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궁전이라는 방법입니다.
머릿속에 공간을 만들어 거기에 암기할 내용을 끼워넣는 거죠.
예를 들어 구름, 줄자, 936, 호랑이, 카페인, 태양, 오징어, 화산, 짬뽕이 단어를 암기하려고 해 봅시다.
그냥 암기하려고 하면 헷갈리고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번 집을 떠올려 보면서 어거지로 스토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아파트가 구름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줄자를 타고 나의 집인 936호로 갔다. 들어가니 현관에서 호랑이가 달려들어서 신발장에 있는 카페인 알약을 던져 때려잡는다. 거실로 가니 태양빛이 비쳐서 밝은데 베란다에 오징어가 말라가고 있었다. 그래서 난 부엌의 화산으로 가서 호랑이와 오징어를 넣은 짬뽕을 끓여먹었다.
이렇게 머릿속에 집을 만들고 거기에 암기할 내용 구름, 줄자, 936, 호랑이, 카페인, 태양, 오징어, 화산, 짬뽕을 구겨넣습니다.
물론 그 스토리는 말같지도 않고 어이없는 개소리 같지만 신기하게 이렇게 스토리를 만들어 놓으니 순식간에 암기가 되죠.
그냥 집으로 들어간다고 상상만 하면 저 단어가 플래시백이 되거든요.
처음엔 원룸이나 아파트에서 시작해서 숙련된 사람은 아예 머릿속에 도시, 심지어는 하나의 이세계를 만들어버리고
거기에 암기할 내용을 모조리 집어넣어서 어마어마한 지식을 암기하게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심오한 최신 뇌과학적인 방법론 같지만 그리스-로마 시기부터 공부 좀 한 지식인들은 다 구사하던 방법입니다.
그리고 중세시대에도 가톨릭 성직자들이 기도문과 성경을 모조리 암기한다거나,
가까이는 한국만 해도 사서삼경을 줄줄 암기하던 수많은 선비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모두 천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 사람들이 보면 말도 안 되는 암기를 하는 건 다 그런 기술이 있어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