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해외취업 때문에 일본 도치기현에 거주중이에요
통근을 위해 직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월세가 살짝 비싼 대신, 작년 늦가을에 지은 따끈따끈한 신축이고 혼자살기엔 차고 넘치게 넓은 인터넷이 무료로 딸려있는 방입니다. 관리비에 포함인건지는 모르겠지만 공식 광고상 '무료' 인터넷이고 100Mbps급입니다.
이사온지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쓰고있는 무료 인터넷에 불만이 생겼는데, 다른 시간대에는 손색없는 100Mbps급 속도를 보여줍니다만 19~24시경 피크타임대만 되면 속도가 5Mbps 이하로 떨어집니다. 특히 자주 이용하는 트위치가 160p~360p 해상도 초과로는 시청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해지더군요
구글링으로 일본의 인터넷 회선과 사업자에 대해 좀 알아보니 소프트뱅크 히카리(光), So-net 히카리, 도코모 히카리 등 NTT 회선을 이용하는 사업자 외엔 공사가 매우 늦거나,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걸 알았습니다. 되도록이면 빨리 빠른 인터넷을 쓰고 싶었기에 공사가 느린 사업자는 피하고 싶었고 결국 소프트뱅크의 광회선인 소프트뱅크 히카리를 신청하게 됐습니다.
며칠 지나니 집에 택배로 포켓와이파이 단말이 하나 왔습니다. 개통 전까지 임시로 쓸 수 있게 무료로 대여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안에 반송용 착불 전표도 같이 들어있어서 개통된 후 붙여서 편의점, 택배 취급점 등에서 반송하면 됩니다.
2주 정도 지났는데 소프트뱅크 측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현재 신청하신 맨션 요금제는 지금 살고계신 곳에는 개통이 불가능한 상품이라고... 제가 신청을 잘못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걸 파악하는데 무려 2주가 걸린 겁니다.
알맞은 플랜(주택용 요금제)으로 재신청하니 공사 날짜를 그자리에서 바로 잡아주더군요. 여기서 살짝 어이가 없었습니다. 처음엔 공사 날짜도 공지를 안해주고 지금 살고있는 주소가 신축인 건물이라 등록이 안 되어 있어 확인작업이 필요하다 뭐다 하고 2주동안 아무 말도 없더니 플랜 하나 바꿨다고 바로 공사날짜가 정해지다니... (물론 그동안 파악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또 2주를 초저화질 트위치를 시청하면서 버텼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공사날짜가 되어 NTT 회선측 공사업자가 왔습니다.
5분이면 도착한다고 전화를 줘서 기다렸더니 10분이 지나도 안 오길래 현관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공사업자가 마침 오면서 인사하더니 좀 유감인듯한 표정으로 말을 걸더랍니다. 안타깝지만 어쩔수 없다는 듯한 말투로 계속 말하길래 들어보니
지금 살고계신 건물에 이미 광회선은 들어와 있으나, 각 방마다 선이 끌어져 있고, 분전반(MDF)에 있는 공유기? 허브?에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분전반을 열어 확인시켜줬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이 건물은 신축이고 외관을 해치고 싶지 않으니 따로 공사가 필요하지 않게 이미 인터넷 회선을 들여왔으니 비스(못)를 박거나 인터넷 선을 매달아서 건물 외관을 해치는 일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라길래 저는 이미 건물 관리회사측(부동산)에 공사 허가도 받아냈다 하니까, - 비스 두세개 박는 정도로 끝나면 관리회사측도 퇴거시 구멍을 메우는 조건을 붙이던지 해서 허용을 해주겠지만, 바로 윗문단에서 말한 신축이고 외관이고 하는 문제도 있고, 비스 두세개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공사를 해서 개통을 해도, 여기 건물에 거주중인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광회선을 개통하고 그러면, 건물 외관이 상당히 훼손이 심해진다. 지은 지 20~30년 된 오래된 건물일 경우엔 별로 상관없겠지만, 여긴 무려 작년에 지어진 새삥 건물이라 아마 힘들 거임 - 라는 것이었습니다.
설명인지 설득인지를 한바탕(?) 듣고 나니 납득이 가더군요. 동시에 4주의 기다림과 허탈감이 어우러져 '해약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빗속을 자전거로 편의점에 가서 포켓와이파이를 반송해버리고 전화로 개통신청 취소를 진행했습니다.
일본 주거형태의 특징이 '아파트', 즉 한국의 그 아파트랑은 다른 4가구 이상의 3층 이하 연립주택이 매우 많습니다. 보통 저같은 1인 가구나 서민을 위한 주거형태입니다. 또 '맨션'은 높은 층수에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가구수가 특징입니다.
지어진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맨션의 경우에는 보통 한국의 아파트처럼 모든 방에 광회선이 끌어져 있거나 한데, 아파트의 경우는 광회선이 끌어져 있거나 아니면 아예 없거나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제가 사는 건물은 좀 특이한 케이스인게, 건물 전체에 허브가 하나 있고 그 허브에서 각 방으로 연결됩니다. 레오팔레스라고 부르는 곳들도 대부분 이런 형태입니다. (제가 레오팔레스를 두 군데 살았는데 둘 다 그랬으니 아마도. 그리고 이번에 제가 이사온 곳도) 그래서 건물 전체에서 특정 시간대에 사용량이 집중될 경우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다른 사업자도 어차피 똑같은 NTT 회선이기 때문에 공사는 불가능할 것이라 판단, 개통 취소했습니다. 신축이라서 제가 처음으로 들어간 방이고 해서 좋았는데 여기서 독이 될 줄은 몰랐네요.
기가비트 공유기도 새로 주문해서 도착 예정인데 의미가 없어졌네요
그냥 피크타임대에 다운로드같은걸 하지 않든 해서, 환경을 저에 맞추는 대신 저를 환경에 맞추기로 했습니다. 아 그런데 트위치는 피크타임대에 방송이 잦잖아? ...
오래된 구형 아파트들은 보통 2페어 전화선만 있는데 이걸 전용 DSU로 500Mbps까지 개통해버리고
이걸 또 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빠르게 시스템 구축하고서 아파트 입구에서
간이 텐트치고서 개통하라고 광고까지 해버리더군요.
그리고 아무리 시골이더라도 몇가구라도 모여있는 동네면 광랜을 깔아버리는 KT...
도심지라면 개통신청하고 바로 다음날에 기사가 와서 1시간 내로 뚝딱 설치...
요즘 시대의 한국에서 인터넷 품질은 기본이 아닌 기본이 되어버렸고... ㅎㄷ...
다시 생각해보면 참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는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