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방구차 각인가요?
아직 2번째 글이니 아니겠죠.
대치 은마아파트 지하상가를 전체 다 휘젓고 나서야
처음 들어간 사거리쪽 입구 바로 앞에 있었다는 걸 깨닫고 찾아들어갔습니다.
할아버지돈까스라는 상표인데 계시는 건 나이든 이모님 두 분이네요.
SBS 투데이에 출연한 집인지 벽에 TV 방영 사진이 찍혀있습니다.
PD님들도 은마상가는 한 번씩 이미 다 돌아보셨는지 은마상가에 그런 곳이 적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이곳의 돈까스는 저도 풍문으로만 듣고 처음 와봤는데,
역시 시대를 배반하는, 오래된 양식집의 정석을 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튀김옷에 입천장이 까져나가는 바사삭 일식돈까스의 대세를 거스르고, 소스를 흥건하게 적셔서 담가(...)주는 듯한 양이 일품입니다.
그리고 밥과 샐러드, 단무지, 오뚜기 스위트콘 내용물이 바로 튀어나온 듯한 무심무난한 조합이 참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예전엔 다 이랬었던 느낌인데, 요즘은 정말 보기 힘들게 되었지요.
에피타이저로 스프 먼저 제공됩니다.
스프를 다 먹고 치우는 게 정석인데 저희는 조금 천천히 먹다보니 아주머니가 "치워줄까요?" 그러시더군요.
그냥 같이 두고 먹어도 괜찮습니다.
스프는 의외로 시중 상품의 맛이 아닙니다. 의외로 맑은 느낌이라 분말을 대놓고 부은 그런 느낌이 아니에요.
건더기가 간간히 씹히는데 정체를 모른 채 다 먹어버렸네요.
스프와 더불어 신기한 것은 소스입니다.
메뉴에 돈까스는 두 종류입니다. 그냥맛, 매운맛, 나머지는 생선까스랑 파스타에요.
모두 8000원이고요. 파스타는 6000원이고, 돈까스+파스타 메뉴는 만원이더군요.
디진다돈까스도 경험해봤고 진절머리가 나지만, 매운맛은 여전히 제가 질리지 않고 찾아다닙니다.
그 결과 위 사진이 되었습니다.
여친님 그냥맛.
저는 매운맛이에요.
겉보기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돈까스를 처음 베어무는 순간에도 단맛이 더 강합니다.
하지만 알싸하게 뒷맛이 매운 게 딱 좋습니다. 느끼할 틈을 차단하는 적당한 자극 덕분에, 매운맛에 약한 여친님도 열심히 뺏어덜어 먹더군요.
네, 음식은 서로 조금은 민감하기 때문에 등가교환은 필수지요.
그냥 돈까스 역시 달콤한 맛이 강할까 했으나, 순하고 조화로운 소스라는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스가 훌륭한데다 고기도 부드럽고 튀김옷은 저혼자 따로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원래 축축해지면 튀김옷이 도망가기 마련인데, 이건 착 달라붙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음을 유지하더군요.
역시 뭔가 비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들고마실 국물의 부재입니다.
김천에서도 봉구스밥버거에서도 뜨거운 국물은 꼭 받아서 마시는 편인데...
미소야 같은 된장국이나 우동 국물은 아니어도 약간 맛을 씻어낼 무언가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렇게 은마 원정 2탄은 성공을 맺었습니다.
1탄이요? 그건 나중에 또 올릴 기회가 되면요 :3
까먹었던걸 다시 생각나게 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