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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22.11.06 19:32

영화감상낄: 기생충,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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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504 댓글 8

비행기에 10시간이 넘게 갇혀 있는데 인터넷까지 쓸 수 없으니 이번 기회에 유행이 몇 년이나 지난 명작을 보기로 했습니다. 심지어 지금까지 결정적인 스포일러도 안 당한 채로 봤어요. 하지만 이 글에는 스포가 다분히 포함되니 안 본 분들은 뒤로 가세요.

 

원래는 여기에 2개를 더 추가했었는데 그건 날려먹었고, 이건 살려내는데 성공해서 부랴부랴 올려 봅니다. 


기생충

전부터 생각하는 건데, 봉준호 감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뒤틀린 관계, 그것도 지독하게 비틀린게 아니라 쓴웃음밖에 안 나오는 식으로 꼬여있는 부조리 전문이지 싶습니다.

지금까지 본 봉감독 영화가 다 그래요. 살인의 추억부터 시작해서 괴물에 옥자까지요. 차이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대놓고 말도 안되는 소릴 할 수가 없으니 다분히 현실적이었는데, 이제는 대놓고 비현실적인 소재를 삼아도 팔릴 위치에 올랐다는 거지요. 저는 이게 괴물과 동급으로 비현실적인 소재라고 봅니다.

영화가 말이 안되니 재미가 없다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고요. 많고 많은 재료 중에서 하필이면 그런 소재를 가지고도 끝까지 화면을 보도록 붙들어 놓는 힘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연출과 구성에서 나온 것이겠지요. 정말 대단한 자신감과 능력입니다.

어쨌건,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꼬여있는 인간관계를 보여주고, 거기에서 비롯된 긴장감으로 이야기를 계속해서 끌고 나갑니다. 재미도 있고요.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어떤 영화에 상을 주는지 알겠어요. 좀 더 유쾌하고 현대적인 라쇼몽 같은 걸 좋아하나 봐요.

인간 관계 뿐만 아니라, 그냥 여기에 등장하는 인간 자체가 다들 꼬여 있어요. 아들 친구나 피자집 사장부터 주요 인물들까지 모두요.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사람은 기사식당 손님이나 생일잔치에서 첼로 연주자 정도가 전부일 겁니다. 그러니 그들의 관계 역시 꼬여 있겠죠. 그리고 이런 인물과 관계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엔딩은 역시나 기생충같은 엔딩밖에 없을 테고요.

그런데 이야기가 시종 일관 꼬여져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꼬여져 있어서 그런지, 혹은 비행기 안에서 작은 화면에 이어폰으로 봐서 제 심사가 꼬여서 그런지 몰라도 보고 있으니 피곤하네요. 그래도 최고는 살인의 추억이라고 되뇌이는 이유는 역시도 비틀린 제 머리 속 때문일 겁니다.

감독이나 이야기와는 별개로 연기는 정말 대단하더군요. 특히 선을 꾸준히 넘는 김기사와 그걸 꾸준히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박사장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송강호가 그 야들야들하게 선넘는 연기에 최적화된 것 같기도 합니다만. 보고 있으니 정말로 눈치없게 선넘는 찐따와 그걸 못 참는 주변인들이 계속해서 떠오르더라고요.


조커

조커는 두 가지 이유에서 명작입니다. 우선 조커라는 누구나 다 아는 만화 캐릭터의 탄생을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매우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데 풀어냈을 뿐더러, 그게 원작 캐릭터를 해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조커처럼 입이 찢어지지도 않았고 화학약품 통에 빠지지도 않았지만 나름대로 입에 스마일도 그려주고 분장하는 이유도 설명하며 왜 항상 웃는지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영의정이 오도바이를 타고 출근해도 되지만 주상전하 앞에서 안 내리면 말이 안 된다는 표현이 있던데, 이 영화는 그 선을 정말 잘 지켰어요. 보면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딱 하나, 저 맨날 쳐맞고 다니던 말라깽이가 무슨 힘이 있다고 덩치를 죽이나 뭐 이정도?

그리고 조커라는 캐릭터나 고담시의 배경 지식을 떼어 놓고, 이 영화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참 잘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설득력 있게 만들었냐면, 저런 동네에서는 총기가 필수 아닐까라는 생각이 지금도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평소 총기 규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하필이면 향락의 도시 라스 베이거스로 가는 비행기 안인데도 말이죠.

요새는 기글을 운영하는 마인드를 180도로 바꿔서, 전에는 내가 맞고 니가 틀렸으니 꼬우면 나가시던가 같은 자세였다면, 이제는 평범한 사람부터 온갖 진상까지 가능성이 열려있는 동네 구멍가게 사장이니 티 안내고 그냥 넘기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변의 조커같은 이웃들이 자꾸만 떠오르더라고요.

분명 선천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문제가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려는 시도를 유지하던 아서같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궁지에 몰리면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헛수고 같아도 열린 마인드를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되네요. 최소한 내가 재밌자고 나름대로 참는 사람을 쑤셔서 조커를 만드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싶네요. 설령 아서의 개그가 전혀 웃기지 않았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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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급식단 2022.11.06 20:22
    기생충은 저랑 소감이 비슷하시네요 ㅎㅎ
  • profile
    낄낄 2022.11.06 20:44
    님 저랑 성향이 비슷하시군요
  • profile
    나무넷      - '계획대로야' 2022.11.06 20:31
    '이제는 평범한 사람부터 온갖 진상까지 가능성이 열려있는 동네 구멍가게 사장이니 티 안내고 그냥 넘기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후덜덜....

    (내공을 숨긴 구멍가게 사장님이시라니 ... 가능성은 결국 가능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김씨네 편의점'일까요... ㅎㅎ )

    전 개인적으로 두영화 조금 불편해서 저런류의 영화를 볼땐 코미디 영화 한편을 끼워 넣게 되더라구요
  • profile
    낄낄 2022.11.06 20:44
    아무리 비행시간이 10시간이 넘어도 2편 보면 피곤해져서... 유명한 것만 골라 보는게 한계네요
  • profile
    부천맨      Life is not a game 2022.11.06 20:35
    연체류 게임이나 기생충 같은 게 영 아니던데... 보다가 포기했네요.
  • profile
    낄낄 2022.11.06 20:44
    저도 오징어게임은 볼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 profile
    딱풀      안녕하세요. 문송합니다.   2022.11.07 10:35
    아직 둘 다 안봐서.....기대가 되네요 ...+_+
  • ?
    leesoo      raysoda.com/user/leesoo 2022.11.07 17:14
    영화감상낄이라니, 줄여서 영감낄!!!
    ...죄송합니다. 아 이걸로 영화두편 다봤네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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