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컴퓨터 방에 올라오니 불청객이 와 있더군요. 초 거대 똥파리였습니다. 당장 나한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면 굳이 잡을 생각은 안 할텐데, 왜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하면서 여기저기 날아다니니 심기가 불편해서 잡기로 했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방심한 녀석이 벽에 붙어 있는 걸 전기 모기채로 눌렀는데, 전기로 지진 게 아니라 테두리로 눌러서 죽여버렸네요. 그 핏자국인지 내장 자국인지가 아직도 벽에 묻어 있는데 생각난 김에 닦아야겠어요.
하여간 똥파리를 잡았으니 이제 좀 편안하게 컴퓨터를 쓸 수 있을까 했더니 다시 소리가 나더군요. 한마리가 아니라 두마리가 들어온 거였어요. 이번에는 전기 모기채로 지져서 잡고, 날 귀찮게 하고 시간을 뺏은 게 못마땅해서 전기 모기채를 몇 번이고 켜서 불꽃이 계속 튀는 걸 확인하고 쓰레기통으로 쓰는 비닐봉투 안에 털어서 버렸죠. 비닐봉투를 쓰레기통으로 쓰는 이유는 해바라기씨 까먹고 껍질 버리기가 편해서요.
그런데 오늘 그 봉투 안에서 계속 부시럭부시럭하는 소리가 나네요. 전기 모기채로 지지기만 했지 꽉 눌러서 죽이진 않았는데, 기절만 하고 죽진 않았나 봅니다. 분명 불꽃이 여러번 튀었는데 거 참 명이 길군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줘선 안된다는 주장에는 동감하나, 똥파리를 그 대상에 넣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으니 그대로 방치 중입니다. 비닐봉지와 해바라기 껍질 더미를 해치고 나오진 못할테니 그러다 죽겠죠 뭐.
여름이 되면 이제 모기 때문에 짜증이 날텐데 그때는 어떻게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