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기숙사 내에서 만화나 영화 보는 게 금지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PMP와 넷북에 만화와 영화를 담아서 기숙사 청소할 때(보통 금요일 밤 10시~12시 40분) 빠르게 기숙사 방과 맡은 구역을 청소한 후에 봤었습니다.
기숙사와 학교가 같은 부지에 있고 학교만 안 벗어나면 학교 내를 돌아다니는 건 자유였으므로 들고 적당히 학교로 나갑니다. 주로 운동장 벤치 같은 데로요. 산 아래라서 공기도 신선하고 매점에서 산 음료수 한 캔 마시면서 25분짜리 애니 하나 보고 돌아왔었습니다. 운동간다는 핑계를 대는데 막을 수 없고 들켜봐야 기숙사 내에서 안 봤으니 사감도 시비를 못 걸었죠. 어차피 들키지도 않았고요.
시험이 끝나고 난 당일에는 밤 두시까지 기다리다가 텅 빈 공부방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봤죠. 그리고 영화 다 보고 나면 새벽인데 그 때 운동장 돌고 학교를 돌아다니는데 그 공기가 얼마나 푸르고 청정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맑아진 머리로 시험에서 찾은 약점을 오답노트를 만들고 공부할 거 훑어본 후 기숙사 나갔죠. 시험 친 주 토요일은 아침에 일찍 보내줬거든요.
PMP와 넷북이 없던 시절에는 신문과 책을 봤죠. 논술 및 면접 대비를 위한 고전도 있지만 대개 라노벨이었죠. 만화도 있었지만 그건 주로 주말에 몰아 봤고.. 그건 잡지 않아서 그냥 기숙사 안에서 보거나 나가서 보거나 그랬습니다.
그 때 만화와 애니 볼 때 지금 생각해도 꿀잼이었고, 진짜 스토리나 내용들도 와닿기도 하고 감정이입도 엄청 잘 되더군요. 심지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같은 고전 소설을 보고도 눈물 날 지경이었으니 뭐. 정작 대학 와서는 그렇게까지 재미있고 자극적으로 다가오지 않더군요. 그래도 고등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