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부랴부랴 전투복을 입었는데 어째 좀 헐렁합니다?
분명 상반기때는 상의도 너무 껴서 지퍼도 1/3 정도 열고 다녀야 할 정도고 바지도 벨트가 필요 없을정도였는데 오늘은 어째 지퍼도 잘 잠기고 바지도 좀씩 흘러내리네요.
근데 이상한건 분명 저는 그때에 비해 살이 전혀 빠지질 않았다는거죠.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2. 제가 받은 훈련이 정확히 말하자면 작계훈련이라 동대에 가서 받는데 문제는 제가 사는곳에 동대가 없는 상황입니다.(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라네요.) 그래서 인근 동네까지 가서 받아야 하는 실정인데 직선 거리상으론 4km에 불과한 거리지만 지리적으로 볼땐 산과 저수지 하나를 넘어가야 나오는 동네일 뿐만 아니라 약간 외진곳에 있어서 대중교통이 참 극혐이네요.
자차를 이용하면 10분이면 갈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적게는 30분, 크게는 한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크게 걸리는건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이용해서 갈때의 기준인데 한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서 갈아타고 가야 하는지라 저렇게 걸립니다. 적게 걸리는건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의 기준인데 요즘 시외버스가 적당히 비싸야지.....
근데 오늘 늦게 일어났네요 ^오^ 투덜투덜 거리면서 시외버스 타고 갔습니다.
3. 동대에 도착을 하니 다들 삶에 지친 고로 뻗어있거나 피곤에 지친 모습들이 보입니다. 훈련이 아니라 인력소개소 나온 기분입니다. 그와중에 예비군 지휘관이 뒷쪽에 앉아서 다리꼬고 핸드폰 하는 예비군에게 앞자리 부터 채워서 앉아달라고 부탁하니 대놓고 싫다며 개기네요.
어차피 현역, 지휘관들 전부 다 예비군들 졸고 밍기적 거리는거 다 알고(일단 제가 동원부대 출신이라 좀 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거 대개 이해 해 주는 분위기인데 왜 꼭 개기지 못해서 안달일까요. 서로 좋은게 좋은거라는거 알잖아요? 그전에 앞자리 부터 채워달라고 부탁하는게 과도한 요구도 아니고 엄밀히 말해서 핸드폰은 쉬는 시간에만 쓰는거 맞잖아요?
그와중에 예비군 지휘관이 짬밥도 짬밥이지만 사람 자체가 나긋나긋하고 여유가 넘치네요. 신기하게 잘 컨트롤 합니다. 저도 저런 여유가 넘치는 사람이 돼고 싶습니다.
대충 이 영상에 나오는 경찰같은 느낌입니다.
4.
다들 아시다시피 요즘 예비군 훈련은 대체로 중식비 지급 대신 도시락 지급을 하는편 입니다. 아무래도 돈을 주는 쪽이 더 좋다곤 생각하지만 식사 지급을 하면 식사훈련 및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생겨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하도 까이고 까이다 보니 예전과 다르게 김치 쪼가리나 들어있는(막말로 돈 떼먹는) 도시락을 주진 않습니다. 아무리 맛이 없어도 구색은 갖춰서 나옵니다. 제가 받은 도시락도 찬의 종류도 많고 단백질 비중도 나쁘지 않고 국도 나오는 둥 기본은 갖춘 모양새 입니다. 양도 정말 많습니다.
허나 문제는 저 해쉬 브라운..... 너무 맛없어요. 아마 튀겨서 내야할 물건을 전자렌지 돌린게 아닌가 싶은데 정말 맛없습니다. 김치도 심지 부분만 있었구요. 어묵은 밀가루 함량이 너무 높네요.
5.
젊은 날의 현명한 선택.....?
응 안속아.
6. 밥을 먹고 훈련의 일환으로 등산을 합니다. 분명 동네 뒷산이라 했고 실제로도 동네 뒷산이라 불릴만한 수준인데 문제는 제가 힘듭니다. 가뜩이나 아침에 추울것 같아서 내복을 입고 왔는데 막상 산을 타니 땀이 비오듯 옵니다.
제가 현역 시절에 동원훈련을 하면서 언덕 하나 타놓곤 죽을 상을 펴는 예비군들을 보곤 속으로 'ㅋㅋ X신들' 이렇게 생각했는데 제가 이렇게 됐네요. 그때 예비군 한명이 저한테 "너도 이거 할때쯤엔 나처럼 될거다." 라고 말했는데 이건 저주가 아니라 조언이었고요. 모든 일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산에 올라가서 지휘관이 동쪽엔 뭐가있고 서쪽엔 뭐가있고 남쪽엔 뭐가있니 어쩌니 하는식으로 지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동쪽인가 남쪽에 있는 18홀 골프장에 북한군이 안둘기를 타고 침투하고 우리는 화망을 구축하고 어쩌고 하는 얘기를 하는게 나중엔 아예 골프 얘기로 흘러가네요. 모 골프장의 대표가 어떻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 뒤로 얘기가 좀 길어졌다 싶었는지 크레모아, 인계철선 등 여러 강의를 진행하였으나 저는 이때 조는 바람에 기억이 잘 안나네요.
7. 훈련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코스트코를 갔습니다. 원래는 집에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밥을 해먹기 싫더라구요. 그리고 나름대로 향토방위에 이바지 했다는 그럴듯한 명분도 있었구요. 아무튼 메뉴는 치즈버거 입니다.
화장실부터 갔습니다. 동대에서 쓰려고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건 그렇고 코스트코 자주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얼추 아실테지만 코스트코는 화장실조차 미국스럽습니다. 저 스뎅으로 된 세면대좀 보세요. 요즘 어느 한국계 마트가 저런 세면대 쓰나요?
사실 미국스러운게 아니라 미국 그 자체인겁니다. 뭐가 됐던간에 저는 저런 아메리칸 갬성 좋아합니다.
치즈버거, 전복죽이야 기글에서 몇분이 올렸기에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치즈 돈까스 카레 덮밥이라는 메뉴가 생겼네요. 선발대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목적대로 치즈버거를 주문합니다. 밝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아저씨에 가려서 안보이긴 하는데 저쪽에 있는 온장고에서 꺼내줍니다.
포장을 해와서 집에서 먹었습니다. 코스트코에서 포장을 해온건 처음이네요.
가장 눈여겨볼건 역시 코스트코 다운 크기. 이 햄버거와 비견될만한 햄버거로는 맥도날드의 쿼터파운더와 버거킹의 와퍼 정도가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쿼터파운더는 야채가 부실하고 와퍼는 패티가 얇습니다. 하지만 이건 야채도 충실하고 패티도 두껍습니다. 빵도 포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숨이 먿질 않았습니다.
또 제가 살짝 놀랐던건 코스트코 음식답지 않게 짜지 않습니다. 오히려 맛의 균형이 꽤 잡혀있습니다. 코스트코 음식하면 대개 짜다는 평이 많은데 이건 케챱과 마요네즈의 양도 적절하고 야채가 제 역할을 하는지 부담없이 먹을수 있습니다. 또한 치즈 역시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제 맛을 냅니다.
취향 차이긴 하지만 피클이 없습니다. 오이, 피클을 싫어하는 저로선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저는 이걸 두번 다시 먹진 않을것 같습니다. 패티가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처음에 호일을 열고 패티의 겉을 보니 바짝 말라있으며 매끈합니다. 흔히 마트에서 파는 냉동 떡갈비를 전자렌지에 돌려보면 바짝 말라있는 표면을 볼 수 있는데 딱 그렇습니다. 코스트코 음식들이 다 그렇다곤 하지만 이건 자신이 기성품임을 나타내는 자기주장이 너무나도 셉니다.(기성품이라고 단정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저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입 베어무니 패티가 푸석한건 둘째치고 맛이 없습니다. 맛이 떨어진다 할때 맛이 없다가 아닌 문자 그대로의 의미, 그러니까 '無味' 라고 표현할수 있겠습니다. 버거킹이야 말할것도 없고 맥도날드도 패티 품질과 관련하여 말이 많지만 아직은 썩어도 준치라고 생각하고 롯데리아도 예전과 비교하자면 패티의 품질이 점차 좋아지는 추세인걸 감안하면 아쉬울 따름입니다.
또한 패티를 열심히 씹다보면서 느끼는건데 패티에서 패티답지 않은 이물감이 느껴집니다. 적어도 맥도날드에서 주장하는 '순쇠고기 패티 두장'을 먹어보면 맛이 없을지언정 이런 이물감은 안 느껴집니다. 제 추측이지만 이 패티는 잡육이 좀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아마 기성품이 맞다면 잡육을 좀 섞었을 확률이 다소 있습니다.
외식 시장의 레드 오션이라고 불리는 미국 외식 시장에서 코스트코 핫도그는 거진 30년을 버텨온 반면 치즈버거는 결코 그렇질 못합니다. 미국 코스트코에서도 여지껏 샌드위치(미국에서 샌드위치라 함은 여러분들이 아는 그 샌드위치 뿐만 아니라 햄버거의 모양새를 띄었으나 쇠고기 패티가 아닌 닭고기 등의 패티를 넣은 물건들도 샌드위치라 부릅니다.)류를 팔았지 햄버거는 최근에나 추가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코스트코 핫도그를 한번 먹어본다면 어떻게 코스트코가 핫도그를 30년동안 유지해 왔는지 알만한 맛을 냅니다. 또한 코스트코 치즈버거를 먹어보면 여지껏 왜 치즈버거를 팔지 않았나 하는 의문 또한 풀리게 됩니다. 핫도그 드세요. 나도 핫도그나 먹을껄.
본사라서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