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 관심사는 기기 연동입니다. 작게는 콤피타의 서로 다른 제조사 제품을 RGB 연동시켜 뽕짝뽕짝 뽕자작 뽕짝 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지금은 핸드폰, 갤탭, PC를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죠.
그러던 중에, 평소 애용하던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가 (PC판이 없는 건 둘째 치고) 기기간 탭 연동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동이 없더라도 사실 불편할 건 전혀 없는데, 있어도 안 쓰는 것과 없어서 못 쓰는 건 느낌이 전혀 다르잖아요? 한 번 신경이 쓰이니 이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브라우저를 알아봤죠.
제 ROC는 이랬습니다. 1) 일단 핸드폰-갤탭-PC에서 연동이 잘 될 것. 이거 때문에 갈아탈 브라우저를 찾기 시작한 거니 당연하죠. 2) 방법 불문, 일단 광고 차단이 잘 될 것. 이 두 가지만 만족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브라우저를 설치-테스트-삭제하길 반복했습니다. 일단 잔잔바리 잡다한 소규모 개발사의 브라우저는 제외하고...
1. 구글 크롬
익숙하고 친숙한 그것. 연동성은 모르겠고 일단 광고 차단에서 탈락입니다. 각종 부가기능이 충실한 PC판과 달리 모바일에선 크롬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광고 차단 옵션에만 의존해야 하는데, 이게 광고 차단이면 골든 리트리버도 훌륭한 방범견일 겁니다.
2. 네이버 웨일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레이아웃과 동작감이 좋았지만, 근본적으로 크롬의 스킨 끼운 버전인지라 단점도 대동소이합니다.
3. 모질라 파이어폭스
한때 힙스터병이 도졌을 때 쓰던 파이어폭스인데, 문득 생각나 다시 설치해봤습니다. 연동성은 거의 완벽에 가깝고, 모바일 버전에서도 확장 프로그램의 설치 및 실행이 가능하여 확장성도 충분합니다. 유명 광고 차단 익스텐션인 유블럭을 설치하면 거의 모든 광고로부터 해방되고, 거기에 한두 개 더해주면 광고가 많고 더러운(UI, UX, 평균적인 유저의 수준 포함) 루X웹이나 디X 갤러리에서도 광고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기글은 예외 처리하겠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렇게 쓰게 된 파이어폭스는 정말 대단한... 대단한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파폭 PC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래저래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띌 뿐 기능적으로는 크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어떤 측면에서는 더 낫기도 하죠. 그런데 이게 갤럭시 탭이 되니 문제가 속출하기 시작합니다.
- 키보드 단축키 사용 불가
가장 큰 문제, 바로 키보드 단축키를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핸드폰이라면야 어차피 화면 모든 구역을 한손으로 터치할 수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죠. 하지만 태블릿이라면? 게다가 그 태블릿이 10인치를 넘는 사이즈라, 한손으로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면?
인터페이스 배치에 따라 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이죠.
상단바에 탭이 떠 있다면, 마우스든 터치든 어렵지 않게 만질 수 있죠. 그런데 파이어폭스에서는...
예, 저 우측 쪼그마한 버튼을 눌러야 다른 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옵션에서 주소창을 좌우로 스크롤해 이전/다음 탭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마저도 그리 편리한 방식은 아닙니다. 이외에도 새 탭을 띄우고 보던 탭을 종료하는 것 역시 저 작은 버튼을 클릭한 다음에야 할 수 있어, 농담으로라도 편의성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 데스크탑 모드에서의 화면 배율
모바일 파이어폭스에도 데스크탑 버전 페이지를 표시해주는 옵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기본적으로 켜는 전역 설정이 없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들어가는 사이트마다 일일이 옵션을 켜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무슨 영문인지 같은 페이지에서 수시로 풀리기도 하거니와 설정을 해놓더라도 새 탭에서 열게 되는 경우 - 예를 들어 기글 메인 페이지 탭 A에서 배너를 클릭했더니 기글 리뷰글 탭 B가 열리는 경우 - 에는 이 옵션이 기본 해제된 상태로 탭이 열립니다.
이 문제는 단지 치매 걸린 옵션이라는 문제가 아닙니다. 화면 배율 문제와도 연결되죠.
이게 데스크톱 사이트 옵션을 켠 상태의 화면입니다.
이게 꺼졌을 때의 화면이고요.
갤탭 파이어폭스는 자체적으로 화면 배율만 조정하는 기능(보통 ctrl + 마우스 휠로 조정하는)이 없고, 접근성 옵션에 가야 나오는 폰트 크기 조절 옵션을 통해서만 설정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수시로 바뀐다고 생각해보세요.
결론
어차피 연동해둔다고 잘 쓸 것 같지도 않았지만, 연동 기능 하나를 위해 이렇게 개떡같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냥 연동 없이 사는 걸 택하겠습니다. 최소한 단축키만이라도 사용하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