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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20.02.12 00:22

희귀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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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962 댓글 14

Casio DATA BANK 시리즈 손목시계가 예전에 꽤 많은 인기를 끌었엇죠. 지금도 카시오 계산기 시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 모델은, 일정 및 연락처 저장 기능을 메인 기능으로 내세우는 일종의 전자수첩입니다. 계산기가 없거나 음성 녹음 기능이 포함된 바리에이션도 있었으며, 이메일을 저장 가능하고 Duplex LCD를 장착한 e 데이터 뱅크 모델 역시 후속기로 출시되었습니다.

 

근데 이거 구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image.png

(DBC-610, 1985?년 출시. 오리지널 모델)

 

이 모델을 베이스로 하여 수많은 파생 모델들이 출시되었습니다. 30초 녹음 및 전파 수신기능을 탑재한 모델, 키보드를 제외한 모델 등.

 

원가절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어쩌면 비슷한 포지션의 타사 시계뿐만 아니라 동일 시기의 핸드헬드 전자수첩에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던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150개의 연락처 저장
  • 암호를 설정하여 사생활 보호
  • 일반적인 쌀집계산기에서 지원하는 모든 기능 지원
  • 뒷판 커버 체결 경고
  • ROM에 자료가 저장되어 배터리를 교체해도 자료가 손실되지 않음

 

이 시계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 꽤 재미있습니다. 설명서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번역해 보자면,


  1. 뒷판 커버를 여십시오.
    • 뒷판을 열었을 때 "CLOSE" 가 표시될 경우, 뒷판을 다시 닫으십시오. 몇 분을 기다린 뒤 다시 시도하십시오.
  2. 배터리 홀더를 제거하시오.
  3. 전부 사용한 배터리를 제거하고 새 배터리를 넣으십시오.
  4. 배터리 홀더를 교체하시오.
  5. AC 접점과 배터리의 +극을 쇼트시키시오.
    • 역주) 마이크로프로세서 리셋을 위해서입니다. 카시오의 모든 시계는 전지 교환 후 리셋을 권장함.
  6. 뒷판을 다시 닫으십시오.
    • 뒷판을 닫은 뒤 15초가 지나도록 액정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1번 과정으로 다시 돌아가시오.
    • 시계의 내부 메모리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액정에 'WAIT' 가 들어옵니다. 이 체크 과정은 최대 약 12분 정도 지속됩니다. WAIT가 표시되는 동안 시간을 설정할 수는 있지만, 다른 기능의 사용은 제한됩니다.
  • 경고!
    • 'SORT' 가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동안 뒷판을 열지 마세요. 만약 열 경우 데이터가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잘 보신다면, 당시 휴대기기에 사용하던 일반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전지를 분리해도 데이터가 보존됨을 홍보하는 것으로 보아 램디스크는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일반적인 플래시 메모리처럼 바로바로 저장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어디까지나 뇌피셜이며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데이터뱅크 시계 콜렉터들도, 내부의 메모리 시스템에 대해 연구한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80년대에 출시된 초소형 기기에 마땅히 적용될 만한 메모리는 EEPROM밖에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느려터진 EEPROM의 입출력 속도와 상대적으로 높은 전력 소모량을 보정하기 위해 연락처 모드에서 저장한 데이터를 램디스크에 잠시 저장했다가 시계 모드로 되돌아올 시 자료를 EEPROM으로 옮긴다고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이 가설으로

뒷판 커버를 열 시 CLOSE가 표시되면 몇 분을 기다려야 한다, WAIT가 최대 12분 정도 표시될 수 있으며 이때 데이터 검증을 한다는 설명서의 내용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시계의 뒷판 커버 체결 스위치는, EEPROM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뒷판이 열릴 경우 데이터의 전송을 멈추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만약 EEPROM으로 자료를 옮기는 도중 부득이하게 전지가 빠진다면 내부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설로는 경고 항목의 SORT 표시 중 뒷판을 열면 안 된다는 설명과 뒷판을 열 시 CLOSE라는 문구를 표시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이 80년대 중후반 물건이고 당시 전자수첩들도 저가형 모델에는 램디스크를 적용했다는 점과 이 모델보다 10년이나 늦게 출시된 PDA들도 같은 문제로 곶통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뛰어난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80년대 버블 갬성이 그대로 농축된 물건이죠. 심지어 이 물건은 엄지손가락 1.5마디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image.png

 

E-DATA BANK. 개인정보 저장기능이 업그레이드되었음.

 

image.png

 

간이 녹음기 모델

 

image.png

 

 

(QW-761, 위로 젖혀올려 사용하는 모델.)

 

 

 

 

 

 

 

 

image.png

 

 

경쟁 모델로는 Timex의 Data Link가 있겠습니다. 얘는 밖에서 직접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닌 PC와의 연동을 위해 설계되어 입력장치는 위의 카메라가 전부입니다.

 

사용법은 전용 소프트웨어를 Windows 3.1 / 95 / 98에 설치한 뒤 현재 시간 및 스케쥴과 알람, 직접 제작한 알림 벨소리 및 간단한 시계용 프로그램을 입력한 뒤 모니터에 시계의 카메라를 비추면 끝.

 

이 카메라는 모뎀... 이라기보다는 뎀 (모듈레이터가 없으므로 ㅎ)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요구사항은 CRT 모니터인데, LCD의 경우 카메라가 디스플레이 인식을 못 해 디모듈레이팅을 할 수 없다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동양권에서는 그닥 인기를 얻지 못한 물건이었습니다.

 

 


 

 

 

 

근데 요즘은 전부 다 단종되고 대충 껍데기 흉내만 낸 물건밖에 안 남았습니다.

image.png

 

(DBC-611)

 

남아 있는 것이 DBC-611에 들어가는 모듈을 기반으로 한 모델인데, 저도 저걸 갖고 있습니다. 한문제 차이로 과학경시 떨어진 뒤 화풀이의 대상이 된 뒤부터 액정이 들어오지 않게 되었지만,

 

원래의 데이터뱅크 기능 일부가 남아있지만 기대할 수 없는게, 일단 연락처 저장이 25개밖에 안되고... 램디스크고 자시고를 떠나 키패드로 알파벳 입력이 불가능합니다;;; 파란색 버튼을 눌러서 A부터 Z까지를 왔다갔다해야 되므로 그냥 안쓰느니만 못한데다가 저 모델이 출시된 시점이면 모두가 휴대폰 하나씩 들고 다니던 시기라 필요가 없었겠지요.

 

이 시계를 차면 엄청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간지가 나며 Nerd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주변인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Nerdity를 원한다면 차라리 이베이에서 DBC 610을 찾아댕기는게 어떨까요? 가격은 100달러 이상은 각오해야 합니다만...

 



  • profile
    BEE3E3      idolm@ster.email 2020.02.12 00:34
    전 CA-53W-1Z 차고다닙니다. 분명 계산기 버튼이 손가락에 비해 많이 조그매서 누르기 힘들어보이는데 생각보다 정확도가 높고, 사용하기 편리하고 쓸데가 많아요. 3세자릿수 이상 곱셈이나 복잡한 나눗셈같은거...
  • profile
    우즈      ლ(╹◡╹ლ)  2020.02.12 00:38
    소니 스마트워치 3 사기전까지 저거 계산기 기능 굉장히 잘 써먹었습니다.
  • profile
    BEE3E3      idolm@ster.email 2020.02.12 00:39
    전 충전해야되는 시계는 영 맘에 안들더라구요. 손에서 폰을 놓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
  • profile
    우즈      ლ(╹◡╹ლ)  2020.02.12 00:43
    심히 공감합니다. 실시간 푸쉬 알림 기능이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같은 건 아니더라도, 스마트 기능을 유지하면서 저전력을 소모하는 시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그걸 이루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백라이트를 없애는 거죠.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며 LCD를 수동식 반사 액정으로 바꾼다던가.. 아니면 페블같은 것도 좋은데 말이죠.

    제조사들도 이 문제를 자각하고 있으며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연구개발을 하는 것 같네요. 제가 이전에 쓴 스마트워치의 배터리관련 글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 ?
    라자라 2020.02.12 00:45
    2008년에 샀었죠...
    형이 지 맘대로 군대 휴가 복귀하면서 가져가고 개작살내서 가져왔던 씹...
  • ?
    라자라 2020.02.12 00:46
    방수만 잘 됐어도 인기 많았을거예요..
  • profile
    우즈      ლ(╹◡╹ლ)  2020.02.12 00:51
    앗.... 딱봐도 내구성이 거지같아보이기는 합니다. 방수도 생활방수 수준이라서 말이죠...
  • profile
    센트레아      http://centrair.kr 2020.02.12 00:45
    시골에 E-DATA BANK 모델이 있는 데 생각보다 대단한 모델이었네요
  • profile
    우즈      ლ(╹◡╹ლ)  2020.02.12 00:51
    어떤 모델인지 궁금하네요 ㄷㄷ.
  • profile
    title: AI아즈텍      dc20535 2020.02.12 08:33
    어릴 때 첫번째 꺼 플라스틱 버전으로 된 거 썼었네요. 계산기랑 전화번호부 나름 유용했습니다.
  • profile
    우즈      ლ(╹◡╹ლ)  2020.02.12 23:39
    저는 급식때 저걸 썼다보니... 폰이 없을때 급하게 전화번호 저장하는 기능이 꽤 유용햇습니다.
  • profile
    디렉터즈컷 2020.02.12 09:13
    아아.. 너드감성..
  • profile
    방송 2020.02.12 14:01
    위의 시계는 1992년도에 구입했을때에는 글자가 나오는 토트 세그먼트마다 딱딱 나누어져 있었고 그 칸수만큼만 글자를 입력할 수 있었습니다.
    1997년도에 구입한 물건은 도트 세그먼트가 어어져 있어 긴 글자가 스크롤이 되어 더 긴 글자를 입력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000년도에 구입한 카시오 시계는 저런 모양은 아니였지만 파란색과 빨간색 액정의 컬러가 매우 독특했었고 글자를 입력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계로 거의 10년 가까이 찼습니다.

    바늘 시계가 좋겠다고 주위의 여론이 생겨 카시오 엔디포스 크로노미터 시계도 차보고 카시오 리니지 전파 시계까지 차봤습니다.
  • profile
    title: 컴맹까르르      프사 내 사진임. 진짜임. 이거 모델료 받아야 함. 2020.02.12 14:09
    과연 과학경시는 선행학습 없이도 통과할 수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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