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붙어다는 친구놈이 하나 있습니다.
이 친구도 컴퓨터 좋아하고 게임 좋아해서 아직까지도 게임에 대해 손을 놓고 있지 못하는 친구죠.
2년 전. 직장을 바꾸면서 게속 외지로 출장을 다니게 된 바, 이 친구가 집에 들어가는 날이 손에 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포기할 수 없었던 이 친구. 지방 출장을 고려하며 노트북을 찾다보니 대기업에 손을 대는데......
결국 비싼 돈 주고 삼성 오딧세이1(i7-7700HQ,GTX1050)을 샀지만, 애매한 성능에 피를 봅니다.
그 때는 배틀그라운드가 갓 유행중 이었는데 당시 베타였습니다.
이 친구는 남들은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카구팔이 나와도 먹지 않고 버리는 충격적인 전법을 씁니다.
고 배율 사이트로 줌을 땡기면 순간 끊김이 심해서 도저히 해 먹을 수가 없었거든요.
애매한 성능의 오딧세이는 그 날 이후로 친구의 불평불만 속에 강판 예약을 당합니다.
그 후 시간이 좀 지나고, 같이 지내는 친한 동생에게서 성능이 훨씬 좋은 에일리언웨어 중고를 싸게 구하게 됩니다.
i7-6700HQ에 GTX1060 6G이니 CPU는 한세대 떨어져도 GPU가 적지 않은 성능이죠.
하지만 받아서 기동을 시켜보니, 오딧세이보다는 낫지만 1060 이름값은 못하는 애매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베그 성능 패치 전에는 오딧세이 평균 40프레임, 에일리언웨어 60 프레임이라는 꽤 큰 차이를 보여줬지만
성능 패치 후에는 오딧세이 평균 55프레임. 에일리언웨어 75 프레임이라는 애매모호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친구는 그것도 좋다고 가져갔고,
그 다음날부터 카구팔을 무조건 먹더니 말도 안 되는 전적을 쌓으면서 프로 입단 제의도 받을 정도가 됩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1년 반 뒤, 오랜만에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도권에 사는 친구의 큰 집에 다들 모였습니다.
그 집에서 랜파티를 하기 위해, 그 옛날의 오딧세이 1, 에일리언웨어, 이번에 제가 새로 산 오딧세이2를 꺼내
그 자리에 세팅하고 그 집 PC까지 더해 베그 4인 스쿼드를 돌렸습니다.
다만 서로 사양이 너무하게 차이가 났고, PC는 4대인데 인원은 5명이었기에,
한판 끝나면 자리를 한 칸씩 바꿔가며 돌아가면서 하는 스타일이었죠.
그 자리에서 돌아가면서 게임을 해 본 바,
친구들이 오딧세이2(평균 85)가 오딧세이 1(평균 55)보다는 물론이고,
에일리언웨어(평균 70)보다 더 성능이 낫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결과가 그러니
에일리언웨어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본인이 쓰기 좋다는데 그냥 손 안대고 있었습니다.
제가 에일리언웨어를 쓰기 바로 전 판에, 바로 옆자리에서 에일리언웨어를 쓰던 다른 친구는
볼륨을 조정하다가 터치패드를 활성화하여 적이 우글거리는 정글에서 허공에 총을 연사하는 대참사를 일으키며
급한 나머지 Fn+아무 키나 막 누르기 시작합니다.
그 판이 허무하게 끝나고, 베그 특유의 고질병인 로비로 나갈때 랜덤하게 프로그램이 꺼진 에일리언웨어를 제가 받을때. 분명 스팀창 말고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화면 위에 다음과 같은 선택창이 떠 있더랩니다.
(영문으로) "퍼포먼스 모드로 전환합니다.
그래픽을 전환하고 뭐 어쩌구 저쩌구 재부팅이 필요합니다.
재부팅 하시겠습니까?"
(재부팅) (중단)
'이게 왜 떴지? 그럼 지금까지 퍼포먼스 모드가 아니었던 건가?' 그러면서 눌러서 재부팅을 한 다음
베그를 시작하니
프레임이 100 밑으로 떨어지질 않습니다. 평균 140 이상을 치네요
말도 안되는 성능 향상폭에 깜짝 놀란 저는 쉬는 순서였던 그 친구를 불러 성능이 엄청 좋아졌다고 말해줍니다.
그 친구는 생전 처음보는 상황인양 저보고 무슨짓을 했냐며 붙잡고 흔드는데 얼굴에 당황과 기쁨이 섞이네요.
나중에 그걸 판 동생한테 물어보니 Fn+F7이 I/O GFX라는 키였고, 퍼포먼스 모드와 절전 모드를 전환하는 키였습니다.
이 노트북을 친구에게 팔 때 쯤에 카페에서 시연을 위해 들고왔다가, 카페의 콘센트가 모자라 배터리를 써야 하자
절전 모드로 전환을 하고 시연 후 판매를 했으나, 게임 할 때 그걸 전환하라고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에일리언웨어 노트북은 지금이 절전 모드인지 퍼포먼스 모드인지 외장이나 OS단으로는 바뀌는게 없었고
이 친구는 그걸 모르고 일단 전 노트북보다 성능 향상이 있으니 그걸 게속 1년 반 동안 써 왔구요.
한 마디로 게이밍 노트북을 1년 반동안 절전 모드로 게임을 한 겁니다.
그날 저녁 기분이 좋아진 친구는 데스크탑을 안 사도 되겠다며 나머지 넷을 이끌고 소화 잘되는 소고기를 먹이러 갔으며
제 1600X+370X 보드의 판로는 막혀버렸습니다 ㅜㅜ
PS. 에일리언웨어를 영입하여 사형선고를 받은 오딧세이는. 제 손에 염가에 넘어왔습니다.
베그 돌릴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가, 베그 성능 개선 패치 이후 나름 할만한 성능이 되어
바이크 뒤 적재함에 실려 험하게 구르며 적절한 이동식 게임 및 영상편집 머신으로 활동하다가
지방으로 6개월 내려가게 되어 게이밍 노트북이 필요한데 예산이 부족한 친구에게 다시 염가에 넘기고
제가 오딧세이 2(i7-9750H,GTX1650)로 넘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