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친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지만 그 동안 마스크를 산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마스크 따윈 안하겠다는 민폐덩어리라 그런건 아니고요. 집에 마스크가 좀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이기주의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아는 분이 미세먼지 조심하라고 봄마다 주셨는데, 정작 집 밖을 안 나가다보니 계속 쌓이기만 하더군요. 그래서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마스크를 쓰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마스크가 전부 KF94에요. 미세먼지 벙어용으로는 최적이지만, 지금 막는 건 혹시 모를 코로나 감염자의 침과 마스크를 안 쓴 사람에게 쏟아지는 눈총이지, 작지만 더럽게 많은 미세먼지 알갱이들은 아니잖아요. 마스크가 있으니까 감사하게 쓰고는 있는데 이게 참 숨 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제 6월이니 앞으로 숨 쉬기는 더 어려워질테고요. 오래 쓰면 귀도 아프고, 안경에 김 차는 것도 문제고.
그래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샀습니다. '나는 마스크를 썼으니 내 침이 튀거나 남의 침이 들어가는 일은 없을거다'라고 티를 내는 게 목적이니까 부직포로 만든 덴탈 마스크로요. 써보니 KF94 마스크는 정말 미세먼지 심한날 아니면 안 써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숨 쉬는게 달라요. 마스크 자체가 딱 밀착할 필요가 없는 조건에 맞춰 만든거라 그런가 귀 뒤쪽도 덜 아프고요.
비말 확산 차단용 마스크를 정부 차원에서 판다고 하던데, 이번 마스크는 좀 사놔야겠네요. KF94는 겨울에 방한용으로 필요할 때까지는 어지간하면 안 쓸래요. 언제쯤이면 마스크가 필수가 아닌 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커피 한 잔 사러 다녀오기만해도 옷을 갈아입어야 할 정도가 되어서 나갈 엄두가 안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