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놓고 왜이렇지 하는거 적다 보니 글이 되었네요. 글 된 김에 올려봅니다. 어디다 쓰다가 그냥 기글에 올리면 더 많이 볼 수 있고 제가 보여주기도 편할 것 같아서 여기다 올렸어요.
(RS 써멀 컴파운드)
써멀컴파운드, 써멀구리스. 써멀페이스트 이 세가지는 적어도 PC에 있어서는 같은 역할을 하는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써멀 페이스트는 발열면(히트스프레더)과 흡열면(히트싱크) 사이 열전달률을 높이기 위해 쓰는 물건입니다. IBM 호환기종 PC에서 일반 소비자가 CPU에 쓰기 시작한 것은 386 - 486 시대 부터이며, 이후 점점 집적도가 올라가면서 누구나 쓰게, 아니 쓰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커지기 시작한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써멀테이크 TG-50)
이런 써멀 컴파운드를 바르는 방법은 지난 30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바르는게 좋냐고 싸운 주제입니다. 항상 옳은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그 30년간의 논쟁 끝에 사람들은 점차 깨닫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왜 아직도 깨닫지 않았냐면, 이게 사람 손으로 하게 되어 있거든요.
(TG-50 바르는 법)
누구는 저렇게 체에 대고 발라라, 누구는 몇그램을 딱 재라. 누구는 지름 몇mm 높이 몇 mm가 되어야 한다. 이는 써멀페이스트가 쓰이는 양이 너무 적어 사람마다 다른 경향성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주제로 사람들은 30년째 싸우고 있지요. 이 글 밑에서도 아마 싸움이 일어날 것입니다.
( https://www.pcinside.info/build-a-pc/how-to-apply-thermal-paste-or-thermal-grease/ )
하지만 굳이 단 하나의 방법만 써야 한다면 정립이 되어 있긴 합니다. 공장에서 쓰기도 좋고, 집에서 쓰기도 좋고. 반복작업하는 사람도 좋고. 일생에 단 한번 하는 사람도 정말 편한 방법. 단 한번에 쭉 짜서. 쿨러로 눌러서 쭉 펼치는 것이죠.
기포도 안생기고 CPU 코어는 보통 어짜피 가운데만 있으니까 상관이 없기도 합니다.
이렇게 답을 이미 다 말해놓고 왜 여기에 사족을 붙이는지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이번에 또 써멀을 사면서 매뉴얼을 보니 이 정론이 뭔가 사알짝 달라진거 같더라고요.
신뢰와 믿음의 이름 녹투아입니다. 2019년 11월에 나온 녹두써멀 두번째 버전입니다.
구성품은 이소프로필 알콜 와이프 3개와 써멀페이스트 하나입니다.
여기서 뒤의 인스트럭션이 문제입니다. CPU가 작을 때에는 1개, 클 때에는 여러번 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CPU 사이즈인 AM4에서도 여러번 찍으라고 하고있습니다! 그 녹투아가요!
쓰레드리퍼의 경우 여러번 점을 찍는걸 추천하기도 했었으나 그거야 당연히 왕 큰 CPU니까 그럴 테죠. (https://gigglehd.com/gg/hard/1542586) 는 생각해보니 왜 이것도 큰 점을 찍는게 아니라 여러번 찍는 것일까요?
그래서 찾아보니, 녹투아에서는 NT-H1보다 NT-H2의 경우 더 여러번 점을 찍는걸 추천합니다.
여기서 NT-H1과 NT-H2의 점도나 밀도의 차이가 바르는 방법의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조사에서 보통 이런건 신경 안쓰거든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결국 여기서 우리가 찾아보는것은 하나입니다. 벤치마크 결과죠. 일단 공식 벤치 결과를 가져오겠습니다.
하이라이트 된 부분은 써멀 페이스트의 성능과 발림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작은 CPU의 경우 0.2도 차이가 나지만, 넓은 CPU의 경우 2.1도 차이가 납니다. 바르는 방법이 같으므로 나타내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하이라이트 되지 않은 부분은 두 제품의 바르는 방법이 바뀐 AM4와 LGA2066 소켓의 경우를 보여줍니다. 이 경우에도 보이는 성능의 차이가 있습니다.
녹투아에서 공식적으로 공개한 바에 따르면 LGA2066을 사용한 7900X CPU의 경우 코어 별로 온도 차이가 매우 컸으며 (녹투아 테스트시 65도 ~ 80도 사이 분포함) 이는 CPU 내부 열전달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 유저는 히트 스프레더 바깥에만 손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코어가 많고 넓은 인텔 CPU 사용시에 최대한 열전달을 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엤죠.
바르는 방법을 고정시킨 다른 벤치마크에서 또 다른 정보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https://www.guru3d.com/articles_pages/guru3d_thermal_paste_roundup_round2_2021,7.html LGA1151을 사용한 이 벤치마크의 경우 NT-H2는 상위권 그룹 중 꼬리라면, NT-H1은 중위권 그룹의 중위입니다. 그럼에도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https://www.vortez.net/articles_pages/noctua_nt_h2_review,5.html AM4를 사용한 이 벤치마크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이 벤치마크에서는 NT-H1의 경우에는 아예 MX-4보다 위 그룹에 편입되었고, NT-H1은 써멀 그리즐리 크라이오넛을 넘어서서 금속 써멀인 컨덕토넛에 가까운 성능을 냅니다.
이 테스트에서는 제조사 권장 방법이 있다면 그걸 우선 사용하였고, 없는 경우에는 전체 다 바르는 방법을 사용하얐습니다. 써멀 그리즐리의 권장 방법은 전체 다 바르는 것이고, 녹투아는 위에 나온 대로이며, TM30은 일직선으로 바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결과가 제조사가 의도한 성능대로 나온 것 같네요.
그래서 이것들로부터 추론해서 써놓고자 하고 싶은 바가 무엇이냐 하면.
1. 크고 강한 CPU일수록 열전도가 좋고 발림이 좋은 써멀구리스가 더 효과가 좋고, 작고 약한 CPU일수록 그 효과가 떨어진다.
발림이 좋다. 라는 말로밖에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NT-H1과 NT-H2의 가장 큰 차이는 발림의 차이입니다. 밀도 차이도 있고 써멀 구리스 자체 성능의 차이도 있습니다.
CPU가 작거나 발열이 낮으면 그 차이는 미미합니다. 녹투아 쿨러를 사면 기본으로 주는 NT-H1 써멀은 유지력(~3년 이상)도 그렇고 굳이 윗급으로 넘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다른 써멀 페이스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MX-5를 쓰고 있다면 굳이 윗급으로 넘어갈 필요가 없는 것이죠. 물론 금속 써멀 페이스트나 써멀그리즐리 크라이오넛을 목표로 두는 경우라던가, 아니면 아예 저급 써멀 구리스를 쓰고 있다면 넘어갈만 합니다. 하지만 극단적이지 않은 수준에서 다들 고만고만합니다.
오히려 커다랗고 발열이 높은 CPU를 쓸 때에 그 차이가 비로소 발현됩니다. TR4는 아니더라도 당장에 AM4만 되어도 큰 차이로 나타나게 됩니다. 컴퓨터에 투자할 때 쿨링 부분에서 만질게 몇개 더 늘어나고, 효과도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이 경우에는 극단적 수준까지는 가지 않아도 사무용을 제외했을때 모든 옵션에서 투자 대비 효용성이 있습니다.
즉 인텔 LGA 115x, 1200의 경우에는 쿨러를 바꾸고 쿨러에 동봉되어있는 써멀 구리스를 쓰는게 효용성이 좋지만, AM4나 LGA 2011, TR4 등을 쓰는 경우에는 쿨러는 냅두고 써멀을 교체해볼수도 있는 거지요. 써멀은 주변에 분명 남는 사람들이 있으니 실제 소매가보다 더 싸게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2. 최고의 결과를 원한다면 CPU의 모양 및 써멀 페이스트의 특성에 따라 바르는 방법을 다르게 해야 한다.
TR4와 AM4의 발열면의 모양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LGA1200과 LGA2011, 그리고 LGA3647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안토니 리더 선생님의 글 ( https://custompc.raspberrypi.org/articles/world-of-goo-what-is-thermal-paste-and-how-it-works )에서도 각 CPU의 모양에 따라 다른 방법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각 방법들을 보면
LGA 115X : [|]
LGA 2066 : [:|:]
AM4 : [X]
TR4 : [※]
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써멀 페이스트 바르는 모양이 무슨 상관이 있냐면, 써멀 페이스트의 면적을 최대한 넓혀 더 많은 열이 전달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모양을 택하든지 상관 없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은 해 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는 NH-T1과 NH-T2의 차이에서 볼 때 써멀 페이스트의 물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비슷한 써멀 구리스지만 제조사가 권장하는 방법은 다르죠. 써멀 페이스트를 일단 써보기 전에는 어떻게 퍼지는지 모릅니다. 한번은 써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되도록이면 써보기 전에 투명 플라스틱 같은 곳에 눌러서 펼침을 확인하고 써주세요. 위의 예시처럼요. 그럼 얼마나 써야 할지도 알고 어떻게 바르는게 좋을지도 알게 되니까요. 특히 점도면에서 이건 필요한게, AM4의 경우 무뽑기를 안 당할 써멀구리스를 잘 찾아서 하셔야 하거든요. 한번 간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3. 하지만 보통은 가운데 점이 중간은 간다.
하지만 써멀 구리스를 여러개 써본 사람이 아니고서야 얼마나 써야 적정량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많이 작업하는 경우에 하나하나 양을 봐가면서 하기에는 조절이 어렵기도 하고요. 즉 많이 써본 사람이나 적게 써본 사람이나 제대로 조절이 안된다 입니다. 그럴때는 그냥 쭉 뿌리고 쿨러로 눌러서 싹 덮는게 제일입니다. 그렇게 한다고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것도 아니고요.
아 물론 CPU 표면이 넓다면 약간 고생할지도 모릅니다. 조금 바르면 이렇게 다 안되고. 많이 바르면 다 넘치고.
그래서 대부분의 CPU 모양이 정사각형 비스무리 생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냥 막 쓰기 편하라고. (?)
4. 다른 모양은 사도... 까지는 아니다.
직선, X모양, 펴바르기 등이 사도라고 까지 하긴 그렇습니다. 애초에 CPU에 사용하는 양이 많지도 않고, 대다수의 CPU에는 그렇게까지 큰 차이를 부여해주지 않거든요.
다만 펴바르는 경우에는 공기 기포가 생겨서 단열층이 생겨 쿨링에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조사 공식 방법이 아닌 이상에는 굳이 펴바르지 마세요. 써멀 페이스트에 따라 물성이 다르기 때문에 기포가 안 생길 수도 있거든요.
5. 기글에서 써멀 이야기 하려면 이 이야기 안 할수가 없다. (사진을 클릭하면 이동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한 글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암튼 써멀페이스트 없다고 다른거 쓰지 말자! 가 결론입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람마다 다르다
결국 차이가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성능 업을 위해서는 필요한 물건이자 동시에 굳이 일정 급 이상을 사겠다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써멀 페이스트 입니다.
어떤 사람은 1g에 3만원 하는 써멀그리즐리를 사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케챱과 비슷한 성능에 열변성이 없는 기능만 있는 써멀 페이스트를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굳는데만 200시간이 넘게 걸리는 아틱 실버 같은걸 쓰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은 다 귀찮다고 써멀패드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쪽도 나름 커스텀수냉처럼 취향의 영역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어짜피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써멀페이스트로 동일한 CPU 세트에 동일하게 뿌려도 맨날 결과가 다른것이 이 영역이니까요.
https://gigglehd.com/gg/files/attach/images/14148/057/092/006/5fd10ee415bfb8d606dc8886f120ef0b.JPG
괜히 한번 뻘소리 해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