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전철역의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계단 뒤쪽으로 엄청 큰 목소리가 남자 노인의 들려오네요. '1호선은 어디서 갈아타야 돼?' 젊은 여자 목소리가 대답합니다 '모르겠어요' 그랬더니 질문자가 플랫폼 전체를 울릴 정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모르면 어떡해! 어디서 갈아타는지 알려줘야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거 실화냐 하고 앉아 있으려니, '저 여기 직원 아니에요'하면서 황당해하는 답이 들리는데, 아 어디서 갈아타냐고 버럭버럭 하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네요.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봐야 하려나 하고 고민이 좀 됐지만, 다행이도 주변에 있는 다른 어르신(남, 녀 모두 포함)들이 1층 올라가서 타면 된다고 몇번을 설명해서 무마됐습니다.
아.. 나는 저렇게 늙으면 안되는데. 곱게 늙어야 하는데. 꼭 저런 노인네들이 만만해 보이는 젊은 여자한테 저러지 팔에 문신한 근육 돼지한테는 아무것도 안물어보더라.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무인도에서 사는 게 답...이지만 자급자족할 능력이 없군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1층 올라가도 환승이 안되고 지하 2층에서 반대로 끝까지 가야 하는데... 뭐 역무원한테 다시 쩌렁쩌렁 큰소리 쳤겠죠.
흑흑... 나이드는게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