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뉴스에서 엄청 떠들더군요. 요즘 애들은 윤봉길 의사와 이봉창 의사가 누군지, 3.1절을 어떻게 읽는지, 6.25 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 구별을 못한다고요. 내.. 그거 심각하죠. 기본 상식, 그러니까 Common sense조차 없는 애들이라니요.
뭐 저도 처음에 보고 상식의 부족에 탄식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이봉창 의사를 알던 모르던 학생들 입장에서는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옛날에는 초졸이나 무학, 아니면 일제강점기라서 한국 역사 그런 거 전혀 못 배운 사람들도 잘만 살고 심지어는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래서 교과서나 학습지, 시험지를 보고 달달 외우는 것은 의미없다고 봅니다. 이봉창 의사가 일본 천황에게 폭탄을 던졌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봤자, 그게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다르게 생각합니다. 바로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는 데 있다고 봅니다. 이봉창 의사가 일본 천황에게 폭탄을 던진 것만 해도, 당시 일본의 민족 차별이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일본은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고 싶어하던 이봉창 의사를 이유없이 차별함으로서 그를 일본에 저항하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그 결과 일본 천황이 폭사할 뻔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보면 마치 이봉창 열사가 일본을 동경하듯, 한류와 한국의 경제력 등으로 한국을 동경해서 한국을 즐기고, 아예 한국까지 와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이렇듯 이봉창 열사만 해도 약간 엉뚱하지만 지금도 핫한 다문화 사회와 엮어 볼 수 있죠. 비슷한 주제로 신라의 삼국통일과 그 이후 신라의 백제인, 고구려인 대우 등도 끌고 올 수 있습니다. 해방 후 좌우익의 대립도 단지 좌익의 뜻과 우익의 뜻을 외우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영향이 지금까지 어떤 데에 남아 있고,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토론을 시켜본다면 학생들은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및 이념 대립을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하겠죠.
그래서 저는 한국의 역사교육은 역사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닌, 그 역사적 사실과 흐름으로 학생들이 커서 자신들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움직일 때 써먹을 도구로 써먹게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역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깨우친다면 단순하게는 이를 이용해 취업에서부터 크게는 삶의 방향까지 찾을 수 있을테니까요. 정치가나 공무원이면 나라의 방향까지요. 예를 들어 엔서니 이든 수상은 북아일렌드 문제 해결을 위해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보았다고 하죠. 그런 겁니다.
근데 그러려면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가야하는데 수업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