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1945년 호치민이 이끄는 베트민이란 독립군 단체가 프랑스와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프랑스는 베트민보다 강력한 포병과 공군을 가지고 있어서 밥을 짓기만 해도 바로 포격을 날리고 폭격을 가했다는 점이죠.
밥을 짓거나 국수를 만들다 보면 아궁이에서 불빛이 나고 연기가 올라오는데, 그게 정말 훌륭한 포격이나 폭격 목표가 되어줘서 수많은 취사병들과 밥 먹으러 온 전투병들의 목숨을 빼앗았죠.
그러다보니 제대로 요리를 못해서 일선의 병사들은 생쌀이나 설익은 밥, 식어버린 국수 따위를 먹다보니 군인들이 현타가 오고 전투력도 제대로 못 발휘했는데 이 때 베트민에 자진입대한 전직 요리사 호앙깜(Hoàng Cầm)이란 인물이 기막힌 야전 주방 시스탬을 개발합니다.
호앙깜은 어릴 때 쥐를 잡으려고 쥐가 땅에 파놓은 굴 입구에 연기를 피운 적이 있는데 출구로 나오는 연기가 높게 안 올라가고 지면에 좁게 퍼지다가 땅으로 가라앉아 사라지는 걸 발견했죠.
그래서 그 쥐구멍을 연구하여 야전 주방을 만들었는데 이를 Bếp Hoàng Cầm, 즉 호앙깜 주방이라고 합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해서 지금도 베트남군은 징집병들에게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1. 땅을 1미터 가량 판 후 사람 두어 명이 들어 갈 수 있을 만큼의 지하 공간을 만듭니다.
2. 계단 모양의 조리대를 만들고 냄비 크기에 맞춰 흙에 구멍을 뚫어 아궁이를 만듭니다.
3. 아궁이 내부에서 발생하는 연기가 배출될 수 있도록 비스듬한 경사(약 30도가 적절함)를 가진 통로를 아궁이 앞 쪽으로 뚫어 줍니다.
4. 경사진 통로 끝에 연기가 대류할 수 있는 텅 빈 공간을 땅을 파내어 만들어 줍니다.
5. 이 공간에서 연기가 지면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대류 공간에서부터 약 3미터 길이의 고랑을 파 줍니다.
6. 지면에 파여진 고랑(홈) 위에 나뭇가지와 싱싱한 식물의 잎을 덮어 주고, 촉촉한 흙을 사이사이 헐겁게 메워 줍니다. 만약 건조해지면 물을 뿌려서 촉촉하게 습기를 유지합니다.
7. 아궁이에서 조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는 ‘경사진 통로→대류 공간→지면 고랑’을 따라 이동하며 이 일련의 통로는 굴뚝 역할을 합니다.
8. 연기는 고랑 위에 덮여진 잎과 흙 사이를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 물기에 용해가 되는데, 빠져나온 연기는 무거워져 지면에 붙어서 흩날리다가 넓게 퍼지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https://youtu.be/XCKwD7PCHZc?si=rpYGloykRY7gIm3F
이 야전 주방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한 호앙캄은 당시 베트남의 지도자 호치민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1959년 소위로 특별 진급하고, 죽을 때는 대위로 추서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베트남이 이 사람을 영웅으로 대우해주고 포상을 아끼지 않았냐 하면 이 야전 주방에서 갓 지은 밥과 국수, 나물 등을 베트남군에게 제공할 수 있어서 베트남군은 프랑스군과 미군과 싸울 때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렇게 생긴 정신력으로 결국 프랑스와 미국으로부터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죠.
확실히 압도적인 무기의 열세 속에서 최소한 밥이라도 잘 나와야 그래도 싸울 의지가 생길 만 하죠.
베트남 간 분들의 경우 저 주방을 구찌 터널에서 보실 수 있는데 사람 혼자서도 삽 하나면 한 반나절이면 너끈히 만들 만큼 간단하고 쉬운 구조더군요.
이러면 규모 측정도 힘들고 어디에 진을 치는지를 모르니 상대방 측에서는 정말 고통스러웠겠네요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