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영화 덩케르크가 개봉하니 떠오르는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안습한 역사(...)인 '영국군의 총알 분무기' 였던 스텐 기관단총. 소녀전선에도 나온다는데 저는 안 해서 잘 모르겠군요.
1940년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면서 영국군을 포함한 연합군은 엄청난 속도로 진격하는 독일군의 포위망에 완전히 갇히게 됩니다. 그 숫자도 적은게 아닌 무려 30만명 이상. 이 병력이 녹아내린다면 영국은 육군이 아예 없어지는거나 마찬가지가 되는 상황이라서 어떻게든 영국으로 철수시켜야 했습니다. 그래서 실행된 작전이 덩케르크 철수작전으로 알려진 다이나모 작전이죠. 사실 독일이 이 병력들을 녹일 수도 있었지만 히틀러의 역대급 트롤링이였던 진격 중단 명령(...) 때문에 무사히 철수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철수를 하긴 했는데, 민간인 선박을 동원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던 영국군은 탱크나 트럭 같은 장비들은 고사하고 개인화기조차 버리고 왔단 것이였습니다. 이것들은 독일군이 고스란히 꿀꺽 했고 영국에는 죄다 버리고 말 그대로 몸만 온 거죠. 당장 독일 육군이 영국에 상륙해 버리면 저항할 소총조차 없는 상황에서 영국군은 발등에 불이 떨어집니다. 거기다 독일 공군의 폭격으로 군수공장의 상태도 영 좋지 않았던 상황. 결국 이 괴기한 물건을 마구잡이로 찍어내기 시작합니다.
사진에서도 보듯이 정말 생산성과 저렴한 가격에 몰빵한 단순한 모양새를 가지며, 공업용 스프링과 쇠파이프를 이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생산성과 저렴한 가격에 몰빵한 결과는 정당 2.3 파운드, 현재 가치로 약 100파운드 (15만원) 의 가격을 자랑합니다. 동시대의 MP40 의 경우 24달러, 현재 가치로 380 달러에 생산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염가죠. 거의 3배의 단가 차이를 가집니다. 생산성도 끝내주게 좋아서 생산하는데 5인시(人時) 밖에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한사람이 5시간 붙잡고 있으면 한정이 완성! 품질 검사도 대충 해버리고 군인들에게 들려줍니다.
문제는 수준이 딱 '총알 분무기' 수준이여서 불량율이 굉장히 높았고, 당시 영국군 병사들도 이딴 걸 주고 싸우라고 시키니 불만이 터져나왔죠. 실제로 30미터 이상 교전거리시에는 명중률이 형편없었고, 전투 중 작동불량도 비교적 잦았습니다. 심한 경우 볼트 고정부분이 부실해서 떨어트리면 사방팔방으로 총알을 한탄창 전부 쏴대기까지.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없는데 이거라도 써야지(...) 영국군은 이 미치도록 싸게 만든 스텐으로 성공적으로 무장할 수 있었고, 이후 대전 내내 사용됩니다. 다행이도 이후 개량되고 품질검사가 강화되면서 쓸만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없어보이는 외형은 그대로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