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피스트
과거 컴퓨터가 없거나 아직 드물었던 시절에, 타자기로 문서를 작성하는 직업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그냥 타자 치는 게 뭐가 힘드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아닌것이, 이 사람들이 주로 작성하는 건 시시한 문서들도 있지만 주로 공무 관련 문서나 계약서 같은 중요한 문서들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단어 하나 빼먹거나 오타 하나 나는 순간 그 문서가 무효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당시 타자기는 맞춤법 검사기는 커녕 백스페이스 버튼조차 없어서 오타 하나 나는 순간 종이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합니다.
당연히 이를 완벽하게 작성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어학 능력을 갖춰야 했고 그 덕분에 이 당시엔 못해도 고등교육 이상은 받아야 할 수 있는 직업이었습니다.
특히 몰락의 트라우들 융에 같이 고위 인사의 바로 옆에서 일하는 타자수는 해당 인사가 발언하는 동시에 문서로 작성하는 속기사의 역할도 겸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한 번의 오타도 없이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런 점에서 의외로 저 시절의 타자수들은 그냥 할 거 없는 백수가 알바 마냥 하는 게 아니라 당시로서는 제대로 된 고급 교육을 받은 전문직 인력이었습니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시를 들자면 만화 스파이 패밀리에서 요르의 (명목상) 직업이 시청에서 일하는 타이피스트(작중에서는 공무원이라고 퉁치지만)로 묘사되는데..
스파이 패밀리의 배경 모티브가 1970~80년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요르와 동료들은 의외로 상당한 전문직 여성인 셈이죠.