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연휴라고 연구실 사람들끼리 새벽까지 술퍼먹고 새벽 세 시에 귀가해서 점심때까지 늘어지게 자던 휴일입니다만
학부 졸업하고 미국으로 슝 날아간 선배에게서, 갑작스럽게 10년만에 온라인 메신저로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 돌아가니 어찌 살았나 술한잔 하면서- 같은 시답잖은 이야기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이런 글도 안 썼겠죠.
해외로 유학간 사람들이 한 번은 겪는다는 문제, 그러니까 졸업증명서 발급 이슈입니다.
IT기술의 발전과 함께 각종 제증명 서류도 온라인 발급+프린터로 바로 뽑아서 받는 세상입니다만,
여기에는 항상 본인인증이라는 장벽이 있습니다. 활동자X 설치는 일단 넘어가기로 하구요.
해외 나간지 오래되었으니 공인인증서도 만료, 휴대폰도 없음, 이러면 한국 인터넷에서는 한국국적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재외공관에 본인인증서류를 제출하면 공인인증서 발급용 오프라인 인증번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만,
서류가 외교행낭을 타고 한국까지 왕복해야 하므로 최소 2주가 걸립니다.
급한 서류이니 하릴없이 인맥 총동원하여 학교의 실물발급기를 이용하여 서류를 출력하고, 스캔해서 메일로 보내달라는 것이죠.
정작 실물발급기는 CCTV도 없는 주제에 학번과 학사포털 비밀번호만 알면 타인의 증명서도 다 뽑을 수 있습니다. 어메이징.
그렇게 급하게 한시간만에 학교 와서 서류 보내주고, 연구실에 눌러앉아서 생각해보니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일을 다 한두번씩은
겪어봤다는 것 같습니다.
가끔 해외 이주한 친척의 주민등록 등초본 같은것 발급때문에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 올라오곤 하지요.
이건 그냥 공인인증서를 국내 친척에게 보내서 출력후 훼덱스로 쏴줬다는 결론입니다만.
기술 좋아야 정책이 잘못되어 있으면 별로 쓸모없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문서용 종이크기도 ISO가 아니라 ANSI 표준을 쓰므로, PDF를 보내줘도 출력이 또 문제입니다.
Letter는 A4대비 폭이 조금 더 넓으나 길이가 2cm정도 짧으므로 위아래가 짤리고, 문제소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정 급하다면 길이가 더 긴 Legal에 출력해서 재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10년 전에 기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중국에 있었는데, 그때또 공인인증서 관리가 한국 가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일정 액수 이상이면 전화 인증도 받아야 하고 관리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