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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산스크리트어, 상고한어 등 옛날 언어는 유독 문법이나 발음 등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언어들의 후예들인 이탈리어나 프랑스어, 힌디어, 표준중국어 등을 보면 훨신 간단한 언어로 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옛날 언어일수록 복잡하고 어려웠을까요?

그 이유는 언어 변화의 원리와 인류의 소통 방식 변화 때문입니다.

 

첫번째로는 언어는 점점 단순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소통의 효율성을 추구하게 되기에 복잡한 문법 구조나 발음은 점차 간략화됩니다.

예를 들어 라틴어는 명사에 성(3개), 격(6개), 수(2개), 변화가 다양해서 사람 미치게 하는데 프랑스어는 이게 대부분 전치사로 대체되고 격 변화가 사라져서 훨신 문법이 간단해졌습니다.

산스크리트어만 해도 동사 굴절, 명사 격 변화가 풍부한 특징이 있었지만 힌디어는 격 변화가 많이 줄어들고 조사를 사용해 문법이 간소화됩니다.

상고한어는 복잡한 문자 및 문어적 문법과 발음이 특징이었지만 표준중국어는 문자를 간체로 간소화하고 문법과 발음이 간소화된 대신 성조가 4개 있어 동음이의어를 구별하게 되었죠.

 

두번쩨로는 문자화 이전에는 소리와 문법이 더 중요했다는 점입니다.

고대에는 글을 쓰는 일이 드물거나 아예 불가능했기 때문에, 말소리와 문법 구조로 의미를 확실하게 전달해야 했습니다.

특히 성경이나 마하바라타, 사서삼경 등의 문학이나 경전조차 보통 암기해서 입으로 암송하는 식으로 전승해서 더더욱 소리와 문법에 집착했죠.

그래서 문법적으로는 격 변화, 동사의 어형 변화 등으로 문장의 관계를 표시하는 방식이 발달했습니다.

현대에는 어순, 조사, 전치사 등으로 충분히 의미를 전달하므로 굳이 복잡한 굴절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세번째로는 언어 접촉과 표준화가 단순화를 이끈다는 겁니다.

현대 언어는 다양한 사람들(방언 사용자, 외국인, 다양한 사회 계층)이 함께 쓰기 때문에, 단순한 형태가 의사소통에 유리하고 더 널리 퍼집니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규칙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예를 들어 라틴어는 프랑크족, 고트족, 반달족, 바이킹족, 부르군트족, 롬바르드족 등 다양한 언어 사용자 간 접촉으로 발음과 문법이 단순화되고 각 민족의 언어나 단어가 섞여 단순화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으로 분화되었습니다.

표준중국어는 다양한 방언을 쓰는 사람들의 공용어로 자리잡으며,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문법과 글자를 단순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문헌으로 남아있는 옛날 말들은 사실상 '문어체'이기 때문에 복잡한 것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라틴어, 산스크리트어, 상고한어는 문학, 종교, 정치의 언어로 남은 격식체입니다. 실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말했던 '구어체'는 훨씬 단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라틴어의 구어체인 '속라틴어(Vulgar Latin)'는 이미 격 변화를 많이 잃고 간단한 문법구조와 발음을 가졌습니다.

산스크리트어의 경우에도 인도 곳곳으로 퍼져나가 간략화한 구어체 내지는 방언이라 할 수 있는 여러 민중 언어들이 나타났는데 이를 프라크리트어라고 부릅니다.

또 중국어만 해도 불과 100년 전까지 서면으로 사용하던 문어체는 상고한어와 중고한어 시기 고전을 기본으로 삼아서 매우 복잡한 문법과 난해한 독해가 특징이지만, 구어체인 백화문(白話文)은 지금의 표준중국어처럼 문법이 매우 간단한 편입니다. 지금의 표준중국어는 그 백화문을 기반으로 싹 바꾸었죠.

 

즉 언어가 단순화되는 건 게으름이나 퇴보가 아니라, 의사소통의 효율성이라는 방향으로 진화한 결과입니다.

 

요약 : 옛날 언어가 복잡한 이유는 소리와 문법에 의존해서, 기록보다는 구어 중심이라서, 다양한 사용자와 접촉하지 않아서, 구어체보다 문어체가 더 많이 남아서 어려운 것입니다.



  • profile
    부녀자 2025.05.14 20:42
    언어 천재 유니님
    Linguae ingeniosus magister UNIcus
  • profile
    title: 병약한유니      scientia potentia est 2025.05.14 21:30
    아뇨아뇨.. 요즘 너무 공부안해서 다시 일본어와 영어 교재보며 공부중인 하수입니다.
  • profile
    Loliconite      ㄲㅏㅁㅈㅜㅣ 2025.05.14 21:40
    시즌 78165234번째 요즘 애들은 별걸 다 줄여쓴다는 언어 진화의 자연스러운 발자취였군요
  • profile
    title: 병약한유니      scientia potentia est 2025.05.14 22:31
    사실 한국어도 이미 변화가 보이고 있는데 장음이 간략화되고 ㅔ와 ㅐ의 발음이 구별이 안 되기 시작했죠.
    아마 22세기가 되면 한국어는 또 달라져 있을 겁니다.
  • profile
    동방의빛 2025.05.14 21:50
    문자화 이전에는 소리로만 표현하는 용도이기에 복잡하다는 것과, 소리가 아닌 글로 적는 용도이기 때문에 복잡하다는 것이 함께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요?
  • profile
    title: 병약한유니      scientia potentia est 2025.05.14 22:30
    언듯 보면 복잡하다는 결과는 같다고 하니 모순 같습니다만 이 원인과 목적은 완전히 다릅니다.
    문자 이전의 언어는 말로만 전달하기 위한 기능적 복잡성을 가졌고, 문자 이후의 문어는 기록과 권위를 위한 형식적 복잡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두 경향은 때로 한 언어 안에서도 공존하는데, 예를 들어 산스크리트어는 구어적 굴절성에 문어적 형식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학습자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언어로 느껴지게 합니다.
  • ?
    아이들링 2025.05.15 00:35
    예전에 알던 사람중에 유행어로 한국어 오염될까 두렵다는 분이 계셨는데
    언어야 뭐 늘 변하는거고,길고 긴 세월속에서 큰 방향전환이 아니면 인위적으로
    언어에 변화를 주긴 힘든거 같습니다. 오히려 편의성 측면에서 변하는게 많지 싶군요

    그러니까 가슴이 몽미라는거죠? 몽미주세요!
  • ?
    laphir 2025.05.15 01:55
    15년전에 미국 출장 왔을 때는, 사람들이 비교적 accent나 intonation 지켜서 발음했었는데, 이제는 중국/인도/남미애들이 넘쳐나서 우리가 통상적으로 미국 영어라고 공부했었던 발음 대로 안하더군요. 그냥 대충 말하고 대충 알아듣고 합니다.
  • profile
    veritas      ლ(╹◡╹ლ)  2025.05.15 02:19
    지구상의 모든것은 엔트로피가 낮은방향으로 흐른다고합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인거같습니다. 언어도 그중하나겠죠
  • profile
    title: AMD白夜2ndT      원래 암드빠의 길은 외롭고 힘든거에요! 0ㅅ0)-3 / Twitter @2ndTurning 2025.05.15 09:46
    저는 권력층이 피지배층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지들만 아는(!) 언어와 문자를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넓은 이유가 있군요.
  • profile
    딱풀      안녕하세요. 문송합니다.   2025.05.15 10:06
    우리에겐 판교어(?)가 있습니다. !
  • ?
    북해도감자 2025.05.15 14:30
    저도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알기 쉽게 정리해 주셨네요. 문자 없이 구어만으로 소통해야 한다면 확실히 음소나 표현의 가짓수가 많아야 할 것 같습니다.
  • ?
    XEn0 2025.05.15 18:27
    어셈블리도 인정한 부분
  • profile
    Touchless 2025.05.15 20:11
    예전에 배웠던 '언어의 역사성'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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