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 조정을 반복했던 2017년 반도체 시장의 예측
2017년 반도체 시장은 특별한 1년이었습니다. 예측이 계속 뒤집혔기 때문입니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2017년 반도체 시장은 한자리수 성장이 예측됐습니다. 반도체 제조사가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결성한 업계 단체 WSTS(세계 반도체 시장 통계)에선 2016년 11월 29일 2017년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3.3%로 예측했습니다 . 그리고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전통이 깊은 시장 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2017년 1월 23일에 2017년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7.2%로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약 3개월이 지난 후인 2017년 4월 13일에 가트너는 2017년의 성장률을 12.3%로 5.1% 상향 조절했습니다. 2주 전인3월 29일에 다른 시장 조사 기관인 IC Insights는 IC 시장(개별 반도체를 포함하지 않는 시장)의 성장률을 11%로 잡았습니다.
WSTS는 매년 봄과 가을에 반도체 시장의 예측치를 발표했습니다. 2017년 6월 6일에 WSTS가 발표한 2017년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이전(2016년 11월 29일)의 예측을 크게 웃도는 11.5%였습니다. 반년만에 9.2%가 늘어난 것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2017년 봄의 시점에는 11~12%의 성장률을 업계에서 예측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성장률의 상향 조정이 멈추지 않는다
2017년 봄 이후에도 성장률은 계속해서 바뀌었습니다. WSTS가 6월 6일에 수정 값을 발표한지 불과 한달 뒤인 7월 11일에는 가트너가 성장률을 16.8 %로 대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가트너는 대략 3개월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시장 규모와 성장률 예측을 갱신하는데, 이전 예측에 비해 성장률은 4.5% 올랐습니다. 그리고 8월에는 IC Insights가 16% 성장, WSTS가 17.0% 성장으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2017년 반도체 시장이 16~17%로 예상 밖의 높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의 상향 조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약 3개월 후dls 2017년 10~11월에 상향 조정이 다시 반복됐습니다. 가트너는 10월 12일에 성장률 전망치를 19.7%로 2.9% 늘렸습니다. WSTS는 11월 28일에 20.6%로 8월 18일에서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3.6%를 높였습니다. IC Insights도 IC 시장의 성장률을 10월 18일에 22%로 8월 1일에 비해 6% 정도 올렸습니다.
상향 조정을 견인하는 건 다들 알고 계신대로 반도체 메모리였습니다. 작년 가을에도 반도체 메모리, 특히 DRAM의 가격 상승이 이어졌습니다. 제품 분야별로 따져보면 반도체 메모리는 이상할 정도의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WSTS가 2017년 11월 28일에 발표한 제품 분야별 성장률에서 반도체 메모리의 전망치는 60.1%에 달했습니다.
이 발표가 나오기 1년 전인 2016년 11월 29일에 WSTS가 발표한 반도체 메모리 제품의 2017년 성장률 전망치는 4.4%에 불과했습니다. 그것이 2017년 6월 6일의 발표에서는 30.4% 성장으로 대폭 상향 조정됐으며, 같은 해 8월 19일의 발표에서는 50.5% 성장으로 더 크게 올랐습니다. 그리고 11월 28일에는 위에 나온대로 60.1%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아날로그 제품과 마이크로 제품(마이크로 프로세서, 마이크로 컨트롤러) 로직 제품도 성장 전망치는 상향 조정했으나, 성장률은 높아봤자 10% 안팎에 그쳤습니다. 반도체 메모리 제품이 이상할 만큼 성장이 두드러진 것입니다.
2001년 이후 3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
결국 2017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22% 전후의 성장을 달성합니다. 시장 조사 기관인 가트너는 2018년 1월 4일 2017년 반도체 시장이 22.2%의 성장률에 도달했다는 실적 추정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반도체 업계 단체인 반도체 산업 협회(SIA)는 2018년 1월 3일에 WSTS의 2017년 1~11월 누계 실적 집계가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2%는 어느 정도의 성장률일까요? 2001년 이후를 놓고 보면 2010년과 2004년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성장률입니다. 가트너가 집계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은 2010년이 31%로 가장 높고, 2004년이 그 다음인 25%였습니다. WSTS가 집계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 역시 2010년이 31.8%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은 28.0%의 2004년입니다. WSTS는 최근 전망치(2017년 11월 28일자 발표)에서 2017년의 성장률을 2004년 다음으로 높은 20.6%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아시아 태평양이 높은 성장을 나타냄
WSTS는 제품 분야 외에도 지역별로 시장 규모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아시아 태평양의 4개 지역으로 나누 보면, 2017년 11월 28일에 발표한 값은 미국이 가장 높은 31.9%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그 다음이 아시아 태평양의 18.9% 성장, 그리고 유럽이 16.3%, 일본은 12.6%입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수요 국가
WSTS는 판매 실적 수치에서 중국과 아시아 태평양을 구별해 발표하지만, 시장 예측은 중국 시장을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 포함했습니다. 그래서 실적에서 2017년 중국 시장의 성장률과 금액을 계산했습니다.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실적 수치를 보면 세계 시장은 총 3,671억 달러, 중국 시장은 1,177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비율은 32.06%입니다. 한편 중국 시장의 2016년 1~11월 까지의 실적은 955억 달러입니다. 1~11월까지의 실적을 비교하면 2017년 1~11월 중국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23.2%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시장의 2016년 실적은 1,057억 달러니 23.2%의 성장률을 가정하면 2017년의 시장 규모는 1,302억 달러가 됩니다.
그리고 WSTS가 2017년 11월 28일자로 발표한 세계 시장의 전망치는 4,087억 달러니까 중국 시장의 비율을 32.06%로 가정해 계산하면 1,310억 달러가 됩니다. 중국 시장의 2016년 실적은 1,057억 달러니 2017년의 성장률은 23.9%가 나와야 합니다.
이 계산에서 2017년 중국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은 23.2~23.9%, 금액은 1,302억~1,310억 달러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중국 시장의 성장률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중국 시장을 포함한) 전체보다 높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고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미국보다 큽니다. 즉, 국가 별로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요 국가가 되는 셈입니다.
WSTS가 중국 시장을 단독으로 집계하게 된 것은 2015년 3월 이후의 일이니, 어느 시점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가 됐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2015년 3월 이후 집계했을 때 1개월 판매액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있었으므로, 2015년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이 됐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2001년 이후 아시아 태평양이, 2010년 이후에는 미국 시장의 규모가 확대
이제 지난 20년 동안, 구체적으로는 2001년 이후의 변화를 WSTS에서 발표한 데이터에서 찾아 봅시다. 지역별로 따져봤을 때 2001년 이후 현저한 변화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급격한 성장입니다. 2001년에 미국, 유럽, 일본, 아시아 태평양 각 지역의 시장 규모는 상당히 비슷한 수준으로 302억~398억 달러 안에 들어갔습니다. 그것이 2009년에는 미국과 유럽, 일본은 299억~385억 달러로 2001년에 비해 거의 증가하지 않은 반면, 아시아 태평양은 1,196억 달러로 혼자서만 크게 상승했습니다.
2010 년 이후에는 지역별 시장의 흐름이 약간 바뀝니다. 미국 시장이 성장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 전까지 미국, 유럽, 일본의 시장 규모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많이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는 미국의 시장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유럽과 일본은 2010년 이후에도 침체가 계속됩니다.
일본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지 않음
2000년에 일본의 반도체 시장은 호환을 맞이해, 약 5조 엔의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IT 버블의 마지막 해입니다. 2001년에 IT 버블이 붕괴하면서 일본을 포함한 반도체 시장이 급감합니다. 이후 천천히 회복해 2006년에는 2000년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의 시장 규모, 5조 4,000억 엔을 기록합니다. 2007년에 일본 시장은 더욱 확대돼 사상 최대 규모인 약 5조 7,500억 엔이 됩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일본 시장은 침체가 이어집니다. 특히 2008년 9월에 발생한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영향이 켜, 2009년에는 약 3조 6,000억 엔까지 시장이 줄어들었습니다. 2년 전인 2007년에 비해 62.2%로 축소된 것입니다.
게다가 그걸 복구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2010년에는 일시적으로 4조 엔을 넘어섰으나 2011년에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 2012년에는 2000년 이후 최저치인 약 3조 2,700억 엔까지 떨어졌습니다. 2016년의 시장 규모는 약 3조 5,000억 엔으로 2009년과 거의 같습니다. 즉 2009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일본의 반도체 시장은 전혀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반도체 시장이 4조 엔을 넘어선 건 2017년입니다. 2010년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4조 엔을 넘은 것입니다. 그럼 올해는 어떻게 될까요? WSTS는 올해 일본의 반도체 시장이 3.8% 성장해 4조 2,140억 엔이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년 전과 변함이 없는 규모입니다.
2018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7% 성장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올해 어느 정도나 성장할까요? WSTS는 작년 11월 28일에 2018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성장률이 7.0%, 금액은 4,372억 6,5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가트너는 올해 1월 15일에 성장률이 7.5%, 금액이 4,51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7~7.5% 성장, 4,300억~4,500억 달러가 됩니다. 이 정도면 비교적 괜찮은 성장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년과마찬가지로 올해 반도체 시장의 행방을 크게 좌우하는 건 DRAM 가격입니다. DRAM 가격은 수급 균형의 변화에 과민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수급이 느슨해질 경우 급격한 반응을 보이기에, 시장 동향을 자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