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약국이 몇개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의 약국은 건물 재건축 때문에 사라졌고, 가장 큰 약국에 주로 가지만 거기에 물건이 없을 땐 다른 약국에 가는데요. 그 약국이 좀 특이합니다.
우선 유리창에 대체의학 전문이라고 써져 있어요. 대체의학의 효용성에 대해 따지는 건 일단 미뤄두고, 대체의학을 찾을거면 애시당초 한약이나 지어먹거나 건강식품 파는 데 가지, '양약'을 다루는 약국에 가야하나 의문이 드네요. x86 윈도우 시스템 사러 왔다고 했더니 요새 arm에서 리눅스 실행하면 좋아요 이런 답변을 듣는 느낌?
그리고 거기 약사님도 좀 범상치 않은게.. 전동 휠체어에 앉아있는 할머니에요. 그냥 앉아있는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움직임이 많이 불편해 보이시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보조로 일하는 아줌마가 모든 걸 다 해요. 거기에서 조제약은 안 시켜봐서 모르겠지만, 그것까지 약사가 아닌 보조가 한다면 불법일텐데 뭐 알아서 하겠죠.
이 약국에는 딱 두번 가 봤습니다. 처음은 작년에 애가 변을 잘 보지 못할 때, '베베락스'라는 관장약을 사러요. 하지만 그런 약 자체를 모르시더군요. 약사가 모든 약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죠. 이게 생각보다 안 유명한 약인가보다 하고 넘어 갔습니다. 결국은 다른 큰 약국에서 샀고요.
얼마 전에는 애가 아파서 '좌약 형태의 애기용 해열제'를 사러 약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입으로 먹이면 토해내고 뱉으니 좌약을 쓰려고 했지요. 그런데 요새 그런 약을 비치해 둔 곳이 잘 없어서 그런가, 큰 약국에선 그게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약국에 들려보니 냉장고에서 꺼내 주십니다. 애기용은 없고 성인용을 잘라서 쓰래요. 여기까진 뭐 그런갑다 하는데..
약을 받아서 집에 가는 도중에 약 포장을 보니 '둘코락스'라고 써져 있군요. 이게 요새 약이면 모르고 넘어갔겠지만, 아무리 봐도 옛날부터 팔았던 변비약 이름인데 말이에요. 제가 썼던 건 아니고 TV 광고를 봤던 기억은 있거든요. 지금도 유튜브에 남아는 있군요. https://youtu.be/zOMacovjjMA?t=103
검색해 보니 진짜 변비약이길래 도로 들고 가서 '해열제를 달랬더니 왜 변비약을 주냐' 했더니 변비약으로 들었다면서 순순히 환불해 주시는군요. 이 정도면 단순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죠. 잘못 들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가게도 아니고 약국에서 용도가 완전히 다른 약으로 잘못 준다면 이건 사소한 문제는 아닐텐데 말이죠.
다른 약국도 있는데 굳이 찝찝함을 안고 여기에 갈 필요가 있으려나 싶어요. 설마 처음 갔을 때 변비약을 찾았던 걸 기억해서 이번에도 으레 변비약이겠거니 하고 주신거려나요?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있는데요. 둘 사이에 거의 6개월 정도 시간 차이가 있는데 그걸 기억한다면 손님이 정말 없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알고보니 그 동네에서도 그닥 평판이 좋은 약국은 아니더군요.. 제 친구도 자기 아기한테 바를 베이비 파우더 사러 그 약국 갔는데 베이비 파우더가 다 굳어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더랍니다.. 손님이 얼마나 없었으면 그렇게 오래된 것들이 있을까요
요즘 약국들도 깔끔하니 체인으로 운영하고 젊은 약사들도 꽤 나 많고.. 시골 촌구석에도 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