼 예비군 제도는 정말 괜찮은 것 같아요.
받는 입장에선 귀찮아 죽겠지만,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것도 있고 참 그렇습니다.
5년차는 무조건 동원 미지정이라고 하죠. 향방 작계만 하고 집에 보냈으면 좋겠는데, 저희 형 보면 6년차까진 병기본을 피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맞는 거겠지요...
하지만 외노자로 출국한다면...?
180일 해외 연속 체류시 겹치면 보류로 1년치 사라졌다고 하는데, 이젠 365일로 바뀌어서 예비군 훈련은 없어지지 않고 미뤄진다고 하죠.
받지 않은 훈련이 있다면 7, 8년차 때 괴롭히게 됩니다.
뭐, 취직 성공해서 한국 올 일을 안 만들면 되는 거긴 하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