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금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랑니를 뺐거든요. +그리고 충치 치료까지.
사실 저한테는 참 근사한 사랑니가 하나 있었습니다. 왼쪽 위에 난 것인데, 의사 왈 "참 깨끗하게 잘 나긴 했다, 정말 모범적일 정도"라고 하더군요.
근데 문제는 그 사랑니가 너무 반듯하게 잘 난 덕분에 그 옆에 있는 어금니와 밀착해버렸다는 거고, 두 번째로 짝이 맞는 아래쪽 사랑니는 나질 않아서 이 사랑니의 유일한 용도는 뺨을 씹는 것뿐이었다는 겁니다. "물리적으로 양치가 불가능한" 자리가 생겼단 거는 덤이구요. (실제로 치실도 들어가면 정말 힘들게 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뭐 당장은 괜찮으니 좋아쓰! 로 일관하길 십수어 년, 결국 사단이 터졌습니다. 온갖 온도와 물질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통증 때문에 참지 못하고 야간 영업을 하는 치과로 돌진, 일단 사랑니부터 빼고 보자고 요구했던 거죠.
그 결과 -> 당연하지만 사랑니와 어금니가 맞닿은 부분은 양쪽 다 사이좋게 박살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칫솔도 안 들어가는 구조니 일단 사랑니부터 뽑아야 뭐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하여 사랑니 발치. 마취 주사 후 뽑으려는데 제가 원체 쫄보라 비명을 질러대니 결국 더 넓은 부위까지 마취를 했고, 치과의사는 "아니 주삿바늘 들어가는 건 참으면서 발치하는 건 왜 못 참아요?"라며 일갈하셨습니다. 이빨은 잘 뽑혔고, 남은 어금니는 다행히 약 40% 가량을 갈아내어 어떻게든 신경치료는 안 하고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이 술 해금일.
충치는 미리미리, 사랑니도 가능하면 일찌감치 해결해두는 게 좋다는 교훈을 얻는 최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