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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18.11.05 18:20

자본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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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662 댓글 10

사진 찍어서 올리면 비방이 될것 같아 그건 생략하고.. 상당히 괜찮은 입지에, 요새 유행하는 폐허 스타일로 안밖을 단장한 카페에 갔습니다. 건물 사고 치장에만 한 20억 들어갔을 것 같더군요. 

 

안을 들어보니 로스팅기부터 더치에 온갖 기계들이 있네요. 일단 커피를 만드는 기계 자체는 갯수도 많고 비싼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로스팅을 하는 기계는 카페 규모에 비해 너무 작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로스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카페에요 라고 티를 내기 위해 기계란 기계는 다 갖다놓고, 실제로는 다른 곳에서 원두를 받아 쓴다 그거지요. 뭐 원두 받아 쓰는게 나쁜건 아닌데 그럴거면 처음부터 기계를 놓지 말던가.

 

결정적으로 20억의 1/100이라도 원두에 투자했으면 좋았을텐데 싶을 정도로 맛이 그냥저냥하더군요. 사이드로 파는 빵 종류도 거의 없고. 차라리 빵이 맛있었어요. 발뮤다 토스터기에라도 데운건가 싶던데.

 

굳이 사람들이 재방문하지 않아도 장사가 될 위치이긴 합니다. 어떤 중소도시의 기차역 근처거든요. 그러니까 젊은이들이 시간 애매하고 인스타 인증샷 찍는 용도로는 꾸준히 오겠죠. 동네 사람들을 잡긴 힘들겠지만. 

 

같은 일을 한참 유커니 뭐니 할때 가게 안내를 중국어로 도배했던 명동에서 봤던 적이 있어놔서.. 유커에만 의존했던 가게들은 나중에 사드 제재 들어가니 망했고, 한국 사람들이 원래 가던 가게들은 여전히 장사 잘 하잖아요?

 

20억 들인만큼의 수익이 나긴 힘들 듯 한데.. 그렇게 되려면 테라로사처럼 하나의 브랜드가 되야겠지만, 그 맛으로 브랜드는 글러먹었지요. 커피를 만들 때 돈이 필요하지만 저기는 그냥 부지와 인테리어에 들어간 자본의 맛이라.

 

나중에 그 카페를 어떻게 정리할지도 모르겠네요. 그 동시에 20억 들여서 그런 곳을 인수할 사람이 있을랑가. 돈은 많고 카페는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라면 할법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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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마커스 2018.11.05 18:51
    뭐... 자체 원두는 특정 메뉴에만 쓴다던가 할 수도 있지 싶긴 하네요. 커피 맛으로 따지면 사실 남강릉IC 근처에 있는 모 커피집도 그렇게 맛있는 데는 아니라서.

    근데 원래 커피집은 커피 자체의 맛보다도 커피가 들어간 음료수들 장사와 공간 장사가 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삼척에 모 커피집 커피는 정말 맛있고 가격도 저렴했는데 (드립인데도 불구하고 5천원!) 사람은 전혀 없더군요.
  • profile
    낄낄 2018.11.05 18:53
    그쵸 공간장사.. 그래서 공간 그 자체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알겠는데, 공간 대비 맛이 실망스러운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9명이 가서 종류별로 시켰는데 다들 맛이 그냥 그래서..
  • profile
    YJ80dB      Howdy! I'm FLOWEY. 2018.11.05 19:12
    제주도에서 잘 되는 카페는 맛있는 카페가 아니라 사진을 찍어서 올릴 스팟이 있는 카페라고 분석한 글을 보고 참 실망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여길 갔다면 그런 기분이지 않았을까요.
    커피 맛은 저도 잘 모른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정말 맛없는거정도는 느껴지더라구요.. 쩝
  • profile
    낄낄 2018.11.05 19:17
    인테리어와 규모로 승부를 보는 카페가 요새 부쩍 늘었죠
  • profile
    title: 오타쿠아라 2018.11.05 19:45
    기호품일 뿐이라 맛집으로 소문나기가 어려울 테니까 그런 방향으로 가는게 아닐까 싶네요.
  • profile
    올드컴매니아      ლ(╹◡╹ლ)  2018.11.05 19:55
    매니아들만 알고 비매니아들은 그저 분위기용이다 그러니까 정확한 로스팅 등이 필요 없다고 하는데
    저 사례는 그걸 떠나서 아예 양심이 없는거죠.
  • ?
    YPZ5F 2018.11.05 20:02
    솔직히 제가 사는 동네서도 100M 거리에 카페가 여섯군데나 있던데 그 와중에 안망하는거 보면 신기한게 맛이 그렇게 다들 좋지도 않고 유동인구 라고 해봐야 3군지사/17사단 군인 위주인데도 안망해요
  • profile
    월광가면 2018.11.05 21:49
    자본의 맛...
    본문 내용에 걸맞는 멋진 표현이네요!
    이왕이면 제대로 로스팅된 맛있는 커피집이 성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분들이 댓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인테리어를 무시하지 못하는 부분도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지만 카페 분위기나 맛을 적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가게를 발견하게 되면 가끔 놀랍기도 합니다만,
    소상공이 오랫동안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 ?
    노루      약해요 2018.11.06 01:57
    안목 모 커피집이 13억 가량에 매물로 나왔었습니다.
    심지어 위치도 최상이고 유명한 집이었죠.
  • profile
    허태재정      본업보다는부업 2018.11.06 14:13
    원래 인테리어는 처분 시 1/10 으로 합니다...라고 어디서 들은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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