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라멘집이 생겼습니다. 원래는 옆동네에서 공유주방의 배달 전문점으로 하다가 여기로 이사와서 가게를 차렸나 봅니다. 배민에서 리뷰랑 찜 수가 1000개를 넘으니 이 정도면 성공한 편이죠?
이 가게. 영업시간이 아침 7시부터 밤 3시입니다. 배달 전문이니까 늦게까지 영업하는 건 이해하는데, 아침 7시부터 밤 3시까지면 사람이 최소한 3명은 있어야 감당이 되잖아요? 피크 타임에는 혼자서 힘들 수도 있고요.
그래서 재료를 준비하고 라멘을 만들기가 어렵지 않은 형태, 더 쉽게 말하면 공장제 양산형 재료를 가지고 간단하게 조리해서 내놓기만 할거라 예상했는데요. 직접 가서 먹어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딱 공장에서 만든 스프, 뻔한 면, 흔한 토핑, 마지막에 토치로 지져서 불맛만 남긴 차슈까지. 일본 식자재 파트에서 파는 재료만 싹 긁어와서 재료하면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하게 되는 그 구성과 맛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되게 별로였을 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아닙니다. 지금까지 2번 가봤고 앞으로도 라멘이 땡기는데 멀리가기 귀찮으면 또 얼거고요. 아침에 밥 먹기 귀찮으면 올겁니다. 이 정도만 되도 라멘이라 불러줄 수 있거든요.
사실 라멘이라는게 엄청나게 대단한 음식이 아니잖아요. 한국에서 이상하게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것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그렇지, 일본 현지에선 별 싸구려 라멘도 많은걸요. 한국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공장제 양산형 재료만 잘 써도 먹을만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음식을 만들 수가 있는데, 이거조차도 못하는 가게가 은근히 많단 말이죠. 라멘 스프 농축액을 두어숟갈 아낀다고 해서 얼마나 돈을 번다는 건지.
물론 식자재 마트에서 스프/면/고명을 사서 끓이면 한그릇 9천원보다 훨씬 싸게 똑같은 맛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아는데... 식자재마트에서 산 재료는 대용량이라서 한번 뜯으면 10인분씩은 끓여야 하잖아요? 그러니 뻔한 맛이어도 다시 가게 될것 같아요.
그래서 가격이 얼마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