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본디 중원 지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입니다.
적어도 상고 시절(상나라, 흔히들 말하는 은나라)부터 구체화된 문자 체계를 가지고 갓 상형문자 티를 벗어나 진나라 이후 중앙에서 문자를 통폐합하며 본격적으로 표의문자로써 정립해 나갔죠.
시간이 지나면서 육서라는 한자를 구분하는 방법(물론 한자를 처음 만들 때 육서를 염두하고 제작한 것은 아닙니다. 후대의 분류법)도 등장하고, 문법적인 요소를 의미하는 글자(而나 已 등)나 본디 뜻이 분리되고 새로운 뜻이 문자에 덮어씌워지기도 하면서(自와 鼻 등) 문자 체계가 고도화되게 됩니다.
…어째됐든 결론은 2탄 쓰기가 귀찮아서 땜빵용으로 쓰는 글입니다. 그래서 가볍게 쓰는 이번 글의 주제는 관용음慣用音에 대한 글입니다.
관용음이라는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보시지 않으셨나요? 일본어를 공부하던 분이라면 운수가 왜 운유運輸인지 짐작도 안 가실 겁니다. 흔히들 속음俗音이라고 하는, 잘못된 읽기 방법이 굳어져 공식 읽기로 인정받은 경우입니다.
귀찮으니까 우선 한국의 예시만 들어 봅니다.
속음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한자를 읽는 방법인 반절反切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갈게요.
한자의 발음을 표시하기 위해 두 한자를 이용해 한 개의 한자의 발음을 표기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동東은 반절음이 德紅切인데, 반절상上자인 德에서 초성(성모)을, 반절하下자인 紅에서 중성과 종성(운모)을 빌려 읽습니다. 德은 덕이니 초성 [ㄷ]를 빌려 오고, 紅은 홍이니 중성과 종성 [ᅟᅩᇰ]을 빌려와 최종적으로 東은 [동]으로 읽게 되는 것입니다.
초秒: 抄(初敎切)에 이끌려서 본디 亡沼切로써 ㅁ+ㅛ로 읽어야 하나 ㅊ+ㅛ(→초)로 굳어졌습니다. 일본어에서는 [ビョウ]로, 중국어에서는 [miǎo]로 읽습니다.
만灣: 蠻(莫還切)에 이끌려서 본디 烏關切로써 ∅+ᅟᅪᆫ으로 읽어야 하나 ㅁ+ᅟᅪᆫ(→만)으로 굳어졌습니다. 일본어에서는 [ワン]으로, 중국어에서는 [wān]으로 읽습니다.
류謬: 본디 靡幼切로써 ㅁ+ㅠ로 읽어야 하나 어째선지 류로 읽습니다. 아마 謬의 방인 翏의 발음(力救切; ㄹ+ㅜ)에 이끌린 것 같습니다. 일본어에서는 [ビュウ]로, 중국어에서는 [miù]로 읽습니다.
점粘: 본디 女廉切로써 ㄴ+ᅟᅧᆷ으로 읽어야 하나 어째선지 점으로 읽습니다. 아마 粘의 방인 占의 발음(職廉切; ㅈ+ᅟᅧᆷ)에 이끌린 것 같습니다. 일본어에서는 [ネン]으로, 중국어에서는 [nián]으로 읽습니다.
속음은 말 그대로 다른 나라의 말과 글을 가져오면서 본디 발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형성에 치우쳐 잘못된 와음訛音을 확산시켜 발생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무지에 의해 관용음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관용음은 대체로 벽자에 많고, 저 네 한자는 그나마 유명한 한자인 편입니다.
그 밖에도 쇄刷가 있는데 반절음이 數刮切로써 ㅅ+ᅟᅪᆯ로 읽어야 하나 쇄로 읽습니다. 일본어에서는 [サツ]이고 중국어에서는 [shuā]라고 읽는데, 아직 이 한자가 어째서 쇄로 읽히는지는 찾지 못했네요.
일본어에서의 관용음은 대표적으로 교攪[カク]와 수輸[ユ]가 있겠고, 중국어에서의 관용음은 대표적으로 (됴→)조鳥[niǎo]가 있겠네요.
사실 국자國字랑 한국의 한자음에 대해서도 짧게 적으려고 했는데, 내일 출근이라… 일단 급하게 마무리짓고 오늘은 여기에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