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 사이에 배달용 이륜차, 이른바 "딸배"의 사망사고가 연달아 터졌죠. 대충 기억나는 것만 해도 두 건에, 크게 보도되거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지 않은 것까지 합친다면 그보다는 더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겁니다.
딸배 문제가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되면서 새삼스럽게, 그야말로 신선함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는 케케묵은 규제 강화 처벌 강화 운운하는 여론이 드세게 일기야 했는데, 그 참신하지 못한 아이디어들이 대체로 실현된다고 치더라도 배달, 그 중에서도 이륜차를 통한 배달 문화는 크게 바뀔 일이 없을 거라 봅니다. 기껏해야 오토바이 배달이 규제가 덜한 전동 모빌리티 배달부로 바뀌어, 비유하자면 식도암이 낫고 후두암에 걸리는 상황이 나올 뿐이겠죠.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륜차와 관련된 규정이 어처구니 없이 이뤄져 있거나, 부실하거나 심지어는 법률의 여백(...)에 가까운 영역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 꼽아보자면...
1) 지정차로제. 지정차로제는 무겁고 느린 차들을 바깥 차선으로, 빠르고 가벼운 차들을 안쪽 차선으로 보내도록 하지만 정작 도로 위에 올라간 엔진 탈린 탈것 중에서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하는 오토바이는 덤프트럭이나 화물차 등과 같은 바깥 차선을 쓰도록 되어 있죠. 선릉역 사고는 라이더의 부주의와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해 발생하긴 했지만, 만일 대형 화물차 등이 부주의할 경우 오토바이에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일 겁니다.
2) 면허체계. 한국의 이륜차 면허는 지나치게 허술하고 이상하게 짜여져 있죠. 예컨대 1종 보통 면허가 있으면 125cc 미만의 모든 바이크를 운전 (2종 보통의 경우 125cc 미만의 스쿠터 한정) 할 수 있거나, 125cc까지 운전할 수 있는 원동기 면허 다음 구간이 바로 무제한인 2종 소형 면허인 점이나... 면허시험에 주행시험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실용성이 떨어지는 과목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 운전능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일종의 곡예를 시킬 뿐이라는 해묵은 비판은 굳이 더하지 않아도 되겠죠.
3) 이륜차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규정이나 시설의 부재. 간단히 한 가지 사례로 설명이 될 거라 봅니다. 한국에서 오토바이를 버리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1) 관공서에서 폐지 신고를 마칩니다. 2) 번호판을 반납합니다. 3) 아무데나 버리고 옵니다. 그렇습니다. 법적으로 오토바이는 폐차 제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타던 사람이 알아서 열정과 정성을 다해 폐차를 해주는 업체를 찾아가야 하는 등 사실상 '그냥 양심에 맡깁니다' 수준입니다.
이런 문제가 하루이틀 제기된 것도 아닌데 여태 행정/입법부처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거의 손을 놓고 있었죠. 코로나 시대를 맞아 부랴부랴 그놈의 제도 개선이란 것을 하겠다고 발표는 했지만, 그마저도 실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따르고요.
그러다 보니 향후 대세를 이룰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법률에 대해서도 걱정이 큽니다. 지금도 킥라니니 뭐니, 완벽하게 회색지대에 걸친 것들이 많아 적잖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형편인데── 바퀴 네 개짜리 자동차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바퀴 두 개짜리 자동차'에 대한 법률도 2021년에 와서야 황급히 손을 대는 나라에서 과연 새롭게 등장하는 새로운 종류의 탈것들에 대한 시의적절한 법률은 과연 언제쯤 완비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