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해봤자 배송만 늦어질 뿐이며,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일단 하라는 말이 있죠. 그래서 벼르던 카메라를 샀는데... 카메라 자체의 소감은 좀 더 써보고 포럼에 올리기로 하고 이건 그냥 중고거래만.
나름 나쁘지 않은 가격/구성으로 올라와서, 이건 분명히 내가 안 사도 남이 살거라고 판단, 간단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어요. 판매자 닉네임이나 문자 말투로 보아 100% 취미 생활로 카메라를 쓰는 아저씨인데.
중고 거래할 땐 무조건 판매자가 원하는 위치에서. 라는 불문율이 있죠. 구매자야 그냥 물먹고 끝이지만 판매자는 물건을 기껏 챙겨 나갔다가 물먹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도 지정된 장소에 갔어요.
결코 땅값이 싸지 않은 동네에 적절한 크기의 사무실이 자리잡았을법한 건물 앞으로 오라더니, 양복 입은 아저씨가 나오시더라구요. 그리곤 건물 바로 앞에 주차된 아우디 A8의 트렁크를 열어서 물건을 꺼내더군요.
저도 물건 한두번 판게 아니니 내가 싫은건 남도 싫다는 건 알잖아요? 그래서 버튼 주루룩 눌러봐서 기능 이상없는것 정도만 확인하고, 구성품 뭐가 없는지 물어보고. 사겠다고 했어요.
긁힌 상처 같은건 신경 안쓰죠. 그런거 따질거면 신품을 사던가 '상처 하나 발견할 때마다 만원씩 까드립니다'하고 비싸게 올려둔 자칭 신동품을 골라서 찬찬히 뜯어보던가 해야지..
그랬더니 이 분도 '내가 돈벌려고 파는 것도 아니고 허허허 젊은 사람인데 허허허'이러시면서 거래액의 끝자리를 그냥 안 받으시더군요. 액수의 절대값을 떠나서 어쨌건 기대하지 않은 금액이니 기분이 좋네요.
이야기는 잠깐 나눠봤지만, 관상(?)이나 분위기도 그렇고, 닉네임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강조), 쿨거래 네고도 그렇고, 아주 넉넉한 여유가 느껴지던 분이던데, 하뉴나 같은 스타일이라고 해야하나..
저도 물건 팔때는 좀 쿨거래가 됐음 좋겠는데, 산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팔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네요. 과연 얼마나 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