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예정 중인데 너무 심심하네요. 가볍게 읽어주세요.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민감하지 않습니다.
돌발성 난청으로 청각을 잃는 것이라 아마 타 사례와는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니에르병, 10년도 더 넘은 과거의 고열도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밑의 내용을 포함하면 글이 어두워지는데 접을 방법을 모르겠네요. 흠.
어느 순간부터 듣던 소리가 예전하고 아주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다른 사람 스위치로 동숲을 하는데 왼쪽 소리가 조금 날카롭더라고요. 스위치 동숲판은 신품이라 스피커부품이 달라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길 지나가는데 찻소리가 왜인지 거북해지고. 바람소리가 한쪽귀가 좀 덜 들리고. 그냥 조금 오늘따라 민감하려니 했습니다.
그렇게 사나흘 있으면 동굴에 들어간것마냥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스트레스가 점점 갈수록 심해집니다. 귀를 파도 별 귀지가 없고 귀에 물이 들어간것도 아니고. 듣는데 왜그런지 짜증이 납니다. 한쪽 귀만 울리니까 피로도 한참 더하고요. 말을 하는데 화가 난것처럼 말하게 됩니다.
저는 400hz~800hz 대역 근처에서 울리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네. 제일 많은 소리가 분포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스트레스가 심해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말하건대 베토벤의 성질머리가 고약하다건대 그의 귀를 생각하면 부처님과 맞먹습니다. 눈도 안좋으니 성질머리가 자연스레 괴팍해지더군요. 안보이고 안들리면 다 내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불러도 모르고 안불러도 알고. 광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에는 점점 귀를 막고 오래 있거나 방음실에 있으면 나는 소리가 귀를 막지 않고 일상생활중에도 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음은 울리는 음부터 시작해요. 이때쯤 이제 슬슬 뭔가 음색이 명료하지 않고 옅어지기 시작합니다.
진한 노란색 음악이었던 것이 형광등빛이 됩니다. 보던 그림에서 색만 싹 뺀 느낌. 그러면서 바래어버린 느낌. 그게 일상생활에서 느껴져요. (의사 말로는 그 주파수가 앞으로 인식할 수 없게 되는 주파수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점점 귀가 먹먹해집니다. 처음엔 먹먹해지는 귀 쪽이 더 잘 안들리고 아픕니다. 하지만 그쪽이 오히려 잘 들리는 쪽이에요. 이게 뇌의 착각(혹은 후처리 이상)이란걸 알게된거는 바로 그 다음에 이어폰을 끼고 나서에요. 모든 이어폰이 한쪽이 죽었더라고요. 물먹은거마냥. 그리고 그럴리가 없지요.
(병원에 뛰어가서 돌발성난청 진단을 받고 바로 대학병원 진료예약을 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애국가 끝난 TV같은 삐이이 하는 소리(=1Khz)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 소리가 익숙해지면 이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전에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써서 회복하는것이 주 치료요법입니다.)
귀 감각을 잃어가면서 느껴지는 다른 감각의 세밀함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아무리 소리는 구분이 안가도 기척은 느껴지거든요. 기압차를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역시 색 바랜 그림은 언제 봐도 아쉽듯이 음악을 더 이상 똑같이 들을 수가 없는게 아쉽네요.
있을때 잘하기 보단. 저는 돌발성이라 이유를 모르네요. 다만 역시 걸린김에 하고싶은 꼰대질이 있다면(?)
여러분 지름은 있을때 하세요. 백만원짜리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 지금 아니면 제대로 못들어봅니다. 양쪽귀 들리는게 다른데 어떻게 음악감상을 해요. 돈 아껴봤자 못쓰면 똥이잖아요. 저처럼 못쓰기 전에 좋은거 많이 써보고 많이 마셔보고 많이 들어보고 즐기십시오. 인생이 짧지만 즐길수 있는 시기는 지금뿐이에요. 내가 케어할수있을만큼 최대한 인생을 즐기십시오.
그래서 긴글을 썼으니 세줄요약을 써야겠죠.
1. 갑작스럽지만 제 귀가 멀었습니다.
2. 일단 당해보니 베토벤의 성격은 그의 귀를 생각하면 예수급 성자이자 생불이다.
3. 청각 잃는 과정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썼는데 쓰고보니 뭔가 병세알림 글이 되어버렸네요. 미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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