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를 기다리는 것은 언제나 행복하고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답답하여 입에서 F 단어를 나오게 만들기도 합니다.
결과론적으로는, (중간에 비매너 구매자 때문에 조금 빡치기는 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9860을 성공적으로 판매하고 HP 50G를 구매하였습니다.
카시오마켓에 남아있는 물건을 8만 5천원 정도를 주고 샀습니다.
가격은 3-4년 전과 비교해도 그대로이군요.
이 계산기는, 오랜 역사를 가진 HP RPL 언어를 탑재한 48 시리즈의 마지막 계산기라는 특징이 있어 단종이 된 지금 매니아 층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수집품 중 하나입니다.
이베이에서 신품을 50만원에 육박하게 파는 것도 봤습니다.
섬나라에서도 계산기 좋아하는 사람들 꽤 많은데, 이곳에서도 50G는 가치가 점차 상승하는 물건은 맞는 듯 합니다.
Ti 89와 기능이 비슷하지만 더 빨리 계산할 수 있으므로 이정도면 만족하며,
카시오 찌끄레기와는 다르게, CPU 구조가 대폭 변경된 49G+ 이후 모델에도 CPU에 48의 명령어 셋을 모두 내장하고 에뮬레이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하위호환성을 제대로 확보해 두었습니다. 그 결과 48시리즈의 모든 프로그램은 50G에서도 돌아갑니다. 정말 여러모로 개념 넘치는 물건이죠.
게다가 11만원짜리 9860보다 하드웨어 구성 자체가 알차고 튼튼합니다. 분해 영상을 봤는데, 뜯기도 참 힘들게 되어 있네요.
특이하게, 슬라이드 커버가 아닌 가죽 파우치를 기본제공합니다. 한번 사면 자녀에게 물려줄수도 있는 계산기의 특성상 마모가 심하고 수명이 짧은 슬라이드 커버는 영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인터넷 가보니까 ti랑 비교하면서 까는 글들이 꽤 있고 제가 봐도 사용이 어렵고 불편하다는 점, 스크린 해상도가 낮다는 점 등이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HP 로고 딱지는 모든 것을 용서케 해 줍니다. 공돌공돌.
램디스크를 사용하여 CR2032로 데이터를 보존하며 데이터 백업에 SD카드를 사용합니다. SD를 기본제공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잘 모르겠네요. 받아보면 알겠습니다.
한국어 설명서도 줄 테지만, 이미 인터넷에 돌아다닙니다. 근데 이거 번역이 개떡같습니다. 내가 해도 이거보다는 낫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차피 영문 설명서가 해석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말이죠. 수학 용어 조금만 알면 상관없으니.
아주 기분 좋거든요. 약 한사발 한 기분입니다.
바로 5일 후면 중간시험인데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참 신기하죠.
(여담이지만 참 이상하게도, 학교 내신 시험에서 제 발목을 10^32KN의 힘으로 꽉 붙드는 건 다름아닌 영어과입니다. 어째 70점을 못 넘는지... 뭐 근데 어차피 내신은 언제나 폭망)
그러면서도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3년간의 고통을 생각하면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CAS가 안되서... 핸드폰에 눈물젖은 48G와 graph 89 앱을 깔고 썼네요.
원래 계획은 목요일날 9860을 팔고 금요일날 아침에 50G를 주문하여 오늘 받는 것을 계획으로 하였습니다만, 비매너 구매자 때문에 계획이 틀어져서 금요일 18시에 주문해 버렸고 그 결과 계산기를 받기까지 이틀이나 더 기다려야 합니다.
언제 도착하는지 알기 위해 필사적으로 계속 운송조회를 하게 되고 희망은 언제나 절망으로 변합니다.
택배사는 로젠입니다. 좋은 평은 못 받는 회사라고 합니다.
오늘 도착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