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삼 시절에 거의 삼시세끼 라면만 먹는 라이프를 즐기다보니 참깨라면과 편의점 음식 조합으로 거의 통달하다시피 하고 군 입대 전만 해도 라면을 즐겨먹었습니다.
근데 군대에서 싼 맛에 컵라면 먹고 오늘 식사 매뉴는~ 고순조에 똥국.... 아 ㅆB....! 왕뚜껑만 먹다 보니 제대하고 나와보니 라면에 질리고 가격에 질려버린 겁니다.
요즘에는 겨울 시즌 집 경비원 근무 하면서 어디 누구 만나거나 알바도 없는데 뭐하러 밥 먹음...? 하며 끼니는 거르기 일수고 어쩌다가 먹으면 10분 걸리는 라면보다 전자레인지 4분 뚝딱인 냉동밥이 좋지 하며 냉동밥을 택하거나 에이 그것도 귀찮다! 호랑이 기운! 하는 불균형적인 식단으로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죠.
그래도 어쩌다 한번씩 라면을 끓여먹는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필수 지참하는 재료가 있죠.
계란은 당연 필수요. 파나 버섯은 둘째 치더라도 소고기 국거리는 꼬박꼬박 질러다가 한 팩의 4분의 1분량 뭉텅이로 집어넣고 이야~ 이 집 고기 고명 억수로 끝네주네예~ 하는 사치스러운 맛에 맛들려버린 겁니다.
때는 전역 직후... 지옥같이 찌는 여름에 에어컨도 없는 집안에서 최저시급의 떡상으로 대부분의 고정 알바자리를 상실한 불쌍한 팩코 군은 밥도 없고 그렇다고 밥을 짓기도 귀찮아서 근처 식자제 마트에서 라면을 사러 갔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정육점 코너를 지나다가 국거리를 보고 문득 '라면만 주구장창 먹으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지겠지' 하며 이미 라면을 먹는 상황에 영양학적 균형 따위는 개나 준건데 생각 없이 당시 7천원가량 하던 국거리 200g을 같이 집어온 겁니다.
라면은 당연히 국거리를 넣어먹는데 고-급지게 신라면 블랙으로... 그리고 집에 와서 10년간 고수해온 동일한 물 양 칼같은 시간 지켜가며 스프 넣고 국거리를 왕창 집어넣고 면 넣고 계란은 불 끄기 30초 전에 집어넣고 불 끈 다음 다 풀어주고 즐거운 후루룩 시간을 가졌는데.... (띠리리링~) 오오옷!!!! 美味(요리왕 비룡의 그거...)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기가 막히는 맛이던 겁니다.
그 이후로 왠지 다른 라면을 그냥 원래 래시피대로 먹으면 성이 안차서 진짜 궁핍할 때나 편의점에서 끓인 라면 먹을 때 빼고는 항상 신라면 블랙 4팩에 국거리 200그램(1만원 이하 권장)을 사다가 먹는 사치스러운 라면에 중독되어버렸고 이번주도 점심 두 끼니를 신라면 블랙 4팩 5천원 국거리 9천원으로 사와서 먹방을 찍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래도 소고기 값이 떨어진건지 1만원 이하인 국거리를 많이 볼 수 있더군요 ㅎㅎ
솔직히 이거 먹고 해물라면에 전복 까넣어서 먹어볼까?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왠지 라면의 풍미와 전복의 깊은 향은 매치가 안되더군요.
뭐랄까 마치 라면에 송이버섯을 넣은 격이고 돌돔으로 매운탕을 끓여먹는 격이랄까....
단점은 내가 라면을 신라면 블랙 맛으로 먹고 있는건지 고기 육수맛으로 라면을 먹고 있는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겁니다.
뭐 이미 가격부터 본말전도 된 상황이니 상관 없으려나...? (후루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