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갑에 현금 대신 스벅 기프트카드만 들고 다닌다는 슬픈 디렉터즈컷 입니다.
저는 사정상 급하게 클린하고 퓨어한 사무용 컴퓨터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것도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인데 분량상 일단 생략하겠습니다.. 좌우간 PC가 진짜 너무나도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이었죠.
그래서 어디서 하나 줍다시피 얻어온 것이.. 오래된 주연테크 완제품 슬림 컴퓨터였는데요. G31보드에 울프데일 펜티엄에 2기가 DDR2 하나 있고 IDE 하드가 들어있는 PC였습니다. 거기에 급한대로 윈도7 올리고 오피스 한글깔고 엑셀치고 있었는데.. 아 진짜 이전에는 PC 엄청 느렸구나 싶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거 하드디스크 읽으면서 버벅버벅거리는 그런 경험은 다들 8기가 16기가 듀얼채널 메모리에 SSD 깔아쓰는 요즘에는 윈도 블루스크린처럼 겪기 쉽잖은 일이잖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우리 컴덕들이 참 쾌적한 그런 세상이 온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몇십메가짜리 PDF 편집에서 메모리 부족에 스토리지 문제로 아몰랑 응답없음 배쨰 하는 컴퓨터를 면서 뭔가 안구에 습기가 차더라고요. 십몇년 전에는 이런 걸로 문서치고 엑셀치고 했을 텐데 야 진짜 다들 어떻게 살았을까 싶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보다못한 저는 또 등산로에 가서.. 스벅카드 드릴테니 DDR2 메모리 2기가 하나만 제발 보내주세요.. 그러면서 울고 있었는데요.
사정을 들은 많은 기글러 여러분들께서.. 아니 이런 불쌍한 사람을 봤나 하시며 저에게 부품들을 보내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기프트카드 필요없다 그냥 이거 줄게 좀 힘내서 살아봐 이 사람아.. 이런 식들이셨죠..
그리하여 2기가 메모리 붙잡고서 울던 저는
정신을 차려보니 갑자기 강력크한 아이비브릿지 4쓰레드 본격 사무용 컴퓨터를 가지게 되어버렸습니다.
자세한 사양은 아래 표로 정리하였습니다.
케이스와 파워 등은 기존 것을 그대로 활용하였습니다.
급하게 조립하고 프로그램 설치하고 바로 실무 뛴다고 사진을 한 장 밖에 못찍었어요.
그리고 OS 올리고 각종 프로그램들 설치하는데..
아아 짐작들 하시게지만 이게 일단 부팅부터가 차이가 엄청 많이 나지 말입니다.. 프로그램 설치할 때도 그렇고..
그리고 프로그램 실행시킬 떄에도 하드 드륵드륵 없이 바로바로 뜹니다. 요즘 윈도우에서는 메모리 남으면 그냥 놀게 놔두지 않고 자주 쓰는 프로그램들을 아예 메모리에 미리 캐시해 놓는다고 하잖아요. 충분한 메모리가 확보됨에 따라서 HDD의 한계가 뭔가 극복되는 그런 느낌입니다. 엑셀 바로가기 누르면 바로 탁탁 올라오는데 이게 정말 내PC가 맞나 내가 앞으로 이PC로 일을 하게 되는구나 싶어서 정말 울 뻔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크게 체감이 되는 것은 2가지 부분이었는데요.
일단 PDF를 편집할 때. 기본적으로 PDF 파일을 불러와서 아크로뱃에서 편집을 시도하면 일단 프로그램에서 문서 전체를 한번 싹 스캔하고 분석해서 텍스트를 인식하고 뽑아내고 그런 걸 합니다. 해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이게 PC 사양을 상당히 먹잖아요. 이전에는 대형 PDF 잘못 걸리면 분석 돌려놓고 어디 커피믹스라도 한잔 타마셔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끓이는 시간 포함해서 말이죠.. 근데 이제는 이게 그냥 돌려놓고 잠깐 다른 문서 보면 벌써 완료가 되어 있어요. 생산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최고 대단한 것은.. 엑셀 많이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엑셀도 문서가 커질수록 사양이 상당해지지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 '사무용PC는 램이 4기가면 충분하지' 하는 이야기를 들을 떄마다 입에 거품을 물고서 반대의사를 내는데요. 그건 진짜 '게임을 하지 않는 가정용 PC' 에서나 통하는 수준의 사양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일단 제가 하는 엑셀질에서는 DB바로 뽑은 로데이터면 행이 심하면 몇십만개 되거든요. 2007 같은 구형 엑셀에서는 아예 행 넘쳐서 열리지도 않고 그렇죠.. 거기에 누가 미리 손대서 수식 잘못 걸려있고 그리고 탭탭이 쌓이고 그래프 넣고 하면 일단 파일부터 몇백메가로 뛰고... 그런 거 문서오픈 한번 열려고 하면 진짜 너무나도 버벅거려서 컴퓨터가 행과 열을 실시간으로 그려내는 것을 눈으로 볼 수가 있는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내가 종이에 자 대고 그려도 이것보다 빠르겠네 싶은 그런 놀라운 광경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그래프 편집 잘못 손대면 그것도 또 하세월이고요..
그리고 가장 치명적으로 램이 없어서 진짜 피벗테이블은 꿈도 못꾸었거든요. 2기가로는 SSD 없으면 느려서 피벗 못해요. 근데 아시다시피 엑셀은 또 피벗 아니겠습니까.. 대형 자료 다룰 떄에는 피벗에 넣고 보는게 더 빨라요. 피벗은 일단 표에 걸어주면 표 데이터 전체를 램으로 올리고 나서 작업 시작하니까 피벗이 되면 엄청 빠르죠. 엑셀은 기본적으로 시트당 메모리 한계가 있어서 시트 너무 커지면 다 램에 안올리려고 하거든요. 하지만 피벗은 그것을 극복합니다.
그렇지만 2기가 메모리라면 하드스왑 때문에 피벗 안하고 그냥 데이터시트에서 어떻게든 해보는 게 더 더 현명한 일이었거든요. 그랬던 제가 이제 피벗을 몇개씩 걸고 새로고침 버튼 틱틱 눌러가면서 아주 이제 엑셀같은 엑셀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버튼을 누르고 계산은 컴퓨터가 한다 아 이게 엑셀인거죠 엑셀 스프레트시트으으
좌우간 그렇게.. 2기가 메모리에 울던 저는 물물교환일지 나눔일지 모를 암튼 많은 기글러 여러분들의 도움을 통해 메모리 16기가에 시퓨 4쓰레드의 강력크한 사무용 PC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요. 귀한 부품들을 그렇게 선뜻 내주신다는 것도 사실 참 감사하면서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저의 시간을 아껴주시고 스트레스를 줄여주시어 수명을 연장하게 해 주신 점에 대해서 정말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비 시퓨 보드 쿨러 하드, 그리고 자잘한 부품들까지 세심히 챙겨주시고
그리고 계속해서 먼저 연락주셨던 시로이소닉 님(연락처 저장했습니다... 계시는 곳 인근 갈 일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메모리 16기가를 선뜻 보내주신 플라위 님.. (혹시 부자세요?)
IDE 구형하드를 SATA 하드로 바꿔주신 임시닉네임 님 (자잘한 나눔으로 다시 뵈어요..)
DDR2 DDR3 모두 도와주신 헤으응 님 (코로나 검사 저도 이번주 받았어요.. 음성..)
그 외 먼저 관심가져 주시고 댓글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기글을 제가 옛 기글부터 해서 10년 이상 했습니다. 그동안 PC시장도 크게 바뀌고.. 저 또한 사는 곳이 하는 일이 바뀌고 그렇게 다들 변화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낄대인을 포함한 다른 모든 식구분들 모두 다 크건 작건 기글과 함께 생활을 해 오셨고 그러면서 다들 시간이 흐르고 사는 곳이 바뀌고 직업이 바뀌고 그러셨을 것 같아요. 그간 제가 이 사이트와 여기 계신 분들에게 정보건 이런저런 부품이건 중고장터건 많은 도움을 받지 않았나.. 역으로 나는 얼마나 도움이 되는 역할이었나.. 그런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앞으로 사이트와 사이트 식구분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도움이 되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급한 불 좀 꺼지면 남은 부품들 또 좀 찾아서 나눔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그떄 다시 인사드릴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코로나 없는 건강한 봄 시즌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