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혼돈한 분위기에서 제품 사진을 찍다가, DSLR을 잠깐 책상 위에 올려둔다는게 손에서 떨어트렸습니다.
카메라 자체는 작동하고 별 문제 없어 보이는데 문제는 렌즈. 경통이 휘어서 줌이 안 움직이네요. 저 상태에서 AF는 또 됩니다. MF는 안되지만.
졸지에 내일 a/s 센터에 가게 생겼어요. 시그마 c17-70이 참 마음에 드는 렌즈인데 장터에서 구하긴 힘들어서 어지간하면 고쳐서 쓰고 싶네요.
사진 찍던 건 마저 찍어서 치워야 하고, 미러리스 카메라는 3대나 더 있으니 그걸로 찍어야지 하고 메모리카드를 뺐는데 쟤도 깨졌군요. 웃긴건 저 상태로 DSLR에는 들어가는데 미러리스에는 안 들어갑니다. 왜일까요.
어쨌건. 밖에 나갈 때 미러리스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제품 사진을 굳이 DSLR로 찍어야 하나? 의문이 들었거든요. 미러리스가 더 가볍고 구도도 자유롭잖아요. 마침 이번 기회에 미러리스로 전부 대체하게 되려나 생각해 봤지만 그렇게는 안되네요.
제품 사진을 찍을 땐 순간광 조명을 2개 씁니다. 200W짜리 두개를 3/4 정도로 놓고 쓰니까 광량이 쌘건 아닌데, 이걸로도 별 부족함은 느끼지 못하거든요. 전문가들이 보면 광질이 고르지 않느니 어쩌니 하겠지만...
이 조명 셋팅에 맞춰서 카메라도 노출을 맞춰놔요. 대충 1/125에 F8, ISO 200 정도. 이 상태에서 미러리스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순간광 조명 2개가 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내 밝기를 대단히 어둡다고 카메라가 판단하네요. 그래서 스크린/뷰파인더에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조명이 터지면 노출은 제대로 맞고, 맨눈으로 보면 다 보이지만 카메라는 안 그렇죠.
스크린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래픽카드 DVI 실드 부분만 빛이 반사되서 유독 밝은데, 딱 그 부분만 인식하지 다른 부분은 전혀 스크린에 나오지 않습니다. 근데 육안으론 멀쩡히 보이는 밝기거든요. 그러니 OVF가 달린 DSLR에선 촬영에 문제될 게 없죠.
오늘 안에 사진 찍고 치우긴 해야겠고,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AF를 잡는 순간에는 조리개를 다 열어버리니까 그 순간에만 화면에 뭔가가 보여서, AF를 잡는 그 찰나의 순간 동안 구도를 어떻게 잡는 식으로 사진을 간신히 찍었습니다.
예전에 올림푸스 E-P5는 스크린에 나온 노출이랑 실제 찍히는 노출이랑 따로 놀아서 불편했는데, 이럴 때는 그게 유용하겠군요. a7의 메뉴를 다 찾아봐도 여기에 맞는 기능은 없고, 아직 못 팔은 a6000을 꺼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별로 안 밝은 실내 조명에 순간광만 때리는 환경'이라는 특수 조건이 붙어있다는 전제 하에, 미러리스 카메라로는 사진 촬영이 어렵네요. 지금 쓰는 K-5가 사망하면 DSLR은 이제 안 쓰려 했는데 그건 불가능하고.. 결국 끝까지 안고 가야 할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