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처음 나온 아이폰 3GS부터, 가장 최근에 나온 아이폰 16까지. 2009년부터 2024년까지이니 무려 15년이 흘렀네요.
15년동안 제 손을 거쳐간 아이폰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을 통해 만져본 것도 여럿 있지만, 제가 직접 사서 오래 써본 것만 정리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느낀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실제 신기능이 처음 적용된 모델과 제가 처음 경험해본 모델이 다를 수 있습니다 (e.g. 탭틱 엔진은 6s때 처음 적용됐지만, 제가 처음 써본 것은 X부터입니다)
1. 아이폰 3GS (화이트)
-디자인
- 스마트폰 시대 개막의 선언
- 정신없고 저렴한 피처폰들의 디자인에서, 극단적인 우아함과 단순미로의 변혁
- 비슷한 시기 출시된 저렴한 8GB 버전은 검정색 단일색상이라, 하얀색의 특권적 느낌이 있었음
- 후면에 전파인증 로고가 각인되어있던 것이 인상적
- 전면은 원래 블랙이지만, 나중에 사제 화이트 전면 프레임으로 교체하니 예뻤던 기억
- 전체적으로 둥글어서 잘 잡히고, 후면이 플라스틱이라 부드러운 촉감
- 겉보기와는 다르게 직접 잡으면 두께감이 꽤 느껴졌던 점은 단점
- 사용 말기엔 플라스틱 하우징이 충전포트쪽부터 금가기 시작함
- 플래시라이트와 전면 카메라가 없었던 점은 확실히 불편
(4, 4S 두 세대를 건너뜀)
2. 아이폰 5 (화이트&실버)
-디자인
- 스티브 잡스가 내 마음에 남기고 간 가장 위대한 디자인 유산 중 하나
- 지금 기준에서 봐도 흠 잡을 곳이 없는 모든 면이 완결성 있는 디자인
- 다이아몬드 커팅이 된 모서리가 정말 아름다움 (후일 출시되는 SE에서 너프된 부분)
- 현 시대 핸드폰들의 디자인적 암덩어리인 카툭튀가 등장하지 않은 마지막 디자인
- 라이트닝 포트가 처음 도입되면서 사용성이 좋아진 동시에 밑면도 심플하고 예뻐짐
- 홈버튼에 ㅁ모양 그림이 남아있는 마지막 (정규) 아이폰, 나름 시그니쳐 디자인이고 예쁜데 아쉽다. (5s부터는 터치ID가 들어가며 금속 테두리의 민무늬로 변경)
- 블랙&슬레이트 색상이 시커먼 블랙이라 예뻤지만, 쉽게 긁혀서 검은색 코팅이 떨어져나가는 점이 단점 (후속작인 5S에선 스페이스 그레이로 변경)
- 세로로 화면을 늘린 점은 보기에도 좋고 실제로도 유용했음
- 유리와 화면이 제로 갭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아이폰, 갭을 없앤다는 것이 거의 다른 세상의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크게 놀람
- LTE가 처음 지원된 아이폰, 밖에서 모바일 네트워크를 쓸 때 로딩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는 삶이 시작되었다. 체감적 향상이 가장 컸던 부분
- 온도에 예민하여 겨울에 야외에서 사용 시 문제가 생겼던 적이 종종 있다
(5s 한 세대를 건너뜀)
3. 아이폰 6 (실버)
-디자인
- 디자인적으론 역대 모든 아이폰중 감히 최악
- 실버는 전작인 아이폰 5s의 색상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 무난한 선택이지만,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은 역대 아이폰 블랙 계열중에 최악. 블랙이라기보단 어두운 실버에 더 가까운 색상
- 측후면 전체가 알루미늄 유니바디라서 디자인적으로 대단히 밋밋함
- 특히 절연띠 디자인은 예나 지금이나 혐오스러움. 어떻게 절연띠 사이에 카메라를 끼워넣을 생각을 했는지. (그나마 7에 가서는 가로선을 제거하고 테두리 선만 남겨서 문제가 조금 완화됨)
- 카툭튀라는 나쁜 문물이 처음 시작된 아이폰. 심지어 카툭튀가 각지고 빛나는 실버 링 형태라 디자인적 이질감이 심함
- 볼륨버튼 위-아래 사이가 오목하게 파여있는데, 디자인적으론 나쁘지 않지만 오목한 곳으로 손때나 먼지가 꾸준히 밀려들어가는 점은 단점
- 화면이 커지니 확실히 좋다. 작을 땐 불편한걸 몰랐는데, 한번 커지니까 작은 걸로 되돌아가기 어려움
- 전원 버튼이 측면으로 이동한 것은 초기엔 적응이 어색했지만, 적응하고 나니 대단히 편함
- 크기는 커졌지만 프레임이 둥글어져서 잡는게 많이 불편해지지는 않았다
- 처음 접한 터치 ID는 작동만 잘 되면 대단히 편하고 유용했지만, 홈버튼에 땀 잔여물이 고이고 말라서 옷으로 닦아내줘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 시점에서 페이스 ID와 비교하면 못 쓸 기능
- 제로갭 터치 기술이 빠진 탓인지 묘하게 화면의 일체감이 전작보다 떨어진 것이 단점
- 전면 유리가 3D 처리되어서 테두리가 부드럽고 매끄러워졌다. 손에 쥘때나 스와이프 할때 확실히 느껴지는 부분.
- 화면 보호 유리를 살 때, 풀 커버를 원하면 비싼 3D가공 유리를 쓰거나(그마저도 정확히 덮기 어려움), 평면 유리를 쓰면 테두리를 덮지 못한다는 점은 단점
- 출시 직후 보조금 대란이 일어나서 엄청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6s, 7 두 세대를 건너뜀)
4. 아이폰 X (스페이스 그레이)
-디자인
- 팀 쿡 시대의 아이폰 중 디자인적 완성도는 최고
- 짙은 먹색 뒷판의 색이 대단히 아름답다. 블랙 컬러 중에선 지금까지도 GOAT
- 반대로 실버는 그만큼의 매력은 없고, 평이하다
- 이 시점부터 뒷판에 전파인증 로고가 사라져서 깔끔하고 보기 좋아짐
- 비스듬하게 다듬지 않고 아예 수직으로 솟아버린 카툭튀는 손가락으로 만질 때 거슬리긴 하지만 디자인 일체감이 나쁘지 않아서 일단 OK
- 스테인리스 스틸 테두리는 묘하게 깊은 블랙이라 예쁘고 코팅 내구성도 좋았음
- 측면 절연띠의 두께가 전작들에 비해 훨씬 얇아졌고, 테두리 재질과 거의 같은 색이라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눈에 띄지 않을 수준 (오히려 아이폰 12로 와서 절연띠 두께가 다시 소폭 두꺼워지는 역행이 일어남)
- 처음 도입된 풀스크린 디자인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적응이 끝나고 나니 예전에 홈버튼 있는걸 어케 썼지라는 생각만 남음
- M자 탈모는 실제로 눈에 닿는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슬리는 일은 딱히 없었음
- 최초의 OLED 아이폰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였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LCD에 비해 좋은 점만 느껴짐 (선명도 명암비 색감 등)
- 무게가 크게 무거워진 것이 체감됨
- 측면 테두리가 스테인리스로 바뀐 탓인지 핸드폰을 쥐었을 때 손을 단단하게 파고드는 느낌이라 아프다
- 베젤도 얇아졌고, 3D 처리된 전면 유리와 둥근 테두리의 일체감이 뛰어나서 상하좌우 테두리에서 스와이프 할때 부드러운 조작이 가능한 점이 장점
- 전원버튼이 묘하게 얇고 길어졌다. 이 탓인지 누를때 느낌이 더 딱딱해짐
- 페이스 ID는 '생각처럼만 잘 작동된다면' 대단히 편하고 기분좋은 유저경험
- 최초의 페이스 ID라 그런지 인식 실패가 생각보단 잦았고, 핸드폰과 얼굴의 각도 등 제약이 있었다 (아이폰 12에선 상당 부분이 해결되고, 16에선 문제가 거의 없을정도로 대폭 개선됨)
- 3D 터치는 적응 기간이 길었지만, 적응이 완료된 뒤에는 유용했다
- 실제로 손가락을 힘을 줘서 눌러야 한다는 점은 단점이지만, 3D 터치에서만 구현 가능한 기능들은 장점 (e.g. 배틀그라운드에서 터치로 시점을 돌리다가 꾹 눌러서 바로 총을 발사하는 조작 등)
- 처음 느껴보는 방수기능은 혁신적인 경험. 물에 노출되는걸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고, 핸드폰이 더러워지면 물로 씻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 무선 충전 기능은 사용패턴에 큰 차이를 가져왔음. 낮에 컴퓨터 옆의 무선충전 거치대에 올려놓아 수시로 충전을 하게 되고, 아이폰 X 이후부터 밤새 핸드폰을 직접 충전선에 꽂아 충전을 하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XS, 11 두 세대를 건너뜀)
5. 아이폰 12 (그린)
-디자인
- 오랜만에 직각 테두리로 돌아온 아이폰, 여러모로 아이폰 5를 다시 만나는 듯한 기분.
- 그린 색이 꽤 괜찮게 뽑혔다 (개인적으론 11의 그린이 민트빛이라 더 좋긴 했다)
- 블루 색은 실물을 몇번이나 봐도 여전히 별로다
- 카메라 섬 방식이 적용된 카툭튀는 처음엔 보기 흉했지만, 전작 대비 손가락과 눈에 거슬림이 적다는 점은 장점 (여러 단계를 거쳐 툭튀가 생기면서 실제보다 툭튀가 적게 느껴진다)
- 그 때는 카툭튀가 심하다고 욕했는데, 지금 보니 선녀같다. 16과 비교하면 12는 사실상 플랫이라고 봐도 될 수준
- 카툭튀의 높이도 높이지만, 요즘 아이폰들에 비해 카메라 알(렌즈 커버글라스)의 크기가 작다. 최근 모델은 카메라 알이 너무 커져서 보기에 기괴한 면이 있음.
- 아이폰 X에 비해 가벼워졌다는게 크게 느껴짐
- 핸드폰을 쥐었을 때 테두리 부분의 살이 터치 인식되는 경우가 전작에 비해 매우 잦다. 케이스를 씌우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케이스를 쓰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12부터 16까지 꾸준히 불편함을 주는 가장 큰 단점
- 테두리에 각이 생겨서 꽉 쥐면 모서리가 손을 누르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재질이 알루미늄이 된 탓인지 X처럼 아프게 찌르는 느낌은 아니다.
- 전면 유리가 평탄화되어서 상하좌우 끝에서 스와이프 할때 부드러운 느낌이 사라졌다
- 3D 가공 보호유리를 쓰지 않아도 풀커버 유리를 붙일 수 있다는 점은 장점
- 밝은 색상의 경우 알루미늄 프레임이 정면에서 잘 보이기 때문에 화면 몰입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 전원 버튼 클릭감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 esim을 통한 듀얼심 지원이 되면서 해외에 나갈때 여러모로 편해졌다. 기존에 쓰던 심을 신주단지처럼 모실 필요도 없고, 심 핀이나 페이퍼클립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고, 한국에서 오는 문자나 전화도 계속 수신할 수 있다.
- 5G는 미국과 한국에서 잠깐 써봤지만 아무런 체감이 없었다, 오히려 배터리만 빨리 닳게 한다니 반감이 드는 수준
- 맥세이프가 생기면서 자동차 사용 패턴에 큰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컵홀더에 핸드폰을 대충 꽂아놨는데, 이젠 차량용 충전거치대에 편하고 안정적으로 붙일 수 있어서 충전과 거치가 아주 편해졌다.
-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통화시 마이크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마지막 아이폰. 실제 시끄러운 상황에서 차이가 느껴지는지는 아직 시험해보지 않아 모르겠다.
- 이 시점부터 핸드폰의 스펙에 대한 한계 효용이 찾아온듯, 딱히 느려서 불편하다거나 사양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떨어트려서 깨지지만 않았어도 지금까지 만족하면서 계속 쓰고 있었을듯
(13, 14, 15 세 세대를 건너뜀)
6. 아이폰 16 (블랙)
-디자인
- 아이폰 12부터 푹 고아낸 완성형 사골맛 디자인에 후면 카메라 배치가 아이폰 X의 형태로 바뀐 아이폰. 그러나 카메라 배치만 바꾼다고 해서 아이폰 X의 느낌이 되살아나지는 않는다
- 눈으로 보기엔 바뀐 카메라 구조가 디자인적으로 안정적이고 훨씬 예뻐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만져보면 카메라 알 크기가 매우 크고, 수직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크게 높아져서 손가락에 강하게 걸려 불편하다
- 결정적으로, 바닥에 내려놓았을 때 혼자서 덜덜 떨리는 모습은 애플답지 않게 매우 짜친다 (전작은 카메라 섬이 정사각형인 탓인지 최소한 덜덜 떨리지는 않았다)
- 블랙은 정갈하긴 하지만 애플답지 못하게 깊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삼성이나 LG 로고를 붙여도 모를 것 같은 지극히 평범한 색상. 아이폰 X의 블랙과 대조된다
- 화이트는 화이트 세라믹 시곗줄이나 현대적 도자기를 보는 듯 한 느낌. 고급감이 꽤 좋다
- 울트라마린은 첫인상이 강렬하고 눈을 사로잡지만, 오래 함께 할 핸드폰으로써는 금방 질리고 부담스럽다
- 틸과 핑크는 순수하게 안예쁘다. 애플이 의도적으로 트롤링을 한게 아닐까 싶다. 용달블루의 재림인걸까
- 전작의 미드나이트/스타라이트는 무채색이 아니기에, '블랙이나 화이트를 원하면 프로 사시던가' 라고 통보하는 듯한 애플의 의도가 불쾌했다. 이번 시리즈에선 정상화되어서 다행.
- 12에 비해 프레임 모서리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깎이면서 손에 쥐었을 때 부드러운 느낌이 크게 좋아졌다
- 블랙 색상은 알루미늄 테두리가 전면에서 눈에 띄지 않아 화면 몰입감이 높다
- 스펙상 무게는 늘었지만 딱히 큰 체감은 되지 않는다
- 뒷판 애플 로고가 은색에서 유리와 같은 색으로 변경되었다. 컬러 인퓨즈 글래스를 쓴 탓에 은박을 넣지 못하고 단순한 표면마감으로 애플로고를 표현한듯. 뒷편 애플 로고를 간이 거울 대용으로 쓸 수 있다는 실용성이 사라졌다.
- 애플 로고 부분만 유광 마감되어, 손가락이 애플 로고 부분에만 이질적으로 턱턱 걸리는 점은 별로
- 뒷판이 유광에서 무광으로 변경되었다. 사각거리는 촉감은 썩 나쁘진 않으나, 유광에 비해 손과의 마찰력이 줄어든 점은 별로. 손 위에 살짝 올려놨을 때 미끄러지기 쉽다.
- 무광 처리가 된 덕에 투명 케이스를 씌웠을 때 유막현상이 원천적으로 예방된다는 점은 소소한 장점
- 전원버튼 클릭감이 살짝 더 부드러워졌다
- 액션 버튼은 딱히 실용성을 느끼지 못함
- 카메라 컨트롤 버튼은 맘먹고 써보면 포스터치와 결합된 조작법이 꽤나 신기하고 잘 작동하지만, 마찬가지로 실용성은 느끼지 못함. 터치로 조작하는 기존 방법에 비해 장점이 없음
- 다이내믹 아일랜드는 굉장히 유려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 자체로 실용성은 느끼지 못함. 음악 재생 시/타이머 설정 시 꾹 눌러서 제어 메뉴를 팝업시키는 것 말고는 별다른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
- 페이스 ID 인증창을 다이내믹 아일랜드에 넣어놔서 UX적 문제가 생긴다, 시선은 보통 화면 중앙에 있지만 요구-인증창은 최상단에 쓰니 시선이 닿지 않아 바로 인지하기 어렵다
- 페이스 ID 인식률이 크게 좋아졌다. 인식 시간도 단축되었고 각도 역시 360도 어떤 방향으로 해도 잘 작동한다. 아이폰 X에서 경험한 최초의 페이스 ID에 비하면 엄청난 개선
- 카메라는 X 이후로 세대별 개선을 크게 체감하긴 어렵지만, 새로 생긴 접사 카메라는 아주 유용함. 카메라를 가까이 대면 자동으로 접사 모드로 전환되는 것이 좋다
- 포트가 USB 타입 C로 바뀌어, 아이패드를 포함한 집안 모든 충전선을 C to C로 통일할 수 있는 점은 대단히 좋다
여러분은 아이폰, 또는 쓰시던 핸드폰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아이폰 외에는 갤럭시 알파와 엑스페리아 Z1정도를 써본 기억이 나는데, 둘 다 좋은 기억은 아닌지라 계속 아이폰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전반적으로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