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하면 보통 노트르담 성당과 우채국을 같이 돌아보는 게 여행 코스입니다. 그러나 하필이면 제가 간 시기는 보수(정치 아님)로 인해 볼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떤딘 성당이라고 핑크빛 성당을 꿩 대신 닭이라고 대신 둘러봅니다. 근데 마침 그 성당 근처에 할리우드 배우들도 줄지어 찾는 베트남 요리집 꾹각꽌이 있다고 해서 가 봅니다.
1960년대 지어진 고급 저택을 개조했는데 작은 정원과 시원한 나무 바닥이 인상적이군요.
메뉴판이 매우 두툼한데 마치 냐항응온이나 꽌안응온 같은 종합 식당 같은데 가격대는 좀 더 나갑니다.
전 계란 볶음밥, 튀긴 아스파라거스&그린 파파야 셀러드, 두부튀김, 고이꾸온, 쩨, 그리고 코코넛 워터로 했습니다.
볶음밥은 너무나 정석적인 맛으로 적당히 불향이 입혀지고 계란과 야채가 잘 어우러지는데 안남미 특유의 푸석함이 볶음이란 조리법과 만나니 적당히 꼬들하면서도 씹는 맛을 잘 살려줍니다.
두부튀김은 순두부에 간을 한 후 살짝 튀겨 가츠오부시 같은 생선 분말로 간을 했는데 겉바촉촉이란 말이 딱 어울립니다. 그리고 가츠오부시를 연상케 하는 감칠맛과 간장의 짭쪼롬함이 너무나 훌륭하니 왜 시그니쳐 메뉴인지 알 법 하네요.
튀긴 아스파라거스와 그린 파파야를 넣은 셀러드는 간장으로 간을 하고 거기에 돼지고기, 새우, 땅콩 등도 곁들여 솔직히 저 셀러드 한 그릇으로도 식사가 될 거 같습니다. 저걸 알새우칩에 담아서 한 입에 넣어 먹으면 되죠.
고이꾸온은 새우를 큼직하게 넣어서 새우의 그 달콤하면서 감칠맛 나는 느낌을 잘 살립니다.
쩨는 일종의 팥빙수 같은 후식인데 제가 받은 건 마치 단팥을 얼음이 든 차가운 물에 풀어서 마치 차가운 화채처럼 만들었습니다. 향긋한 민트 같은 녹색 재료(뭔지는 모르겠음)가 있어 달고 묵직하기만 할 수 있는 팥의 뒷맛을 잡아요.
코코넛 워터는 코코넛 열매를 바로 뚜따해서 먹는데, 지코 같이 오래되어 썩어가기 직전의 물과 달리 달콤하고 향긋하며 코코넛 향이 있는 스포츠 음료 같죠. 빨대가 공심채인 것도 재미있어요.
저걸 먹고 한 4만원 가량 든 걸로 기억합니다만, 아무래도 분위기와 맛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대충 건물이나 격이 비슷한 레스토랑 식사는 10만원은 족히 들 겁니다.
그래서 비싸단 느낌은 안 드네요.
만약 가신다면 밥은 한 사람당 하나씩 사고 셀러드나 두부 등은 반찬으로 해 먹는다면 1명당 2만 이하로도 떨어질 겁니다.
여기는 혼자 가는 것보다 여럿이서 함께 가서 먹으면 더 더욱 맛있을 겁니다. 한국인한테 거슬리지 않는 메뉴도 많고 요리 수준도 상당히 좋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