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집에서요.
이야 야밤에 스펙타클하게 방탈출 찍었습니다. 화재 원인은 지금도 푸쉬시식 연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무슨 불이 1m넘게 치솟는대요;; 소화기따위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물에 적신 수건으로 껐습니다.
아이고야. 아직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이제 좀 정신 차리고 설명하자면... 부풀었다는 보조배터리 있었잖슴까. 제주도 추가배송비 그아아악 거리면서 여태껏 버티고 있었습니다. 물론 상태가 점점 심각해져서 실사용은 자제하고 있었지만 몇일만에 쓸일이 생겨서 충전을 하고, 방바닥에 뒀습니다.
...갑자기 연기가 피쉬시식 치솟으며 제 시선을 강탈하더라구요.
드는 생각은 '아, X됐다.' 당시의 저차원적이고 오묘한 생각은 이리도 단순한 내용을 품고 있었습니다.
물러나긴 했는데 3초도 되지 않아 불길을 아주 샤아아아아 하고 브레스마냥 내뿜더라구요. 뭐 어쩌겠습니까. 이 집구석엔 소화기도 없고. 그렇게 큰 불이 나리라곤 생각도 못해서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주변에 있는 거라곤 금속재질 케이스의 삼성 컴퓨터와 녹아내릴 뿐인 플라스틱 의자다리였어서, 다시 약간 침착해질 수 있었습니다.
침착해진 저는 '아, X됐다.' 라는 심오한 문장을 길게 늘어놓아뜨린듯한 생각의 나열을 음미하다가 여전히 치솟는 불길을 보며, 그리고 집안 가득 들어찬 연기를 보며 슬슬 행동에 옮겼습니다.
수건 갖다 물에 적셔서 덮었어요. 불길 잡는덴 이게 최곱니다. 하지만 이미 검게 연소한 무언가가 바닥에 흩뿌려져있고, 바닥도 다 그을려 탔고, 저 배터리는 아직도 연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제 한몸 희생한 수건은 꼼짝없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건 이제 어떻게 치워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ㅅ')/ 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이 정도면 다행인 거 맞죠?
이건 어떻게 치워야 할까요.
안 다치면 괜찮은 거에요.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