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놈이 AGF 간다길래 거기 들렀다가 아는 형 조립까지 해주려고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이 형이 참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첫 컴퓨터 맞출 때 채굴 붐이라서 가격이 올라서 어렵사리 컴퓨터를 맞췄습니다.(i7 6700 + 1070) 그리고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VR 게임을 지금와서 즐기자니 컴퓨터 사양이 딸려서 멈추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해서 이제는 글카라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하면서 매물을 알아봤더니..
https://gigglehd.com/gg/hard/15221692
중국 수출 금지 때문에 가격이 싹다 올랐습니다. 적어도 몇 개월 전에는 3090도 70 후반 ~ 90초반 대였는데 지금은 90중반 ~ 100 가까이 하더군요. 다른 하위 라인업도 똑같이 가격이 다 오르는 바람에 안타까움을 느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습니다. 이 형이 나름 사회생활(?)을 잘해놔서 그런지 쿨러 단 하나만 사고 나머지는 다 지인들이 하나씩 원기옥으로 모아준겁니다. 글카는 장기 대여인지라 언젠가는 가서 뺏어와야죠.
그 와중에 전에 쓰던 본체가 참 이해가 안갈 정도로 이상하게 조립되어있어서 놀랐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레거시로 부팅되어있었고(UEFI가 무조건 좋다는건 아니지만 소비자용으로는 굳이 할 필요가..) PCIE 슬롯도 첫번째 슬롯을 쓴게 아니라 세번째 슬롯을 써서 PCIE 3.0 4배속으로 쓰고있더군요. 이거는 알아보니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조립 사양은 이렇습니다.
CPU: AMD 5800X (저도 아는 지인 A가 A520 ITX 보드와 함께 줌)
MB: MSI B550 박격포 (지인 B가 쓰려고 샀는데 고장난줄 알고 방치한거 줌)
COOLER: Thermalright Peerless Assassin 120 SE (새로 삼)
RAM: 삼성 8기가 메모리 2개 (쓰던거)
GPU: ASUS 라데온 6700XT (제가 장기 대여해줌)
PWR: 마닉 Classic II Gold 850W (쓰던거)
CASE: 3RSYS R410 화이트 (제가 예전에 https://gigglehd.com/gg/bbs/7090276 에서 받은거 결국 제가 쓰다가 잘 청소해서 줬습니다.)
지금보니 PCIE쪽 선 정리 좀 더 해줄걸 그랬네요. 나중에 글카 바꿀꺼니까 대충 해놓은거긴한데... 케이스 강화유리 고정 나사가 녹슬어서 3RSYS에 주문하니까 배송비만 받고 보내줬습니다.
뒷면은 이렇습니다. 딱히 추가할 뭔가 없을 것 같아서 선정리 나름 신경써서 했는데 지금 보니 별로 깔끔한 것 같진 않고 그냥 그러네요. 그래도 제 데스크톱보다 깔끔하게 정리한 것 같아요.
컴퓨터 조립하면서 참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대부분은 제 잘못) 테스트 안해보고 조립했다가 안켜져서 이래저래 알아보니까 보드 문제인걸 확인하고 분해하고 바이오스 업데이트(MSI BIOS Flashback)했는데 찾아보니 LED가 깜빡거리다가 꺼진다고 되어있길래 그거만 믿고 그냥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1시간 동안 LED가 꺼지질 않길래 정말 고장났나 싶어서 USB 포맷 방식을 이래저래 바꿔보니 FAT32 + 마스터 부트 레코드 로 포맷해야 되는걸 알았습니다. 하필 들고간 노트북이 맥북인지라 간과한 부분이었습니다. 아무튼 대기는 1초에 1번씩, 업데이트 중에는 0.5초에 1번씩으로 빠르게 깜빡이면서 파워 팬도 돌아가더군요. 바이오스 업데이트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잘 작동했습니다. 아마 전에 사용하셨던 분이 바이오스에서 뭔가 꼬였는데 잘 모르니까 고장난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때 부팅만 확인하고 그냥 그 형 집에서 잤습니다. 새벽 5시더군요..
아침에 일어나서 포맷하려고 준비하는데 맥북을 가져간터라 부팅 디스크 만들때 문제가 있었습니다. 맥에서 Balena Etcher로 윈도우 10 iso로 USB 디스크를 만드니까 SSD 드라이버를 인식할 수 없다고해서 전에 쓰던 부팅 디스크로 컴퓨터 부팅해서 RUFUS로 다시 만들어서 포맷했습니다. 여기서 OS가 레거시로 잡혀있던걸 확인했습니다;
아무튼 포맷 끝나고 드라이버 잡고 이래저래 할거 대충해놓고 보니까 왠지는 모르겠는데 PCIE 4.0 8배속으로 돌고있어서 해결하려고 하다가 말았습니다. 조금 찾아보니까 8배속이랑 16배속은 PCIE 4.0에서는 벤치에서는 차이가 좀 날 수는 있어도 실제 게임에서는 크게 차이가 안난다고 하더군요.
간단하게 테스트라도 하려다가 버스 시간이 거의 다 되서 그냥 점심 먹고 집에 왔습니다. 나중에 후기 아닌 후기를 말해주던데 악명높은 라데온인줄 알았는데 VR에도 크게 문제없고 지금까지는 아주 만족스럽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PBO/CPU 오버 랑 메모리 오버도 좀 해주고싶었는데 메모리는 나중에 증설할 예정이고 PBO는 5800X 공랭으로는 켜기 좀 그렇지 않나 싶어서 그냥 놔뒀습니다. 그래도 전보다는 사양이 거의 못해도 체급 자체가 엄청 오른거라..
오랫만에 조립하니까 힘들긴해도 재미있긴 하더군요. 예상치 못한 사태가 있던건 고통이었지만요. 그래도 대신에 맛집에서 2번 얻어먹고 숙박까지 했으니 어느정도 값을 치룬 셈이긴 한데 고생했던거 생각하면서 몇번 더 뜯어먹어야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